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논평]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근로자건강센터 직원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판결을 수용하고 즉시 직접 고용하라.

2021-09-10 96

[논평]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근로자건강센터 직원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판결을 수용하고 즉시 직접 고용하라.

 

1. 광주지방법원(제13민사부)은 2021. 9. 2. 광주근로자건강센터 前 직원인 문길주 씨가 고용노동부 산하의 피고 안전보건공단이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할 것을 요구하며 제기한 불법파견 소송에서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근로자건강센터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과 노동자를 위한 직업병 예방을 위하여 운영되는 기관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안전보건공단과 민간기관인 조선대학교 산학협력단 사이에 센터 운영에 관한 위탁운영 계약이 체결되어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업무상 지휘명령을 피고 공단 직원이 하고, 피고 공단의 주관하에 전국단위로 직업병 예방을 위한 각종 사업을 센터 직원들이 수행하였으며, 센터 직원들에 대한 교육도 피고 공단이 직간접적으로 주관하고, 위탁운영 계약의 목적이 포괄적이어서 특정 업무를 도급 주었다고 볼 수 없고, 위탁운영기관인 조선대 산학협력단이 센터 운영에 필요한 조직이나 설비를 갖추었다고 볼 수 없어 불법파견임을 인정하였다.

 

2. 안전보건공단과 그 감독기관인 고용노동부는 항소하지 말고 이 판결을 겸허히 수용하고 즉시 문길주 씨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 그리고, 문길주 씨뿐만 아니라 고용불안에 떨고 있는 전국의 센터 소속 직원들도 즉시 고용하여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안전보건공단은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으로 다른 어떤 정부기관보다도 노동법을 지켜야 할 책무가 강하다. 이들은 센터 직원들에 대한 업무지시가 불법파견의 요소가 강함을 알면서도, 또 외부로부터 수 차례 불법파견의 소지가 있음을 지적받았음에도 2011년부터 현재까지 시정 하지 않아 왔다.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위탁운영 기관은 ‘사업기간이 한정된 사업’임을 이유로 기간제법에 따른 정규직 고용의무 이행을 거부하여 왔고, 또 안전보건공단은 ‘파견이 아닌 업무도급’이라며 이런 상황을 나몰라라 했다. 그 결과 전국에 있는 200명 이상의 센터 직원들은 매년 고용불안에 떨어야 했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불안정노동을 조장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법원이 불법파견임을 명확히 확인해주었다. 그러므로 더 이상 변명할 길이 없다.

 

둘째, 파행적인 센터 운영의 피해자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이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산안법상 보건관리자 선임의무가 없으므로, 국가가 대신 직업병 예방활동을 한다는 것이 센터 운영의 목적이다. 뇌심혈관 질환, 근골격계 질환, 정신질환, 정신건강은 장기간의 관찰을 통해서 예방이 필요한 분야이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은 수입구조와 고용형태가 불안하므로 더더욱 국가의 개입 필요성이 크다. 그럼에도 지난 10여년간 위탁기관의 잦은 교체와 고용불안정으로 인한 센터 직원들의 잦은 이직으로 인하여, 장기적인 전략을 갖고 센터가 운영되지 못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받게 된 것이다.

 

셋째, 센터 운영을 민간기관에 재위탁한 것은 법률적 근거가 없으므로 불법이다. 산안법에서는 고용노동부장관이 노동자의 건강을 유지‧증진하기 위한 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 정하고 이를 안전보건공단에 위탁할 수 있다고 정한다(제11조 제3호, 제165조 제2항 제2호). 그런데 이 업무를 민간기관에 재위탁 할 수 있다는 법령상 근거는 없다. 그러나 정부조직법 제6조 제3항에서는 정부업무의 위탁은 반드시 “법령으로” 정해야 한다고 정한다. 근로자건강센터의 경우 2011년부터 사업이 시작되어 매년 174억원의 예산을 사용하고 226명이 고용되어 있음에도(2020년 기준) 위탁운영의 근거 자체가 없는 것이다.

 

3. 위와 같은 문제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은 문길주 씨를 비롯한 전국 센터 직원을 직접 고용하는 것뿐이다. 불법파견에 관한 기소와 처벌 사건수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스스로의 불법파견을 방치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그리고 소규모 사업장의 직업병 예방을 위한 장기적인 전략과 목표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도 반드시 직접 고용이 전제되어야 한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즉시 판결을 수용하고 직접 고용하라.

 

2021. 9. 10.(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고 윤 덕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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