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경제위][논평] 왕산마리나에 대한 인천광역시 지원금 환수를 위한 주민소송, 지방자치법상 주민참여제도의 실효성을 보장하는 취지의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을 환영한다.
[논평]
왕산마리나에 대한 인천광역시 지원금 환수를 위한 주민소송, 지방자치법상 주민참여제도의 실효성을 보장하는 취지의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을 환영한다.
1.대한항공이 인천광역시 중구 을왕동에 위치한 해양레저시설 왕산마리나의 매각을 추진하였다. 이곳은 대한항공이 100% 지분을 가진 왕산레저개발에 의하여 개발·운영되었다.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요트경기장으로 활용된 이래 지금까지 누적 적자액이 70억 원을 넘어 왕산레저개발은 모기업인 대한항공의 재정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왕산마리나는 요트 계류시설을 중심으로 요트투어, 조종면허시험 운영과 같은 해양레저 복합리조트를 지향하였으나, 그 운영이 지역관광 수요를 늘리거나 주민에게 시설을 개방하는 것과 같은 지역발전 및 지역주민들과의 공생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산레저개발은 전체 공사비 1,460억 원 가운데 인천광역시로부터 156억 원을 지원받았다.
이와 관련하여 지방자치법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위법한 예산 집행을 감시하는 주민감사청구와 주민소송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인천시민들은, 인천광역시가 민간투자로 유치되는 시설에 대하여는 사업비를 지원하지 못하게 한 국제대회지원법 시행령을 위반하고 156억원을 지원한 사실에 대하여 2015년 주민감사청구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인천광역시의 감사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400명에 달하는 인천시민들의 주민감사청구에 대하여 “주민감사 대상사무에 해당하고, 청구인 연서 요건 등을 충족”한다고 하면서도, 감사 청구에 대하여 각하 결정을 하였다.
대법원 판결 이유
2016. 5. 27.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감사청구심의회(이하 ‘이 사건 심의회’라고 한다)는 이 사건 감사청구의 내용이 주민감사 대상사무에 해당하고 주소나 주민등록번호, 이름 등이 불일치하는 사람을 제외하더라도 청구인 수가 300명 이상에 해당하여 주민감사청구의 다른 적법요건은 갖추었다고 보면서도, 이 사건 지원행위가 국제대회 지원법령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감사청구를 각하하기로 심의․의결하였다. 그에 따라 문화체육부장관은 2016. 5. 31. 주민감사청구의 대표청구인이었던 원고 OOO에게 위와 같은 심의․의결 결과를 통보하였다. |
2. 이에 청구인들은 다시 지방자치법 제17조 제2항 제4호에 따라 인천광역시장에 156억 원의 지원결정을 한 그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도록 요구하는 주민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1, 2심 법원이 주민소송의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며 각하 판결을 선고하였다. 지방자치법 제17조 제1항에는 주민감사청구에 대한 각하결정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법 제17조(주민소송)
① 제16조제1항에 따라 공금의 지출에 관한 사항, 재산의 취득ㆍ관리ㆍ처분에 관한 사항, 해당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매매ㆍ임차ㆍ도급 계약이나 그 밖의 계약의 체결ㆍ이행에 관한 사항 또는 지방세ㆍ사용료ㆍ수수료ㆍ과태료 등 공금의 부과ㆍ징수를 게을리한 사항을 감사청구한 주민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 그 감사청구한 사항과 관련이 있는 위법한 행위나 업무를 게을리 한 사실에 대하여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장(해당 사항의 사무처리에 관한 권한을 소속 기관의 장에게 위임한 경우에는 그 소속 기관의 장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을 상대방으로 하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1. 주무부장관이나 시ㆍ도지사가 감사청구를 수리한 날부터 60일(제16조제3항 단서에 따라 감사기간이 연장된 경우에는 연장기간이 끝난 날을 말한다)이 지나도 감사를 끝내지 아니한 경우
2. 제16조제3항 및 제4항에 따른 감사결과 또는 제16조제6항에 따른 조치요구에 불복하는 경우
3. 제16조제6항에 따른 주무부장관이나 시ㆍ도지사의 조치요구를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4. 제16조제6항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이행 조치에 불복하는 경우
② 제1항에 따라 주민이 제기할 수 있는 소송은 다음 각 호와 같다.
