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위][성명] 문화재청은 한국인과 외국인 어린이에 대한 궁능 관람요금 차별을 시정하라.
[성명]
문화재청은 한국인과 외국인 어린이에 대한
궁능 관람요금 차별을 시정하라.
2022. 4. 26.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5월 궁능 무료·특별 개방 안내’를 통해, 2022. 5. 5. 어린이날에 만 12세 이하 어린이의 동반 보호자 2인의 무료 입장 방침을 밝히면서, “외국인 어린이 제외”라는 내용을 붙였다. 우리 모임은 제정 100주년을 맞는 이번 어린이날에 한국인과 외국인 어린이를 차별하는 문화재청의 행태에 분노하며, 이러한 차별행위를 신속하게 시정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문화재청은 만 24세 이하의 한국인과 만 6세 이하의 외국인에게 궁능 관람요금을 상시 면제하는 정책을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만 7-12세 한국인 어린이의 보호자에 대해서 특별히 관람요금을 면제하는 혜택을 부과하는 것일 뿐, 외국인 어린이를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연령대의 어린이들이 대부분 보호자를 동반하여 궁능에 입장해야 한다는 사실은 외국인들도 마찬가지이다. 누구에게나 쉽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합당한 이유 없이 외국인 어린이들의 보호자에게만 제공하지 않는 이번 조치는 결국 외국인 어린이들을 보호자의 국적 등을 이유로 부당하게 차별하는 것이다. 또한 문화재청이 정한 다른 무료개방기간(대통령 취임일, 궁중문화축전 기간 등)에는 모든 시민들에게 차별 없이 궁궐을 개방함에도 유독 어린이날에만 외국인 어린이들과 보호자를 배제할 이유도 없다.
문화재청의 이번 조치는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 보장된 비차별 원칙을 위반한 것이며, “당사국 영토 내에 있는 모든 아동이 동등하게 출생시 등록되고, 보육시설, 교육, 보건, 복지, 여가 등 국가 지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 내용에도 반하는 것이다. 「아동복지법」 제2조 제1항에 규정된 아동에 대한 차별금지 이념에도 어긋난다. 궁능을 방문하는 외국인 어린이들 중 상당수는 한국인들과 한국 사회에서 함께 생활하고 성장하고 있는 이주배경 아동들이다. 이러한 이주배경 아동들에 대한 차별 조치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아동의 정체성 형성 및 발달 과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최근 중국인들의 지방선거 투표권 행사를 막아야 한다는 정치적 선동이 기승을 부리는 등 이주배경 주민들에 대한 혐오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재청의 이번 조치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혐오를 더 부추길 우려가 크다.
문화재청이 이번 조치를 ‘차별’이 아닌 ‘혜택’으로 설명한 것은 그동안 외국인과 한국인의 관람요금을 차등적으로 운영해왔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다. 국립수목원, 국립생태원 등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문화 시설은 대부분 한국인과 외국인의 입장료 구분을 두지 않고 있다. 이번 어린이날에 문화재청이 외국인 어린이들과 보호자들에게 동일한 ‘혜택’을 특별히 부여한다고 하더라도, 7세 이상의 외국인 어린이들과 한국인 어린이들의 관람요금을 차별하는 정책이 계속 유지된다면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게 된다. 관람요금을 책정하기 위해 많은 요인을 고려해야 하지만, 적어도 만 18세까지의 아동에 대해서는 국적과 관계없이 관람료를 면제하는 등 모든 아동에게 문화서비스를 동등하게 제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관람요금 정책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재청은 성별 고정관념에 근거한 ‘궁능 한복착용자 무료관람 가이드라인’을 운영하다가 시민사회단체의 계속된 지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2019년에 국가인권위원회의 개선 권고를 받고서야 문제 규정을 개정한 부끄러운 전력이 있다. 우리 모임은 문화재청이 이번 조치의 문제점에 대해 분명하게 사과하고, 차별 조치를 신속하게 시정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또한 문화재청을 비롯한 공공기관이 이번 사건을 거울삼아 외국인 어린이에 대한 각종 차별을 철폐할 것을 요청한다.
2022년 4월 28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