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전교조 법외노조통보처분은 즉각 취소되어야 한다.
지난 12월 9일 대법원은 전교조 법외노조통보처분취소 사건(대법원 2016두32992)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하였고, 언론보도에 의하면 같은 달 19일 심리를 한다고 한다. 2016년 2월 5일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지 약 3년 10개월 만이다.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은 대표적인 사법농단 사건이다. 대법원과 청와대가 사건의 실체와 당사자의 권리구제는 외면한 채 밀실에서 음험한 거래를 했던 것이 사실로 밝혀졌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재판을 받고 있다. 대법원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그리고 속죄의 심정으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심리를 해야 한다.
전교조 법외노조통보처분이 위법하다는 점은 이미 논쟁이 끝났다.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2017. 6. 17.), 국가인권위원회(2017. 12. 18.),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2018. 7. 31.),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2018. 11. 20.)에 이르기까지 국내외를 막론하고 모든 기관, 노동법 학계가 한 목소리로 법외노조통보처분과 그 근거였던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의 위법성을 확인하고 있다. 우리 모임 역시 전교조 법외노조통보처분은 위법하여 즉시 취소되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다.
첫째, 전교조에 대한 시정요구 및 법외노조통보는 전교조와 그 조합원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행정행위에 해당하고, 이는 관련 헌법재판소 결정에서도 확인되었다{헌법재판소 2015. 5. 28. 선고 2013헌마671, 2014헌가21(병합) 결정}.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법률’의 근거 없이 단지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만으로 시정요구와 법외노조통보 처분을 하였으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을 위반하여 위법함이 명백하다.
둘째, 원심판결은 노조법 제2조 제4호의 노동조합 정의규정에서 고용노동부의 시정요구 및 법외노조통보 권한이 도출된다고 했다. 그러나 노조법 제2조 제4호 그 어디에서도 고용노동부에게 그런 시정요구 및 법외노조통보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 또한 금지규정으로부터 작위의무, 즉 위반결과의 시정을 명하는 권한이 추론될 수 없다(대법원 1996. 6. 28. 선고 96누4374 판결). 금지규정도 아닌 단순히 노동조합 정의규정에 불과한 노조법 제2조 제4호에서 행정부의 시정요구가 추론된다는 것은 확립된 대법원 판례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셋째, 행정기관은 법률에 근거하지 아니한 규제로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한 행정규제는 무효이다(행정규제기본법 제4조 제3항, 대법원 2012. 11. 22. 선고 2010두19270 판결 참조). 이 사건 시정요구와 법외노조통보는 전교조의 권리를 제한하고 의무를 부과하는 행정규제이지만, 법률인 노조법 그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 이 사건 시정요구 및 법외노조통보가 유효하다면, 행정규제기본법은 사문화되고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행정부의 일방적인 규제 만능주의로 국민의 기본권이 심각한 침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넷째, 비례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60,000명의 전교조 조합원 중 단지 9명의 조합원 자격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나머지 59,991명의 노조할 권리, 단결권을 박탈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비례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반된다.
다섯째, 또한 고용노동부는 법외노조통보처분을 하면서 행정절차법도 위반하였다.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은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 불과하여 행정절차법이 대체수단으로 인정하는 ‘다른 법률의 특별한 규정’이 아니고, 노조법 제21조 제1항의 규약 시정명령은 처분의 명칭, 근거, 절차, 내용 및 효과가 상이하여 법률적 근거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외노조통보 처분은 행정절차법을 위반하였다는 점에서도 위법하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하나의 개별 사건이 아니라, 지난 시기 국정농단·사법농단의 폐해를 청산하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 또한 법률 없이 국민의 권리·의무를 제한할 수 없다는 법치주의의 대원칙, 법률에 근거하지 아니한 행정규제는 위법하다는 의회주의 원칙을 새삼 확인하고 확립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우리 모임은 대법원이 그 역사적 소명의식과 책임감을 가지고, 공정한 판결을 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2019. 12. 16.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김 호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