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박근혜 대통령은 끝까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책임지지 않았다.
지난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사과했지만, 담화문 어디에도 최종 책임자로서 스스로 어떤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은 단 한 줄도 없었다.
대국민 담화에 담긴 대통령의 메시지는 오히려 분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세월호 참사는 이미 끝난 일이었다. 담화 발표 당시에도 17명의 실종자가 남아있었지만 실종자에 대한 완벽한 구조와 수색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지금도 현장에서 수색 활동을 하고 있는 해양경찰의 구조업무가 실패했다며, 해양경찰을 해체하고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언론을 통해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각종 의혹들이 연일 보도되고, 사고에 대한 정확한 진상규명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으며, 세월호 승무원들과 사고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수사도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통령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하고, 정리해 버린 것이다.
올바른 대책이란 원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고민보다 조직을 바꾸는 방법을 선택했다. 박근혜 정부는 행정안전부의 간판을 ‘안전행정부’로 바꿔달았지만 결국 수 백명 국민의 목숨을 지켜내지 못했다. 부처 문패만 바꾸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미봉적 사고와 오만한 발상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무엇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떠한 사회적 합의과정도 없이 대통령의 일방적인 판단으로 행정사법질서의 한 축을 이루는 경찰 조직을 해체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박근혜 대통령의 진정성 없는 사과는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며 사과를 한 바로 그날, 사복경찰을 투입하여 팽목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돌아오는 유가족을 사찰했다. 바로 전날에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항의하며 평화적인 침묵시위를 이어가던 ‘가만히 있어라’ 집회 참가자 100여명을 폭력적으로 연행했고, 유가족들이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던 날, 경찰은 노골적으로 “노란리본을 착용한 시민”에 대해서만 출입을 막아섰다.
청와대의 언론 통제도 심각하다.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이정현 홍보수석은 노골적으로 기자들에게 ‘한번 도와달라’ 부탁했고, KBS는 창사 이래 가장 많은 구성원들이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하여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대통령의 독단적 결정으로 주무부처가 해체된다고 하자, 현장 공무원들의 눈치 보기는 더욱 심해졌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들에 대한 경찰의 탄압은 노골적으로 변했고, 청와대는 유족들의 요구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실종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색과 명확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는 가족들과 국민들의 가슴에 또 다시 피멍이 들었다.
민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법률지원 특별위원회는 정부당국에 실종자 최후의 1인까지 완벽하게 수색할 것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요구한다. 대통령은 불통으로 일관해온 국정기조에 대해 성찰하고 세월호 참사에 대해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응답해야 한다.
2014년 5월 22일
민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법률지원 특별위원회
위 원 장 권 영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