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평등을 향한 도전’
2019년 제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를 환영하며
한국 사회에 성소수자의 존재를 확인하고, 성소수자 인권 증진을 위한 목소리를 내 온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이제 스무 번째를 맞이하였다. 서울퀴어문화축제는 2000년 5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대학로에서 행진을 시작한 이래 성소수자 시민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시선에 맞서면서, 장애, 성, 인종, 출신국가, 병력 등에 상관없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축제로 끊임없이 변화하며, 연대를 넓혀왔다. 그리고 서울뿐 아니라 대구, 부산, 전주, 인천, 광주, 제주 등 각 지역과 지방에서 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되고 있거나, 개최될 예정이다.
스무 번째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슬로건은 “스무 번째 도약, 평등을 향한 도전” 이다. 지난 20년 동안 경험하고 축적한 시민사회의 연대와 지지를 바탕으로 성소수자의 존재를 시혜적인 관점에서 인정받는 데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법과 제도의 적극적 시정을 요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우리 모임은 스무 번째 서울퀴어문화축제를 환영하며 지지와 연대의 인사를 보내며, 올해도 그 뜻을 밝히고자 함께 참여할 것이다.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성장과 성공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성소수자 권리 보장을 위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다. 성소수자는 ‘이미’ 한국 사회에 살아가고 있지만, 성소수자의 기본적인 인권은 ‘아직’ 제대로 보장되어있지 않다. 성소수자가 존엄하고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법적, 제도적, 문화적 걸림돌이 너무 많다. 서울퀴어문화축제를 비롯하여 다른 지역에서 개최되는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조직적인 방해와 증오 범죄는 그 단적인 예다. 이는 성소수자 당사자의 존재를 위협할 뿐 아니라, 다양성과 타인에 대한 존중을 기본 바탕으로 하는 민주 사회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주어진 현실을 바꾸어내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와 국회, 사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을 ‘허가‘ 하는 방식을 폐지하고, 성별이분법적인 행정체계의 관행을 혁신하고, 다양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지닌 이들을 배제하는 가족법 체계를 개정하고, 몇 년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등 산적한 과제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부와 국회, 사법부에 사회 구성원 그 누구도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인권의 관점에서 성소수자 문제에 관한 근본적인 성찰과 지속적인 실천을 요청한다. 더 이상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병리화 하고 범죄시하는 사회적 낙인이 지속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책과 제도의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모임 역시 법률과 제도가 성소수자에게도 평등하게 적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지켜보면서, 만연한 차별이 신속하게 시정될 수 있도록 필요한 실천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차이’에 대한 인정과 다양성이 우리가 살아가는 민주사회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는 것을 신뢰한다. 나아가 현존하는 차별적 제도와 관행들에 변화가 만들어질 때 우리 공동체가 모두에게 조금 더 안전하고 평등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다시 한 번 스무 번째 서울퀴어문화축제 개최를 환영한다.
2019년 5월 3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