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거꾸로 가는 대법원의 행보를 개탄한다-양승태 대법원장 취임 3주년을 맞이하여

2014-09-25 883

[논 평]

거꾸로 가는 대법원의 행보를 개탄한다

-양승태 대법원장 취임 3주년을 맞이하여-

오늘(9. 25.)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제15대 대법원장으로 취임한 지 3주년을 맞이하는 날이다. 양 대법원장은 3년 전 취임사에서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의 권리가 다수의 그늘에 묻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은 사법부에 맡겨진 또 하나의 중요한 사명임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사법부가 보여준 모습은 실망을 넘어 개탄을 금치 못할 수준이다.

 

 

우선 양 대법원장 취임 후 대법원 판결의 획일화가 뚜렷해졌다. 한 예로, 양 대법원장 체제에서 나온 전원합의체 판결 59건 중 반대의견은 32개, 보충의견과 별개의견은 30개에 불과하여 전임 이용훈 대법원장 체제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대법관들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와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특히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소수자의 권리가 다수의 그늘에 묻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양 대법원장의 각오를 무색하게 한다.

 

이처럼 대법원 판결의 획일화가 뚜렷해진 것은 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꾀하지 못한 결과이다. 대법원 재판은 대법관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투영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은 더욱 필요하다. 양 대법원장이 취임한 이후 대법관 구성을 보면 법원 내에서의 기수 ․ 서열을 기준으로 남성 고위법관 일색의 엘리트 ․ 보수적인 성향의 인사로 구성되어 있다.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하라는 국민의 요구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획일적인 대법관 구성으로는 기성의 논리와 기득권의 가치관이 반영된 판결을 할 수밖에 없고, 사회의 변화에 부응하는 판결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현 대법관 중에는 두 명의 여성 대법관(박보영, 김소영)이 존재하지만 이들이 참여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보면 애초에 기대했던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역할을 전혀 수행하고 있지 못함을 알 수 있다. 이는 실질적인 다양화에 대한 고민 없이 ‘구색 맞추기식 형식적 다양성’만 꾀한 결과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대법원 구성의 획일화는 바로 판결의 획일화 ․ 보수화로 이어졌다. 대법원은 2012. 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유죄 판결에 이어 지난해에는 과거사 손해배상 사건에서 시효를 축소해서 인정하는가 하면 통상임금 사건에서는 신의칙을 원용하여 강행규정 위반인 노사합의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하여 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하였다. 또한 올해에는 2009. 있었던 철도노조 파업에 대하여 사용자가 노조의 파업을 충분히 예견하고 파업에 대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2011. 전원합의체 판결의 ‘전격성’ 요건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업무방해죄를 인정하는 등 일방적으로 사용자 입장을 두둔하기도 하였다.이 밖에도 제주 강정마을 사건, 키코 사건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양 대법원장의 취임사와는 상반되는 판결들이 다수 쏟아졌다. 양 대법원장 체재의 대법원은 다양한 가치기준과 이념을 고르게 반영하여 보편타당한 사회의 가치질서를 확립해야 하는 대법원의 본래의 역할을 철저히 외면해왔다.

 

양 대법원장의 임기는 그 반환점을 돌았다. 지금부터라도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 아울러 연령, 배경, 경험이 각기 다른 다양한 대법관 구성을 통해 우리 사회의 변화된 현실과 사회적 다양성을 담아내는 판결을 하는데 온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 사법부의 권위는 사회구성원이 수긍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판결을 할 때 비로소 생기는 것이다.

 

 

 

2014. 9. 25.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한 택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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