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의 성역 없는 조사를 촉구한다.
[성 명]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의 성역 없는 조사를 촉구한다.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법원 국제인권법연구회 탄압의혹 등이 언론에 의하여 제기된 지 어느새 한 달이 넘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인사권을 무기로 하여, 사법행정권을 남용하고 헌법에 보장된 법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정황은 사법부의 존립근거를 스스로 흔드는 사건인 만큼, 단순한 의혹이나 폭로로 치부될 사안이 아니었다. 비록 의혹의 중심에 서 있던 법원행정처 차장이 재임용신청을 철회하는 형태로 법관직에서 사임을 했지만, 철저한 진상규명과 조사가 이뤄져야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우리 모임은 최근 대법원의 학술행사에 대한 탄압지시 및 관련 판사에 대한 부당한 인사조치를 결코 우연적이면서 일회적인 사고로 치부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그동안 은밀하고 부당한 방식으로 사법행정권을 남용해온 관행들이 우연치 않게 드러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다시 한 번 경향신문 보도에 의하여, 법원행정처가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관리해왔다는 정황까지 밝혀졌다. 충격적인 사실이며, 안타깝게도 우리 모임이 가지고 있던 우려의 ‘심증’이 확증으로 굳어지게 되었다.
대법원 행정처에서 ‘법관 블랙리스트’를 별도로 작성하고 관리해왔다는 의혹은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103조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자 도전이다. 따라서 우리 모임은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가 이번 사건의 본질을 단순한 일부 법관들의 ‘일탈’이나 법원행정처의 ‘의사소통 부족’ 또는 ‘실책’으로 치부하지 말고, 깊이 있는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그동안 대외적으로는 법원의 독립성을 적극 내세우면서, 정작 소속 법관들의 독립은 충분히 보장하지 않았던 적폐가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샅샅히 밝혀져야 한다. 특히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는 제왕적인 사법행정 남용의 정점에 현직 대법원장이 관여되어있을 것이라는 법조계 전반의 합리적 추론에 대해서도 성역 없는 충분한 조사를 통해서 의혹을 규명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대법원의 대응은 의뭉스럽다. 지난 3월22일경 대법원이 자체적인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는 점만이 보도되었을 뿐, 그 외에 정확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좀처럼 드러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인지 일선판사들 마저 법원 내부 인트라넷을 통해서 명확하고 투명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할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형국이다.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의 역할은 투명하고 성역없는 진상조사와 진실규명을 바탕으로, 법원 안에서 사법행정권의 남용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데 초석을 놓는 것이다.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가 지켜야할 것은 몇몇 법관의 명예와 안위가 아니라, 시민들로부터의 신뢰와 법관의 독립성이 보장된 법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만약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가 현재 사태에 대하여 기교적인 봉합으로 수습하려는 미봉책으로 일관한다면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관련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모임은 부디 우리 사법부가 권한남용의 진실을 은폐하고 부인했던 전직 대통령으로부터 반면교사의 교훈을 배울 수 있길 바랄 뿐이다.
2017년 4월 1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정 연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