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위 관련 민변 변호사들에 관한 검찰수사 보도에 대한 입장
언론보도에 따르면 의문사, 진화위 등 과거사 청산을 위한 위원회(이하 ‘과거사위’라 한다) 위원이었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모임이라 한다) 소속 변호사들의 과거사 관련 사건수임에 대해 검찰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과 더불어 수임제한 규정을 위반하였는지 등이 확인되지 않았으나, 현재 언론보도에 나타난 내용만을 기초로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1. 검찰이 과거사 사건의 소송을 진행한 변호사들을 조사하겠다는 것은, 국민적 합의에 바탕을 두고 10여 년 이상 진행해온 과거사 청산을 역행하는 것으로 부당하다.
대한민국은 과거사 청산 차원에서 왜곡되고 뒤틀린 부정의를 바로 잡고, 국민화합과 민주발전에 기여하기 위하여 의문사 등 과거사위를 설립하고 진실규명 작업을 하였다. 진실규명 이후 대한민국은 마땅히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사과를 하고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배상 등 다양한 노력들을 취했어야 함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기다림에 지친 피해자들은 어쩔 수 없이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아 길고도 어려운 소송을 택한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재심 및 국가배상 청구 소송 진행 과정에서 과거사 기구의 진실규명 결정을 부인하며, 역사를 왜곡하고 입증을 촉구하거나 거듭 항소하면서 피해자들에게 2차 고통을 가했다. 특히 검찰은 간첩단사건을 비롯한 많은 과거사 사건을 양산, 묵인한 주체였음에도 국정원, 국방부와 달리 최소한 검찰 과거사 청산 작업조차 거부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검찰수사는 10여 년 이상 국민적 합의에 바탕을 둔 과거사 청산 작업을 부인∙역행하려는 의도이며 흠집 내기에 불과한 것이다.
과연 검찰이 그 많은 간첩단 사건, 민청학련, 긴급조치 사건 등에서 사후적으로라도 적절한 진상규명과 사과를 하였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2. 또한 짧게는 5년, 길게는 10여 년 전에 과거사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였던 것을 근거로 이제 와서 문제 삼는 정치적 의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모임은 1988년 창립된 이래, 검찰 권력이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되어 법을 유린하고 국민의 인권을 침해할 때, 그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하였다. 특히 인혁당 사건, 민청학련 사건 등 과거사 진상규명과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활동에서도 그 누구보다 진심을 다해 피해자들을 조력한 것 역시 모임 소속 변호사들이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본 수사가 민변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개시신청을 한 전후에 전격적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검찰이 기소되지도 않은 변호사들에 대해 징계개시 신청을 한 사례와 마찬가지로 과거사 등 정부 위원회 활동으로 인해 변호사법 제31조 제1항 제3호로 처벌된 전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짧게는 5년, 길게는 10여 년 전에 과거사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였고, 설령 사후 수임을 하였다 하더라도 소송 상대방인 검찰, 법무부가 지금까지 소송에서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었다. 검찰이 이제 와서 과거사 사건의 변론을 문제 삼는 것은 합법적 공권력을 가장한 또 다른 표적 탄압이며, 헌법상 최후 보루인 변호사의 조력권을 무력화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3. 의문사법 등에서의 공무원 의제 규정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법의 수임제한규정을 과거사 사건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우선 변호사법 제31조 제1항 제3호의 공무원∙중재인∙조정위원으로서‘직무상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의 범위가 불명확하여 위원회 재직 중에 신청∙조사∙결정된 모든 사건이 이에 해당하는지 등이 명확하지 않다.
또한‘직무’를 처리함에 있어 좌우 어느 이해당사자에 편향되지 않고 공정하게 임해야 하는 공무원은 이익충돌을 조정해야하는 조정위원 또는 중재인, 판사, 검사와 같은 공무원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진상규명의무를 가지는 과거사위 위원은 대한민국 및 피해자와 함께 수십 년 간 은폐되어온 과거사 진상규명이라는 동일한 목적을 가지며 국가로부터 재정적. 인적지원을 받아 활동하였기 때문에 과거사 위원을 조정위원이나 판사 등과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변호사법의 과잉적용이다.
4. 언론은 공정하고 진실을 밝히는 사명을 다해주기 바란다.
검찰은 피의사실을 흘리면서 여론정치를 하고 있다. 최초 언론 보도에 유일하게 실명이 언급된 박모 변호사는 우리 모임의 회원도 아니다. 언론은 피의 사실을 흘리는 검찰의 정치적 의도를 직시하여 공정하게 진실을 밝힘으로써 스스로 거짓과 왜곡의 무덤이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민변 소속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개시신청에 이은 검찰의 과거사 관련 수사 또한 합법적 권력을 이용한 표적적∙보복적∙정치적 탄압에 불과한 것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할 것이다.
2015. 1. 19.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한 택 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