보도자료
•날짜: 2022년 7월 7일(목) 오전 10시
•담당: 최정학 교수, 문은영 변호사(070-7576-0658)
•제목: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엄정한 집행과 시행령개정에 대한 의견발표 |
1. 정론 보도를 위한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2. 지난 1월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6월말까지 이 법이 규정한 중대(산업)재해는 모두 85건이 발생하였지만 고용노동부에 의해 수사가 이루어진 사건은 38건에 불과하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이 송치된 수는 12건에 지나지 않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검찰에 의해 이 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은 7. 4일 현재까지 단 한 건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사건의 복잡성과 이 법 위반행위에 대한 수사가 처음으로 이루어진 탓에 기인한 신중함을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수치는 중대재해에 대한 당국의 태도가 여전히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3. 한편 정부는 지난 5월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산재 대책으로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기업 자율에 맡기겠다고 하였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 등을 통해 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지침·매뉴얼로 경영자의 안전 및 보건확보 의무를 명확화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이는 이 법이 기업에 부담이 되고 불명확해 문제라는 경영계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4. 저희 중대재해전문가넷은 이 법이 다만 상징적인 선언에 머무르지 않고 본래 목적한 산업 및 시민재해의 예방과 감소를 위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인 법집행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제출된 경영계의 건의 내용이 중대재해 예방 미치게 될 영향에 대하여 전문가적 관점에서 면밀히 검토하여 엄정한 법 집행과 시행령 개정에 대한 의견을 발표하고, 저희 의견서를 국민의 생명안전에 대한 최고책임자이며 정부 각 부처를 적극적 역할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대통령에게 제출하고자 합니다.
4. 기자회견은 중대재해전문가넷의 집행위원 문은영 변호사의 사회로 각 운영위원들이 엄정한 법집행에 대한 의견과 경영계의 건의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발표하고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가 대통령과 여당에 드리는 말씀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기자회견 자료 및 첨부된 의견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5.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단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을 방문하여 시민소통비서관실 면담하고, 중대재해전문가넷의 의견서를 제출하고 설명할 예정입니다.
* 첨부
– 기자회견 자료
– 기자회견 사진
–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엄정한 집행과 시행령 개정에 대한 의견서 및 요약문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엄정한 집행과 시행령 개정에 대한 의견 발표
– 기자회견 자료 –
〇 일시 : 2022년 7월 7일(목) 10:00
〇 장소 :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
[기자회견 순서]
사회 : 문은영(변호사, 중대재해전문가넷 집행위원)
1. 경과보고 : 장귀연(노동권연구소)
2. 의견서 제출취지 : 신희주(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
3. 엄정한 법집행에 대한 의견 : 김영남(민주주의법학연구회)
4. 경영계의 건의서에 대한 검토의견
1) 시행령 개정의견의 위헌성 : 강은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2) 직업성 질병의 범위 : 방예원(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의사회)
3) 경영책임자 등의 의무 :손익찬(변호사, 중대재해전문가넷 집행위원)
4) 정보공개 : 김예찬(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5) 교육수강 : 문다슬(시민건강연구소)
5. 입장문 : 권영국(변호사,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
1. 경과 보고
장귀연(노동권연구소, 중대재해전문가넷 운영위원) |
중대재해전문가넷은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 전문가 네크워크”의 약칭으로서, 2020년 12월 2,164명이 참여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촉구 학자 전문가 공동선언’ 활동에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과정에서는 법률과 법학, 의학 및 의료, 사회학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단체와 학술단체에서 의견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전문가 및 학술 단체가 함께 모여서 중대재해 예방과 노동자·시민의 안전권 실현을 위한 방법을 다각도로 연구·검토하고 사회적으로 알려나갈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하게 되어, 2021년 7월 중대재해전문가넷 발족을 위한 준비모임을 결성하였습니다. 8월 18일에는 준비모임 이름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고 기자회견을 하였습니다. 이러한 준비모임 활동을 거쳐, 2022년 2월 22일 중대재해전문가넷을 창립하였고 창립기념 심포지움을 개최하였습니다.
