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채용비리 하나은행’ 함영주 부회장의 치졸한 법정투쟁
은행권 채용비리 마지막 재판이자 채용비리 단죄할 마지막 기회, 법원은 강력한 처벌로 정의 구현해야
– 3년 8개월 동안 전례 없는 ‘시간 끌기’로 무죄 주장한 함영주 부회장, 반성의 기미 전혀 없이 자리보전하며 수억 원의 연봉 챙기고, 차기 회장까지 내정
– ‘스펙, 학벌 있으면 면죄부’라는 신한은행 재판 결과처럼, 법원이 또 다시 궤변으로 논리 조작 자행한다면 이 사회의 법과 원칙 무너트리는 것
지난 1월 14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하나은행 채용비리 사건의 주범인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하 ‘함 부회장’)에 대한 결심공판이 진행되었다. 검찰은 함 부회장에게 징역 3년, 벌금 500만 원을 구형하였고, 법원은 2022. 2. 25.을 판결 선고기일로 잡았다. 2018. 6. 14. 공소가 제기된 이후 무려 3년 8개월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제1심판결이 선고되는 것이다.
함 부회장은 두 가지 범죄사실로 기소되었다. 첫 번째는 2015년과 2016년 하반기 공채 당시 이루어진 채용 청탁으로 함 부회장이 인사업무를 방해한 혐의다. 함 부회장은 서류전형, 합숙면접, 임원면접의 전형마다 인사담당자에게 특정 지원자를 ‘잘 살펴보라’라고 지시하였고, 그 지시를 받은 담당자는 점수를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특정 지원자를 해당 전형에서 통과시켰다. 두 번째는 2015년과 2016년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 당시 함 부회장이 남녀 합격자 비율을 약 4:1로 정하여 선발할 것을 지시하여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혐의다.
다른 채용비리 재판과 비교하면 함 부회장은 지나치게 오랜 기간 재판을 끌어왔다. 우리은행 이광구 전 은행장의 경우 공소가 제기(2018. 2. 2.)된 이후, 1심판결(2019. 1. 10.)과 항소심을 거쳐 2020. 2. 13. 판결이 확정되었다. 8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공소 제기부터 판결 확정까지 2년이 걸린 것이다. 가장 더디게 진행된 신한은행 조용병 회장의 채용비리 재판도 공소가 제기(2018. 9. 17.)된 이후, 제2심판결(2021. 11. 22.)과 대법원에 상고심 사건이 접수(2021. 12. 10.)된 것을 따져보면 사실심이 약 3년 3개월간 진행되었다. KB국민은행 채용비리 관계자들(경영지원그룹 부행장, 인력지원부장, HR본부장 등)에 대한 판결(징역 10월 ~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2022. 1. 14. 대법원에서 확정된 것만 보더라도 함 부회장이 얼마나 ‘시간 끌기’를 하였는지 가늠할 수 있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유사한 채용비리 행위로 시중은행의 은행장 또는 임원들에 대한 유죄가 줄지어 선고되었고, 최악의 경우 법정구속이 되기도 하였다. 즉, 함 부회장은 임원의 자리를 유지하면서 그룹 내 세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연봉과 성과급까지 챙기기 위하여 재판을 최대한 미루는 방식으로 치졸하게 ‘시간 끌기’한 것이다. 그러던 중 함 부회장은 지난 2021년 11월 신한은행 조용병 회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신청한 증인에 대한 신문까지 철회하면서 법원에 빠른 결심을 구하였다.
조용병 회장 항소심 판결에서 법원은 일부 지원자가 나름의 자격을 갖춘 자로 해당 지원자를 부정합격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고, 합격과정에서 조용병 회장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즉, 법원은 부모의 인맥으로 부정한 청탁을 했어도 학벌과 스펙만 좋으면 면죄부를 부여할 수 있다는 궤변을 펼쳤고, ‘부정합격자’에 대한 상식적인 개념도 축소하면서 논리 조작을 자행했다. 결국 함 부회장은 신한은행 조용병 회장의 판결과 같은 논리라면 중형을 피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시간끌기를 중단한 것으로 의심된다. 수뇌부에 면죄부를 부여하는 법원의 무책임한 판결은, 사회에 ‘비리 허용’이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시민사회단체에서 수없이 경고했던바, 실제로 시그널이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개탄을 금할 수가 없다.
설령 하나은행 채용비리에 법원의 궤변을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함 부회장은 무죄를 주장하기 어렵다. 하나은행 인사담당자가 전형별로 관리한 ‘채용 추천자 리스트’에는 함 부회장이 “잘 살펴보라”라고 지시한 추천자들의 인적사항, 수험번호 등과 함께 ‘長’이라는 글자가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었다. 함 부회장이 직접적으로 인사에 관여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부분이다. 또한, 함 부회장은 최후 변론에서 “인사부장에게 지인 등의 지원 사실을 전달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생각이 짧았다.”라고 하면서 “인사부장이 기준을 어겨서까지 합격시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본인이 지인 자녀 등 지원 사실을 인사담당자에게 전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채용비리의 고의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은행장이 소속 직원에게 특정 지원자를 잘 살펴보라고 한 행위는 그 자체가 채용업무의 적정성을 해치는 것이고, 의도와 상관없이 함 부회장이 ‘잘 살펴보라.’라는 지시를 전형마다 반복하였다면 인사업무 담당자로서는 위계에 의하여 은행장의 청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함 부회장은 비상식적인 주장을 반복하면서, ‘내로남불’의 전형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함 부회장의 행위에 대하여 법원에 강력한 처벌을 촉구한다.
하나은행의 시간은 다른 은행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부정입사자 퇴출이나 피해자 구제에 대한 논의는커녕 이제 겨우 제1심판결이 선고되는 형국이니 말이다. 함 부회장이 재판을 미루면서 이득을 보는 동안, 채용비리 피해자들은 3년 8개월간 지지부진한 절차 진행으로 고통을 받아왔고, 부정입사자는 고액의 연봉을 받으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따라서 법원은 자신의 행위를 전혀 반성하지 않고 청년들을 기만하면서 자리를 보전한 함 부회장을 엄벌하여야 한다. 하나은행 재판은 5년째 이어진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의 마지막 재판으로서, 사법부가 비리 행위자를 단죄할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사법부는 함영주 변호인단의 ‘시간끌기’에 적극적으로 동조하였고, 그 결과 함영주 부회장은 2022. 2. 8. 하나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되었다. ‘채용비리’ 사건에 ‘사모펀드’ 제재까지 고려한다면 ‘회장 후보’가 될 자격이 없음에도, 함영주 부회장이 후보로 추천된 것을 보면 시간끌기 작전이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가 또다시 자신에게 유리한 판례를 끌어모아 ‘논리 조작’을 펼치는 함 부회장의 손을 들어준다면, 이 사회의 법과 원칙을 사법부 스스로 무너트리는 것과 다름없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듯이, 사법부가 고의로 절차를 지연시킨 피고인을 엄벌하여 지금이라도 정의를 구현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사법부가 전관 출신 변호인단을 ‘배려’하여 4년간 소송을 지속하면서, 지연된 사법정의로 인하여 채용비리와 사모펀드 주범이 적시에 평가를 받지 못하였고 피해자들의 고통이 가중되었다. 따라서 함 부회장을 비롯한 은행의 비리를 속죄하기 위해서라도 사법부가 법과 원칙에 입각한 상식적인 판결을 내려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2.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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