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보도자료]
이주노동자 강제노동, 고용허가제 헌법소원 제기 공동기자회견
1. 올바른 보도를 위해 애쓰시는 귀 언론사에 인사드립니다.
2.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들어와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5명이 3월15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이주인권 단체들은 지난해부터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이동을 제한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이주노동자들을 ‘강제노동’시키고 있는 고용허가제의 위헌성을 논의해왔습니다. 지난 2월 말 이주노동자 청구인을 확정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입니다.
3. 헌법소원을 제기한 조항은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5조 제1항, 제4항 및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업장변경 사유(고용노동부 고시 제2019-39호) 제 4조, 제5조, 제5조2입니다. 헌법재판소가 2011년 고용허가제 사업장 변경제한 조항에 대해 기각결정을 내린지 9년 만에 헌법소원을 다시 청구하는 것입니다. 공익인권법재단공감, 금속노조 법률원, 민변 노동위원회 등 변호사 52명이 대리인단에 참여했습니다.
4. 위 법률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 변경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예외조항으로 사업주 측에 이유가 있는 경우(사용자가 근로계약 해지를 원할 때, 휴・폐업 등, 사용자의 근로조건 위반 또는 부당한 처우 등)에만 가능합니다. 이주노동자가 ‘원해서’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사용자의 ‘허가’가 있어야만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옮길 수 있는 횟수도 원칙적으로 3회를 초과할 수 없으며, 취업활동이 연장된 기간에는 2회를 초과 할 수 없습니다. 사업장변경 횟수제한에서 제외되는 근로기준법 위반사유도 차별적입니다. 내국인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조건 위반을 사유로 근로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으나, 이주노동자는 체불임금 액수와 기간이 어느 정도 초과해야만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는 사유가 됩니다. 근로기준법 위반사항이 발생해도 당장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어 계속 같은 사업장에서 일해야 하는 상황에서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를 다투기도 어렵습니다.
5. 이번에 헌법소원에 청구한 A씨(몽골, 2019년1월 입국)도 회사에서 지게차 운전을 강요해 면허 없이 운전업무를 하는 것에 큰 불안을 갖고 있습니다. 다른 업무를 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몽골로 보내겠다는 협박뿐이었습니다. A씨는 면허도 없이 운전을 계속하다가 사고를 낼 경우 많은 책임을 지게 될까봐 불안하고 무서워 현재 회사에서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른 회사로 바꾸길 원하지만, 사용자가 ‘동의’를 해주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헌법소원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6. 이주인권 단체들은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제한 조항이 헌법 10조가 규정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와 행복추구권’을 제한하고 강제근로를 금지한 헌법 제12조 제1항과 헌법 제32조가 규정한 근로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헌법 제15조가 규정한 직업선택의 자유에 포함된 직장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으며, 사업장 변경에 제한이 없는 다른 이주 노동자와의 ‘평등권(제11조)’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가가 ‘사적 관계’에 개입하여 노동자의 ‘직장을 그만둘 권리’를 제한하고 있는 것은 비자발적으로 노동관계를 지속시켜 ‘강제노동’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사용자의 ‘허가’없이 사업장을 이탈할 경우 바로 ‘미등록’ 신분이 됩니다. 그동안 정부는 내국인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을 규제할 수밖에 없는 입장을 되풀이해 왔으나, 견딜 수 없는 근로조건에도 불구하고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어 ‘미등록’이 되는 경우가 실제로 많습니다.
7. 이주인권단체는 이번 헌법소원 청구를 계기로 사업장변경 제한의 폐해를 수집하고 알리는 순회 증언대회 등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여나갈 것입니다. 헌법소원 청구서 내용에서 청구인들의 개인정보는 가능한 한 지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도 과정에서 청구인들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다시 한 번 신경 써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첨부자료1. 기자회견문
첨부자료2. 헌법소원심판청구서
2020년 3월 18일
이주공동행동 등 이주인권단체 공동(총 58개 단체)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사)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 아산이주노동자센터, 부천이주노동복지센터, 인천외국인노동자센터, (사)한국이주민건강협회 희망의친구들, 남양주외국인복지센터, 성공회파주이주노동자센터 샬롬의집, 포천나눔의집,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아시아인권문화연대, 순천이주민지원센터,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의정부EXODUS, (사)함께 하는 공동체, (사)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원불교 서울외국인센터) 16개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경기이주공대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구속노동자후원회, 노동당,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전선, 노동자연대, 녹색당,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사)이주노동희망센터,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민방송(MWTV), (사)이주민센터 친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빈민연합, 전국철거민연합, 전국학생행진, 정의당, 지구인의정류장, 천주교인권위원회, 필리핀공동체카사마코, (사)한국불교종단협의회인권위원회, 한국비정규노동센터) 32개
이주인권연대 (경산(경북)이주노동자센터, 경주이주노동자센터, 아시아의 창, 울산이주민센터, (사)이주민과 함께, 이주민노동인권센터, 이주와 인권연구소, 지구인의 정류장, 천안모이세, 한국이주인권센터) 10개/ 아시아의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