현재 중대재해전문가넷에는 13개 학술단체 및 전문가단체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고 개인회원으로 130명이 가입하고 있습니다. 의학, 법률, 사회학 등 여러 분야의 학자와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는 장점을 살려, 중대재해와 안전권 문제에 대해서 다각도로 검토하는 세미나를 매주 열고 있습니다. 오늘 발표하는 의견서 내용도 4차례에 걸쳐 토의하는 자리를 가진 후 최종 작성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의견서는 다양한 분야 학자, 전문가 들의 철저한 검토를 거친 것으로, 이후 시행령 개정과 법 집행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반영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경과요약
2020년 12월 17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촉구 학자 전문가 공동선언, 2,164명 참여.
2020년 12월–2021년 1월 산업노동학회, 대한직업환경의학회, 법학자와 변호사 등 단체에서 각각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에 관한 의견서 제출
2021년 7월 중대재해전문가넷 준비모임 발족
2021년 8월 19일 준비모임 명의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안 의견서 제출과 온라인 기자회견
2022년 2월 22일 중대재해전문가넷 창립 총회와 창립기념 심포지움 개최
2022년 6월 엄정한 법집행과 시행령 개선 의견서 검토 세미나 4차례 실시
12일 화물운송 안전운임제 및 드라마 미남당 제작스태프 해고 사건 공개토론회
16일 드라마 미남당 제작스태프의 건강과 안전 보장을 위한 성명서 발표
2022년 7월 7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엄정한 집행과 시행령 개정 등에 대한 의견서」 제출 및 기자회견
회원 : 노동건강정책포럼, 노동권연구소,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민주노동연구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 사회건강연구소, 시민건강연구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의사회 및 개인회원 130명
* 공동대표 : 강태선, 권영국, 김현주, 신희주(가다다순)
2. 의견서 제출취지
신희주(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 |
중대재해처벌법이 단순히 경영책임자의 처벌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처벌을 통하여 궁극적으로는 기업으로 하여금 ‘안전보건관리체계’와 같은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구조적·체계적 안전장치를 갖추도록 하려 하는 것이 이 법의 본래 의도입니다.
최근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 대표발의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었습니다. 또 정부가 2022. 6. 16.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가운데에는 법무부 주도로 이 법의 시행령을 개정하여 “법무부장관의 인증을 받은 기업의 경우 산재가 발생해도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처벌형량을 감경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새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중대재해처벌법 및 동법 시행령의 개정방향이 동법의 입법취지에 부합하는지, 특히 법률의 위임 없이 시행령을 통해 인증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고 헌법 제75조의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하는 것은 아닌지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산업안전분야 인증제도를 법무부의 소관사무로 하는 것이 행정체계적으로 정합성이 있는지, 이 문제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법무부에 의해 이와 같은 인증제도가 운영될 경우 부실 운영이 될 우려는 없는지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저희 중대재해전문가넷은 이 법이 단지 상징적인 선언에 머무르지 않고 본래의 목적인 산업 및 시민재해의 예방과 감소를 위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인 법집행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제출된 경영계의 건의 내용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게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 내용이 중대재해 예방에 미치게 될 영향에 대하여 전문가적 관점에서 면밀히 검토하여 엄정한 법 집행과 시행령 개정에 대한 의견을 발표하고, 저희 의견서를 국민의 생명 안전에 대한 최고책임자이며 정부 각 부처의 적극적 역할을 끌어 낼 수 있는 행정부 수장인 윤석렬 대통령에게 제출하고자 합니다.
3. 엄정한 법 집행에 대한 의견
김영남(민주주의법학연구회 기획부위원장) |
10년이 넘는 오랜 기간, 많은 사람들이 노력과 희생의 결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었고, 이 법을 어떻게 집행할 것인가는 법률을 만든 것만큼이나 중요한 과제입니다. 법률의 효력은 (제정이 아니라) 그 집행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를 가장 먼저 조사·수사하는 일선 특별사법경찰 당국으로서 이 법을 집행하는 1차적 기관입니다. 또 검찰은 근로감동관에 대한 수사지휘권 및 기소권과 같이 실제로 이 법이 작동하기 위한 핵심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법원은 이 법 위반행위에 대한 구체적 판결을 통해 이 법의 실효성을 좌우하는 최종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우리는 고용노동부와 검찰, 법원 등 수사 및 사법기관들이 중대재해의 획기적 감소라는 이 법 제정 취지를 살리도록 다음과 같이 법을 적용, 집행하기를 바랍니다.
