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대법관 후보를 새로 추천하라.

2014-01-20 669

[성 명]

대법관 후보를 새로 추천하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오는 3월 임기를 종료하는 차한성 대법관의 후임으로 5명의 후보자를 추천했다.

그 면면은 고위법관 4명과 검사장 출신 1명이다. 이번 추천대상자도 그 동안 시민사회에서 줄곧 요구해온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여성과 재야 변호사, 교수 등이 후보자로 추천되지 못하는 고질적인 문제가 다시 나타났다. 처음부터 대법원의 다양한 구성을 포기하고 여성이나 재야변호사, 교수 등을 찾아보지도 않은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다. 이번 대법관 추천은 기수와 서열 중심의 고위 경력직 법관 일색, 특정 지역 편중, 군사정권 때부터 관행으로 이어진 검찰 출신 대법관이라는 과거의 기준이 그대로 적용되었다.

대법관은 국민이 선출하지도 않고, 국민에 대해서 책임도 지지 않는다. 이처럼 민주적 정당성은 취약하지만 그만큼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자신의 양심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의무를 진다. 이런 의미에서 대법관은 법관들의 최종 승진자리가 될 수 없으며 법원과 검찰이 나눠 먹기 식으로 구성할 수도 없는 자리이다. 민주정부 시기에 여성이 대법관이 되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변호사가 대법관이 되는 등 대법원의 다양한 구성이 일부 이루어졌으나 지금은 다시 고위 경력직 법관 일색의 대법원이 되어버렸다. 이번 대법관 추천은 여성이나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가 전혀 없어 퇴행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대법관 후보자 추천의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특히 정병두 후보자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병두 연구위원은 2009년 서울 용산 재개발 보상대책에 반발한 철거민들이 용산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경찰과 대치하던 중 진압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희생된 이른바 ‘용산참사’ 사건 당시 특별수사본부장을 맡아 수사를 지휘하면서 농성 참가자 20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했고, 과잉진압 논란을 빚은 경찰관들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하였다. 진압의 총책임자인 김석기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해서는 소환조사 없이 면죄부를 주었으며, 유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사망한 철거민의 부검을 진행하여 논란이 되기도 하였다. 나아가 재판의 쟁점인 3000페이지 분량의 수사기록을 공개하라는 법원의 명령도 거부하여 재판을 파행시키기도 하였다.

또한 같은 해 6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보도한 MBC <PD수첩> 제작진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하였으나 모두 무죄가 확정되었으며, 9월에는 전교조 교사들의 시국선언 발표 수사를 직접 지휘하여 많은 교사들을 해직하게 한 장본인이다. 이와 같이 정 후보자의 일련의 행태는 인권보다는 정권을, 진실보다는 은폐를, 정의보다는 무리한 수사와 기소로써 공익의 대변자가 아닌 정권의 대변자로써 정치검사 역할을 자임한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신공안정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공안검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 그리고 법무부 장관까지 공안검사 출신이다. 여기에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도 공안검사 출신이며 정홍원 총리도 검사 출신이다. 이는 과거 군사정권인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 시절 검사 출신들이 대거 중용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여기에 더해서 대법관으로 논란이 많은 검사를 후보자로 추천했다. 법무부가 작년 12월 고검장으로 승진하지 못한 정병두 당시 인천지검장의 사표를 반려하고 보직을 갖지 못한 간부의 대기 자리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시키면서 향후 검찰 몫의 대법관 후보로 사전 내정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만큼 정권 차원에서 검사를 대법관으로 추천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이다. 개인의 인권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갈 곳이지, 인권을 유린한 검사가 갈 곳은 아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구성이 필요한 곳이지, 고위직 법관이나 검사가 최종 승진자리로 갈 곳은 아니다.

모임은 이번 대법관 후보 추천이 법과 양심을 존중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으며 인권을 보장하는 적정한 대법관 인선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런 의미에서 정병두 후보자를 포함한 후보자의 완전한 새로운 추천을 촉구한다.

 

 

2014년 1월 2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장주영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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