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성명] 평화적인 오체투지 행진을 전면 금지한 경찰의 반 헌법적 공권력 남용을 규탄한다.

2015-02-06 406

[성 명]
평화적인 오체투지 행진을 전면 금지한 경찰의 반 헌법적 공권력 남용을 규탄한다.

지난 2. 5.부터 쌍용자동차, 콜트콜텍 정리해고 노동자, SK-LG-삼성전자서비스 비정규직, 기륭전자 비정규직, 그리고 스타케미컬, 한솔로지스틱스, 고려관광 등의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비정규직법 전면폐기”를 위한 오체투지 행진에 나서기로 하였다.

그런데 경찰은 2. 5. 첫날부터 이들 평화적인 행진을 물리력으로 저지하였다. 2. 5.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기륭전자 분회장 등 6인이 연행되었다. 또한 사복을 입은 한 경찰이 대낮부터 술을 마시고 와서는 현장에 있던 신부님의 멱살을 잡고 흔드는 등 폭행 및 폭언을 한 뒤 달아난 충격적인 일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2. 6. 경찰은 오체투지 행진 신고에 대하여 전면금지통보를 하였다. 행진 금지 사유는 ‘보신각 일대 길목이 주요도로로서, 교통소통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따르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도시의 주요도로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 교통 소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금지할 수 있다(제1항). 그러나 같은 조 제2항에서는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도로를 행진하는 경우”에는 금지를 할 수 없다고 하고 있고, 예외적으로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금지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법원 역시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의 집단적인 형태로서 집단적인 의사표현을 통하여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자유민주국가에 있어서 국민의 정치적·사회적 의사형성과정에 효과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므로 민주정치의 실현에 매우 중요한 기본권이므로, 그 제한은 공공의 안녕질서와 조화를 이루는 범위 안에서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하며, “단순히 교통소통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시위 자체를 원천적으로 금지한 처분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서 재량권의 한계를 넘은 위법한 처분이라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처럼 집회 및 시위는 예외적인 경우에 특별히 법률이 정한 엄격한 요건에 따라서만 금지할 수 있다. 집회 및 시위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헌법에 명시된 민주주의 최상위의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이번 오체투지 행진의 경우, 신고 장소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보신각·청계광장에 이르는 일부 도로 및 인도이다. 위 장소는 수천, 수만 명 규모의 다수 대규모집회 시에도 신고 된 대로 평화적인 행진이 수차례 이루어졌던 곳이다. 그런데 이번 오체투지의 경우 주최 측에 따르면 참가자는 많아야 2백여 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행진의 방식 역시 느리게 엎드려 기어가는 것으로서 더할 나위 없이 평화적이다. 이렇게 볼 때 이번 경찰의 전면금지통보는 재량권을 자의적으로 남용한 것이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집회 및 시위는 허가의 대상이 아니다. 다만 신고의 대상일 뿐이며 경찰은 신고 된 내용에 따라 법률에 의거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할 의무를 진다. 그런데 경찰은 평화적인 방법의 오체투지 행진을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전면금지 통보함으로써 헌법과 법률을 형해화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였다.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 종합 대책’ 및 정리해고·비정규직 관련법 개정안은 정리해고를 손쉽게 하고, 비정규직 사용을 확대하는 것으로서 국민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들의 삶을 더욱 고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생존의 위기에 처한 노동자·서민들은 이러한 정부정책에 대항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으로 유력한 수단이 없으므로 거리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 행사를 통하여 우려와 항의의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와 여당을 규탄하는 집회에는 경찰이 과민반응을 하고 무력으로 참가자들을 제압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으며 심화되고 있다. 경찰을 앞세워 국민들의 입을 틀어막고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아주 간편한 방법이다. 그러나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하고, 보기 싫어도 보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현대사를 돌아보면 결국 국민들은, 국민위에 군림하는 오만하고 폭력적인 정권을 단 한 번도 용인한 적이 없다. 박근혜 정권과 경찰당국은 이를 명심해야 할 것이고 이번 오체투지 행진에 대한 금지통보를 당장 철회해야 한다. 그리고 노동자·서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국민들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실효적인 정리해고-비정규직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2015. 2. 6.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강 문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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