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4월 21일 「유전자변형식품등의 표시기준」 일부개정고시안을 행정예고하였다. 개정고시안은 유전자변형식품(GMO) 표시제도가 강화되기를 바라는 대다수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고, 오히려 GMO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크게 제약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2. 개정고시안에 따르면, GMO 표시 대상은 여전히 일부 극소수 품목에 국한된다. 전 세계에서 상업적으로 유통되는 18가지 GMO 중 오직 7가지 GMO(콩, 옥수수, 유채 등)만을 표시대상으로 한다. 나머지 11가지 GMO는 표시대상에서 제외되었다. GMO 혼입비율이 3% 이하인 품목에는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나라들은 GMO가 섞이기만 하면 그 혼입비율과 관계없이 GMO 표시를 하도록 하거나 그 혼입비율을 0.9~1%만 인정하고 있다. 게다가, 식당에서 사용하는 식자재에 GMO 표시를 하도록 하는 제도의 도입도 무산되었다.
3. 반면, 개정고시안에서는, 이러한 극소수 GMO 표시대상 품목이 아닌 대다수의 품목에 대하여 GMO가 아니더라도 NON-GMO(비유전자변형식품)나 GMO-Free(무유전자변형식품)와 같은 표시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이 신설되었다. GMO가 아닌 제품에 NON-GMO라고 표시하면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4. 결국, 개정고시안이 시행되면 우리 국민은 GMO 표시도 NON-GMO 표시도 사실상 볼 수 없게 된다. GMO를 가장 많이 수입하고 소비하는 나라 중 한 곳인 한국에서 정작 그 국민은 자신이 먹고 있는 것이 GMO인지 아닌지 알 길이 없게 되는 것이다.
5. 식품의약품안전처는 4월 21일부터 6월 20일까지 2달 간 국민의견을 접수하였으나, “다수의 반대의견이 접수”되어 “추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7월 20일까지 한 달 간 국민의견 접수기간을 연장하였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추가로 수렴하였다는 국민의견 또한 대부분 반대의견이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6.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회는, “행정청은 해당 입법안에 대한 의견이 제출된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존중하여 처리하여야 한다”는 행정절차법 제44조 제3항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고시개정안을 철회하고, GMO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증진하는 새로운 고시개정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