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선언문] “진실을 규명하고, 국민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라. 그것이 국민의 명령이다.”

2014-08-12 1,217

[선언문]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동조단식에 동참하며

“진실을 규명하고, 국민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라.

그것이 국민의 명령이다.“

 

민변은 오늘부터 15일까지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고통을 공감하며,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되는 ‘제대로 된’ 특별법, 유가족이 동의하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동조 단식에 돌입한다.

오늘 우리는 세월호 참사 이후 보다 나은 사회를 갈망했던 염원이 무참하게 짓밟힌 통한의 사태에 직면하면서 더 이상 침묵할 수만은 없기에 비통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법정에 있어야 할 변호사들이 광장에 나와 단식까지 하는 이유는 독립된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만이 ‘진실을 제대로 규명’하는 것이며,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되풀이 되지 않는 유일한 길이자, 유가족들의 소망이며, 또한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이다. 민변은 수차례 성명을 통해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과 재발방지는 타협의 대상도, 정쟁의 도구도 될 수 없으며 제대로 된 특별법만이 유일무이한 대안임을 역설해 왔다. 민변을 포함한 천명이 넘는 전국 변호사가 유례없이 특별법 제정 시국선언에 동참한 것도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 그리고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들지 않는다는 폭넓은 공감과 동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지난 4개월 간 유가족과 생존 학생들이 직접 안산에서 국회의사당, 시청까지 걷고, 수십 일간에 걸친 단식을 하면서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였다. 그러나 여야는 유가족의 의사도 묻지 않은 채 ‘수사권, 기소권’이 배제된 특별법을 독단적으로 밀실 합의하였다. 야당이 재협상할 뜻을 밝힌 것은 그나마 당연한 것이나, 7. 24 시청 앞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린 야당의 투항식 밀실야합은 백번 지탄 받아 마땅하다.

돌이켜보건대, 여당과 야당은 ‘특검’이 최선의 방안인 것처럼 호도하지만, 지금까지 특별검사는 대부분 기간제한, 수사권한 등의 문제로 인해 제대로 된 수사나 기소가 힘들었다. 유가족과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았건만 여야는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서도 그 진상을 밝혀내지 못했고, 청문회 증인소환 문제도 합의하지 못했다. 공공의 적, 주범인양 몰았던 유병언 관련 온갖 의혹들은 논외로 하더라도, 침몰한 세월호 노트북에서 나온 ‘국정원 지적사항’은 국정원이 실 소유주가 아닌가 하는 의혹을 주기에 충분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조차 발본색원을 약속한 소위 관피아, 해피아에 대한 의혹, 일본 언론이 지적한 ‘대통령의 잃어버린 7시간’의 의혹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에, 의혹의 당사자인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국민이, 유가족이 오만함으로 일관하는 여당을, 무기력한 야당을, 불신을 키워내는 청와대를 과연 신뢰할 수 있다는 말인가.

광화문 세월호 광장은 유가족들의 마지막 피난처이다. 더 이상 물러설 자리가 없다. 자식을 잃은 부모는 남은 인생도 없다고 하지 않는가. 자식을 가슴에 묻은 유가족들이 마지막 곡기까지 끊어가며 절명의 위기에 이르고 있다. 국민을 구하는 데는 무능한 국가권력이 국민을 짓밟는데 유능하다면 이것은 제대로 된 국격이 아니다. 세월호 광장을 보장하라. 대한문 앞에 화단을 조성하듯 짓밟힌 세월호 광장에 프란치스코 교황을 환영하는 꽃을 심은 들, 그 꽃이 과연 화해의 꽃이겠는가. 낮은 데로 임하라는 교황의 메시지를 실천하라.

부모가 자녀를 잃는 고통을 단장지애, ‘애끊는 고통’이라고 한다. 오죽하면 그 고통을 뱃속 창자가 끊어지는 것에 비유하겠는가. 정녕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묻는다. 그대들은 애가 끊어지는 고통을 겪어 본 적이 있는가. 지금 국회에서, 광화문 광장에서 농성하고 있는 유가족들은 애끊는 고통의 와중에도 곡기까지 끊어가며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을 간절히 요구하고 있다.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가 아니다. 부디 자녀들의 원통한 희생이 밑거름되어서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주기를 간절히 소망하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운운하고 단식했으면 벌써 실려 갔어야 한다는 망언이나 쏟아내는 국회의원은, 그리고 무원칙, 무능력으로 국면을 전환하려는 국회의원들은 부끄러움을 넘어서 정녕 역사가, 국민이 무섭지 않다는 말인가. 우리는 민주주의와 국민의 이름으로 그대들의 이름을 끝까지 기억하리라.

민변은 결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동병상련의 아픔으로 오늘 동조 단식에 돌입한다. 어둠이 짙다고 한들 결코 진실의 빛을 가릴 수 없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약속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사회의 최소한의 양심이자 희생자들에 대한 마지막 예의이다. 우리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애끊는 고통에 조금이나마 동참하면서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안전한 미래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고자 한다.

아울러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여야 밀실 합의는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무효이다. 수사권, 기소권을 가지는 제대로 된 특별법을, 유가족이 동의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라. 오로지 진실을 제대로 규명하고, 국민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라. 그것이 국민의 명령이다.

 

2014. 8. 12.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동조단식에 돌입하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첨부파일

140812 기자회견 선언문.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