4.1. 고용노동부
첫째, 고용노동부는 사업장 안에서 발생하고 사업주가 사고의 발생을 최초로 보고하게 된다는 중대산업재해의 특성을 고려하여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핵심이 되는 초기의 증거확보와 보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둘째, 시행령에서 요구하는 9가지의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에 대해여 경영책임자가 평소 어떻게 관리를 해왔는지를 직접 듣는 것이 조사의 핵임이 되는 만큼, 고용노동부는 대리인이 아닌 의무의 주체인 경영책임자를 출석하게 하여 조사해야 합니다.
셋째, 중대재해사고는 역설적으로 발생 직후가 재발방지를 위한 최적기입니다. 따라서 고용노동부는 경영책임자를 출석하게 하여 경영방침을 비롯한 법령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적극적으로 배포함으로써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 조사 초기에 조사 당국임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합니다.
넷째, 벌써부터 중대재해가 뚜렷하게 줄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그러나 재해율, 특히 사망 관련 지표는 가장 늦게 바뀌는 후행지표라는 것은 공인된 사실이므로 이러한 비판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재해 예방에 기여하는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관련 선행지표를 발굴·개발해야 합니다.
다섯째, 지난해 산업안전보건본부가 설치되고 공무원이 증원되는 등 중대재해처벌법 집행을 위한 최소한의 행정체계는 마련되었습니다. 이 행정체계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일선 지방청의 조사 기능보다 본부의 중대재해처벌법 집행 전략기획 기능을 먼저 증대해야 합니다. 따라서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집행의 실효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본부를 중심으로 인력과 예산을 편성해야 합니다.
또한 지방청의 법 집행에 필요한 각종 훈령과 예규를 개발하고 조사 매뉴얼을 구체화하는 한편, 경찰, 검찰 등과 공조를 통해 적절하고 효율적인 수사를 할 수 있도록 양해각서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통하여 검찰의 수사지휘 또는 경찰의 수사가 재발방지 및 안전에 역행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감시를 해야 합니다.
끝으로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안법에 따른 수사는 법 위반 적발과 책임자 처벌을 목적으로 하며, 재해의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의 교훈은 이와는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수사와는 별개로 독립적인 원인 규명과 교훈 도출을 목적으로 조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4.2 검찰
검찰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행위에 대한 수사와 기소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해야 합니다. 7월 4일 현재까지 고용노동부에 의해 모두 12건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었음에도 지금까지 이 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은 단 한 건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법을 처음 적용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시행 5개월이 지나가고 이미 이 법 위반행위의 혐의가 있는 사건이 80여 건이 넘는 상황에서 오직 한 건의 기소만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중대재해 문제에 대해 검찰이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합니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행위에 대한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근로감독관은 특별사법경찰관리로서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습니다. 따라서 양 기관의 협조, 특히 검사의 적극적인 태도가 없다면 이 법 위반행위에 대한 수사는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이런 점에서 일반 범죄의 경우와는 다르게 중대재해처벌법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기소는 물론 수사과정에 대해서도 검찰의 역할이 결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검찰의 법 집행 의지가 대단히 미약하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기소는 물론 적극적인 수사지휘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정비 중인 크레인의 오작동으로 인해 노동자가 안전벨트에 압착되어 사망한 동국제강 사건의 경우,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지만, 검사의 지휘가 없어 7월 4일 현재까지 입건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4.3 사법부
마지막으로 사법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고,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사업 또는 사업장의 위험을 방치함으로써 중대재해의 발생을 야기한 경영책임자에게 그에 걸맞는 중형을 선고해야 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에게 구체적인 안전 보건 확보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법인 또는 기관의 경영책임자는 안전 보건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그 의무를 태만히 하고 자신이 경영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위험을 방치함으로써 중대재해가 발생하였다면, 그에 걸맞는 중형을 선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면에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에 최선을 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의해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라면 결과 발생을 회피할 수 있는 현실적 가능성이 없었음을 구체적인 양형판단에서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의 구성요건은 이 법이 규정하는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하여 중대재해라는 결과에 이르게 한 것인바, 이러한 구성요건은 여타 범죄의 경우에 비해 그 행위 유형이 매우 다양합니다. 따라서 실제 사건을 재판함에 있어 법원은 피고인인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의무의 성실한 이행을 위하여 어떠한 노력을 해왔는지를 면밀히 살펴보아 범죄의 성부 및 양형에 관한 판단에서 적극적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4. 경영계의 건의서에 대한 검토의견
1) 시행령 개정의견의 위헌성 : 강은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 대한 경총의 개정안은 위헌 소지가 있는 부분들이 다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75조는 대통령령을 제정할 수 있는 경우에 관하여 1)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을 정하는 대통령령(위임명령) 2)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하는 대통령령(집행명령)의 2가지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분에 따르면 법률의 위임 없이 만들 수 있는 시행령은 오로지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을 집행하는데 필요한 세칙을 정하는 ‘집행명령’뿐입니다. 따라서 국회에서 정한 법률의 위임이 없는 상태에서, 법률의 내용에 없는 대통령령은 위헌적입니다.
