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구 군형법 제92조의5(‘계간’ 처벌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을 비판한다
헌법재판소는 어제 2012헌바258 구 군형법 제92조의5 위헌소원사건에 대하여, 군형법 제92조의5 중 “그 밖의 추행”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배되지 아니한다는 합헌결정(합헌 5, 위헌 4)을 하였다.
구 군형법(2009. 11. 2.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되고, 2013. 4. 5. 법률 제117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2의5는 “계간 그 밖의 추행을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여, 행위의 주체 및 상대방, 강제력 유무, 행위자들 사이의 관계나 행위 장소 등에 관하여도 아무런 판단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남성간의 성행위를 비하하는 용어인 계간(鷄姦)이라는 용어로, 동성 간의 성적 행위만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동성애자들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계속해서 제기되어 있다.
2008년 육군 제22사단 보통군사법원은 위와 같은 이유로 이 조항에 대하여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바 있고, 2010년 10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이 조항이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하고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여 동성애자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결정한 바 있으며, 제19대 국회에서도 같은 이유로 이 조항에 대한 폐지법안이 발의되기도 하였다.
또한 2015년 11월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군대에서 남성 간 합의에 의한 동성 성관계를 처벌하는 이 조항(현행 군형법 제92조의6)에 관하여 우려를 표명하면서 이를 폐지할 것을 권고하면서, 이러한 권고의 이행 여부를 1년 이내에 보고하도록 한 바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합헌의견)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그 밖의 추행’ 부분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면서 계간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만족 행위”를 처벌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이나, 과잉금지원칙,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헌법재판소의 오늘 결정은 동성 간의 성적 행위는 이성 간의 성적 행위와 달리, 행위의 주체, 상대방, 강제력 유무, 시간, 장소 등을 불문하고 비정상적인 것, 혐오스럽고 도덕에 반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적 소수자인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 및 혐오를 되풀이하고 강화하는 결정으로서 대단히 실망스럽다.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의 심판대상을 군형법 제92조의5 중 “그 밖의 추행” 부분으로만 한정하여, “계간”을 처벌하는 것에 대한 위헌여부를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 이는 의도적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논란이 된 부분에 대한 판단을 회피한 것으로, 사회적 소수자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재판소의 역할을 스스로 방기하였다.
군형법상 ‘추행’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벌써 3번째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3번에 걸쳐 모두 합헌이라 결정하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군대 내 동성애자를 범죄자로 낙인찍고 동성애를 ‘추행’, 즉 ‘추한 행위’라고 하고 있는 이 조항을 정당화함으로써 성적 지향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었다. 이러한 판단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법, 동성애에 대한 범죄화가 국제인권법 위반이라는 확고하게 자리 잡은 국제인권기준을 무시하는 반인권적이고 차별적인 것임은 물론이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동성애를 비범죄화하고,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며, 점차 동성애자 군인들의 평등권을 보장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하는 결정이다. 성소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평등권, 성적 자기결정권을 무시한 이번 결정을 강력하게 규탄하고 비판한다.
2016년 7월 2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위원장 김 재 왕 [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