(…중략…)
4.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장 및 직원, 지방의회의원, 해당 행위와 관련이 있는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청구 또는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 다만, 그 지방자치단체의 직원이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변상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에는 변상명령을 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말한다. |
3. 주민소송 제도는 주민자치권을 보장하고 지방자치에 대한 주민참여를 확대하기 위하여 2005년 지방자치법의 개정과 함께 도입되었는데,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40여 건밖에 제기되지 않았고 단 1건만이 주민의 일부 승소였다. 그도 그럴 것이 주민소송은 공익소송의 성격이 강해서 원고가 승소하더라도 위법하게 집행된 재정을 해당 지방자치단체로 환수하는 효과만 있을 뿐, 원고에게 재산상 이득이 전혀 돌아가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반면 원고가 패소한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선임한 소송대리인의 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 입법자와 법원은 주민들의 소송 남발을 우려해 제소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태도로 일관해왔지만, 그렇지 않아도 주민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4.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이번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을 환영한다. 1, 2심 법원은 현행 지방자치법에 주민감사청구에 대한 실체적인 감사결과나 불충분한 조치요구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각하결정에 대해서는 주민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이번 대법원 판결은 ‘위법한 각하결정은 주민소송으로 불복할 수 있는 감사결과에 해당한다’고 하여 지방자치법이 본래 의도한 주민참여제도의 실효성을 보다 확실하게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을 통하여 지방자치법상 지방자치단체의 위법한 예산 집행을 감시하는 주민감사청구와 주민소송 제도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대법원 판결 이유
지방자치법 제17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감사결과’에는 감사기관이 주민감사청구를 수리하여 일정한 조사를 거친 후 주민감사청구사항의 실체에 관하여 본안판단을 하는 내용의 결정을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감사기관이 주민감사청구가 부적법하다고 오인하여 위법한 각하결정을 하는 경우까지 포함한다.
(…중략…)
주민감사청구를 통해 행정내부적으로 1차적으로 시정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었음에도, 감사기관이 사실관계를 오인하거나 또는 법리를 오해하여 주민감사청구를 기각하거나 각하한 경우 또는 주민감사청구를 인용하면서도 피감기관에 대하여 충분하지 않은 시정조치를 요구한 경우에는, 주민감사를 청구한 주민들로 하여금 감사기관의 위법한 결정을 별도의 항고소송의 대상으로 삼아 다투도록 할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법이 규정한 다음 단계의 권리구제절차인 주민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분쟁의 1회적이고 효율적인 해결 요청과 주민감사청구 전치를 규정한 지방자치법의 입법취지에 부합한다.
(…중략…)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이 사건 감사청구가 부적법하다고 오인하여 더 나아가 구체적인 조사․판단을 하지 않은 채 이 사건 각하결정을 하였더라도, 이 사건 각하결정은 지방자치법 제17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감사결과’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감사청구가 주민감사청구의 다른 적법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들은 위법한 이 사건 각하결정을 별도의 항고소송으로 다툴 필요 없이 곧바로 주민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런데도 원심은, 감사기관이 주민감사청구를 수리하여 실제 감사가 진행된 경우에 한하여 지방자치법 제17조 제1항 각 호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고, 이 사건 각하결정이 위법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각하결정 자체를 별도의 항고소송으로 다투어야 하고 곧바로 주민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지방자치법 제17조 제1항에서 정한 ‘주민소송의 주민감사청구 전치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
2020년 6월 25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 김 태 근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