또한 대한민국 헌법 제107조제2항은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고 정합니다. 따라서 향후 법원의 판결로써 위헌적인 대통령령 규정의 효력이 부정될 경우, 법적 안정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것입니다. 설령 법원에 의해서 대통령령이 위헌으로 결정되더라도, 그 결정이 내려지기까지는 법률이 ‘무력화’된 상태에 놓여집니다.
법률의 위임이 없음에도, 경총의 시행령 개정안이 법률 내용을 축소하거나 왜곡하여 정하고 있어 위헌적인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관련법률 |
경총의 건의안 |
비고 |
제2조제2호다목 |
직업성 질병자 기준 |
법률상
위임
근거
없음 |
제2조제9호가목 |
경영책임자의 정의 |
재해발생시 재발방지대책 수립 및 이행조치 |
제4조제1항제2호 |
관계 법령에 따른 개선·시정 명령사항 이행조치 |
제4조제1항제3호 |
도급, 용역, 위탁 관계에서의 안전 및 보건확보 의무 |
제5조 |
구체적으로,
첫째, 제2조제2호다목 직업성 질병자 기준에 관하여 법 제2조 제2호 다목에서 직업성 질병자 인정기준으로 대통령령으로 위임한 범위는 ‘직업성 질병의 종류’임이 명백합니다. 본 법 제2조 제2호은 직업성 질병이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①동일한 유해요인으로 ②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별표1]에 규정된 직업성 질병자가 ③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하는 경우로 직업성 질병이 중대산업재해로 인정되기 위한 기준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이 조항이 문언적으로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은 직업성 질병의 종류에 한정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행령 [별표1]에 6개월 이상의 치료기간을 명시하자는 경영계의 주장은 위임의 범위를 넘어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직업성 질병 인정범위를 시행령을 통해서 축소시키자는 것으로 위헌적입니다.
둘째, 법 제2조 제9호 가목에서 경영책임자란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총 개정안은 시행령에 경영책임자의 정의에 대하여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있는 경우 경영책임자를 면책하는 규정을 신설할 것을 건의합니다.
이는 국회에서 정한 법률의 위임이 없는 상태에서, 법률의 내용을 무시하고 법률로 직접 정한 ‘정의조항’의 의미를 변경하는 대통령령을 제정하려는 것으로 지극히 위헌적인 발상입니다.
마지막으로, 법 제5조의 법 제4조의 조치를 하여야 하는 도급, 용역, 위탁 등의 범위를 해당 법인의 사업목적 수행과 관련성이 있는 도급 등으로 대통령령이 법률의 내용을 축소하는 것은 앞서 본대로 법률에서 위임하지 아니한 부분에 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고자 하는 것으로 위헌적입니다.
4. 경영계의 건의서에 대한 검토의견
2) 직업성 질병의 범위 : 방예원(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의사회) |
직업성 질병 역시 업무상 사고와 같이 노동환경의 유해위험요인으로부터 발생하는 산업재해이고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관리할 책임은 사업주에게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업성 질병자가 다수 발생하거나 직업성 질병으로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를 중대산업재해로 정의하여 법을 적용해야 합니다. 최근 경영계의 건의 내용은 직업성 질병을 중대재해헤서 제외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직업성 질병의 예방에 대해서 사업주가 사실상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의견과 같습니다.
특히 한 해에 약 500명이 뇌심혈관계질환으로 과로사를 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직업성 질병 사망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며, 과로를 방지함을 통해 예방가능성이 충분한 문제라는 점을 생각할 때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또한 급성 중독에 대하여 중증도 기준을 적용은 불필요합니다. 급성 중독은 조기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회복불가능한 손상을 초래하는 질병입니다. 더군다나 이는 작업환경에 대한 규제가 없던 산업사회초기에 주로 보고되는 질환으로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의무가 제대로 확보된다면 사실상 발생하기 어려운 질환이기 때문입니다.
