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재탕이다!
–고용노동부장관의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 발표에 부쳐–
어제(6. 23.) 고용노동부장관은 노동시간 증가와 임금체계 개편을 골자로 하는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하였다. 구체적인 내용은, 연장 노동시간의 ‘월’ 단위 관리,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확대, 스타트업·전문직의 노동시간 규제 예외 등 노동시간 증가 정책과 연공급 임금체계의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로의 전환 등 임금체계 개편이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사용자의 편의에 따라 노동시간은 불규칙한 방식으로 증가할 것이고(예를 들면, 현재 근로기준법상 ‘일’ 단위 연장노동의 상한이 없는 것도 문제인데, 여기에 ‘주’ 단위 연장노동의 상한도 폐지하여 ‘월’ 단위로 연장노동을 관리하면 주당 90시간이 넘는 연장노동이 가능해지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로 인한 노동자의 건강권 침해와 실질적인 임금 삭감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도 주 최대 52시간이라는 노동시간법제의 원칙이 다양한 변칙적인 제도(선택근로제, 탄력근로제, 재량근로제, 간주근로제, 특별연장근로, 특례업종, 노동시간법제의 적용 제외 등)의 확대로 형해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최장 노동시간 국가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변칙적 제도가 확대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또 다시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을 추진한다면 노동시간법제는 무력화 될 위험마저 있다.
ILO는 2019년 발행한 ‘일의 미래 보고서’에서 일, 주당 최대노동시간 설정을 포함한 노동시간 규제를 보편적 노동권의 하나로 명확히 한 바 있는데, 이번 발표는 오히려 이에 역행하는 것이다.
한편, 현재의 상황에서 연공급 폐지는 임금의 하향평준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직무·성과 평가의 한계로 혼란만 가중될 것이다. 한국의 임금체계에서 가장 큰 특징은 연공급이 아니라 기업별 임금체계다. 동일 직무에 대한 기업별 임금격차는 연공급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원하청 구조의 노동시장 양극화 등으로 인한 것이다. 지금 당장 추진할 임금정책은 혼란만 야기할 연공급의 폐지가 아니라 초기업교섭 활성화, 단체협약 효력확장제도의 실질화 등을 통해서 기업별 임금격차를 실질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다.
이번 장관의 발표 내용은 지난주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의 연장선이다. 경제정책에 종속된 노동정책일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이익에 최대한의 방점을 둔 것들이다. 정작 장관 스스로 인정한 장시간 노동에 대한 해결책이나 과로 방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제시는 전무하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노동시장 영역에서 매우 편향적인 정책구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어제 발표된 정책이 현실화되면 가장 기본적 노동조건인 임금과 노동시간에 있어 사용자의 일방성은 강화될 것이고, 노동자는 ‘시간주권’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노동운동 출신의 장관이라 하여 기대가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장관 부임 초기부터 경제부처 장관과 같은 행태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어제 발표된 내용은 사실 새로울 것도 없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늘 나왔던 정책의 반복일 뿐이다.
선진국에서 주 35시간제 도입까지 논의되는 마당에 주당 90시간도 가능하게 하는 암울한 노동시장을 만들어내는 것에 몰두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장시간 노동과 노동시장 양극화에 대한 해법 마련, 다양한 고용형태에 대한 규범적 보호방안 마련 등이 긴요한 시점이다. 무늬만 ‘개혁’이 아닌 진정한 개선이 필요하다.
2022. 6. 24.(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이 용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