“직업성 질병자”의 범위는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관리할 책임이 경영책임자 등에게 있다는 점과 우리 사회의 직업성 질병 문제의 심각성을 생각할 때 현재의 시행령보다 더 후퇴해서는 안 됩니다.
4. 경영계의 건의서에 대한 검토의견
3) 경영책임자 등의 의무 :손익찬(변호사, 중대재해전문가넷 집행위원) |
“경영책임자 등”에 관하여 경영계의 건의요지는, 기업이나 단체의 대표자에 준해서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선임되어 있으면 대표자는 면책시키는 규정을 만들어달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이 법을 없애자, 또는 이 법이 없었던 시절로 돌아가자’는 것과 다름없는 이야기입니다. 현재 사망사건이 발생하면, 그 법인에서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선임된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산안법을 준수할 책임이 있다고 보고, 수사와 처벌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고경영자의 무관심과 부주의가 고쳐지지 않는다고 보아서 이 법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이 법은 대표자 등 경영책임자에게 중대재해 예방에 관한 의무를 지우고, 이들의 잘못이 없는지를 따져보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경영계의 의견은 안전보건관리책임자보다 한 단계 더 위의 관리자를 한 명 더 두고 그 사람을 대표자를 대신해서 처벌받게 하자는 것이어서, 이 법을 없애자는 주장과 다를바 없는 것입니다.
도급 등 관계에서 경영책임자의 의무제한에 관하여 경영계의 건의요지는, 1) 도급 등이 있는 경우에 ‘해당 법인의 사업 목적 수행과 관련성이 있는 도급’의 경우에만 도급인이 책임을 져야 하고, 2) ‘임대’나 ‘발주’의 경우에는 제외하자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현행 산안법조차도 도급인의 사업장 내인 경우에서의 도급, 그리고 21개 위험장소에서 도급이 이뤄지는 경우에는, 도급의 내용이나 목적과 무관하게 책임을 지게끔 되어있습니다. 즉 경영계의 주장은 도급인이 책임지는 범위에 관하여 산안법보다도 못한 법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도 건설현장이나 조선소에서는, 업무를 지시하는 원청이 ‘임대’나 ‘발주’라는 표현을 악용하면서 도급인이 져야 할 법적 책임을 피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설령 실질적으로 ‘임대’나 ‘발주’에 해당해서 도급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현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기 때문에 이들의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임대’나 ‘발주’의 경우에는 도급에서 빼자는 것도 결국 이 법을 만들기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것과 다를바 없습니다.
4. 경영계의 건의서에 대한 검토의견
4) 정보공개 : 김예찬(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
저는 중대산업재해가 일어나도, 어느 사업장에서 사고가 일어났는지, 재해의 내용과 원인은 무엇인지, 사고에 대한 후속처리는 어떻게 되었는지 바로 알기 어려운 중대재해처벌법 공표 제도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공표 조항을 둔 취지는 산업재해 예방에 힘쓰지 않아,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해친 기업이 어느 곳인지 시민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살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법의 취지가 제대로 지켜지기 위해서는 사건의 정보들이 최대한 빨리 공개되고, 또 오랜 기간 자료로 남아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서는 이러한 취지에 맞지 않게 사건 정보의 공개를 늦추고, 또 공개 기간도 겨우 1년으로 제한하는 독소 조항들이 존재합니다.
현재 시행령에서는 ‘안전 보건 확보 의무 위반‘이 법원에서 확정이 된 후에야 사건의 내용에 대해 공개하도록 정해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가 악용될 경우, 사건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사라질 때까지 재판이 질질 끌리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재판이 오래 걸릴 경우, 명단 공개가 한 없이 지체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시민의 알 권리를 ‘나중에 알 권리‘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는 조항입니다. 미국처럼 아예 법 위반으로 기소된 경우에 대해 그 내용을 모두 공개하거나, 아니면 구체적인 의무 위반 사실이 드러나는 1심 재판이 끝나면 지체없이 공표하도록 기준을 바꿔야 합니다.
게다가 개인정보도 아닌 내용에 대해, 공개기간의 제한을 두는 경우는 정부의 다른 공표 제도에서 찾아보기 힘든 제약입니다. 어느 기업이 중대재해에 대한 책임이 있는지, 공개 기간을 제한하지 않고 계속 공개하도록 시행령의 내용을 바꿔야 합니다.
사고에 대한 기록과 정보가 사라지지 않고 국가가 공개하는 정보로 남아야, 시민들 역시 산업재해의 심각성을 잊지 않고, 기업 역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라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개선하고, 보완해 나가길 요구합니다.
4. 경영계의 건의서에 대한 검토의견
5) 교육수강 : 문다슬(시민건강연구소, 중대재해전문가넷 운영위원) |
경영계는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이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수강 역시 과도하다고 주장합니다. 여전히 중대산업재해을 어떤 ‘예외’라 생각하는 것일까요?
경영계는 시행령에 “교육수강 대상” 조문을 신설하여 유죄확정을 판결 받은 경영책임자에 한해 교육을 듣도록 하고, 20시간의 교육은 너무 과도하니 6시간으로 수정하자는 것입니다. 유무죄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가 안전보건교육을 20시간 수강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며, 이는 과잉제재이자 실효성도 없다고 주장합니다. 무죄선고 가능성이 있음에도 경영자 지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교육수강을 강제하는 것은 사실상 결과책임을 묻는 것이니 매우 불합리하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법 위반의 책임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교육을 이수토록 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도 주장합니다.
교육수강은 재해예방을 위해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확보의무를 다하도록 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재해의 내용과 그 원인에 관해 적절히 조사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재해는 그 내용과 원인이 다양한 만큼 어쩌면 20시간은 많다고 볼 수 없습니다. 안전보건경영체제 표준에 관한 시중 교육시간이 일반적으로 34시간이라고 할 때 오히려 짧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약식명령 유죄 확정시 책임자는 200시간 즉, 1개월까지 수강할 수 있음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20시간 즉, 3일이라는 교육시간이 과도한 제재도 아닙니다.
중대재해처벌법 교육수강명령의 목적은 다름이 아니라 재해예방을 위해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확보의무를 다하도록 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5. 입장문 : 대통령과 집권여당에 드리는 글
권영국(변호사,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 |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채 반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이 법이 모호하고 처벌이 과도하여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법과 시행령에 대한 개정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정부와 여당의 움직임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경위와 배경을 몰각한 것으로 매우 신중하지 못한 처사로 보입니다.
1981년에 산업안전보건법이 제정되었으나, 산업안전분야는 기업의 경영책임자에게 어떤 책임도 물을 수 없을 만큼 자율적으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자율을 넘어 자유방임 상태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산업재해는 노동자 개인이나 중간관리자들의 부주의나 관리 소홀에 기인하는 것으로 처리되었고, 노동자들의 안전과 생명은 기업의 생산과 이윤 추구에 불가피한 현상으로 치부되었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매년 산업재해로 2,000여명이 목숨을 잃는 OECD 국가 중 산재사망률 1위의 오명에서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기업의 끊이지 않는 산업재해 문제는 위로 올라갈수록 권한과 이익은 독점하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구조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 대표적인 책임 면탈 구조가 바로 원·하청 기업구조와 행위자 중심의 산업안전보건법 체계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반성적 고려에서 제정된 법률이 바로 중대재해처벌법이었고, 이 법을 통해 안전에 대한 최종 결정권한을 가진 법인 또는 기관의 경영책임자에게 직접 안전의무를 부과하고, 그 의무를 위반해 사람이 사망하면 처벌하자는 것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이익을 독점하고 결정 권한을 가진 원청과 경영책임자에게 권한에 비례하는 책임을 부여함으로써 산업재해를 예방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입니다. 이윤을 차지하고 결정권한을 가진 자가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에서는 안전은 구두선일 뿐입니다. 지난 4일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적용대상 기업에서 사고사망자수가 약 20%가량 감소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제 그 효과가 조금씩 드러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권한과 책임을 서로 연계시켜 실질적인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생명과 안전을 우선하는 기업문화를 유도하자는 것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취지입니다. 그럼에도 법이 제대로 시행되기도 전에 재계와 사용자단체의 일방적인 요구에 부응해 기업 규제완화라는 명목으로 기업과 경영책임자의 안전의무와 책임을 완화하고자 법령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안전한 일터를 희망하는 국민적 염원을 저버리는 일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지난 노동절에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의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노동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 사회는 더 이상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어렵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 말이 진심이라면 정부와 집권여당은 안전에 대한 기업과 경영책임자의 의무를 축소하고 책임을 완화하려는 퇴행적 추진을 멈춰야 합니다. 중대재해의 획기적 감소라는 법 제정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중대재해처벌법을 제대로 적용하고 집행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사람의 목숨만큼 소중한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