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평]
외환은행 대출금리 조작 사건을 엄벌하고,
독립적인 금융소비자보호기구를 신속히 설치할 것을 촉구한다.
1.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어제(25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3월부터 약 4개월간 외환은행 대출금리 조작사건을 수사하여, 외환은행이 총 303억 원 상당의 이자를 불법 수취한 사실을 확인하고, 임직원 8명을 ‘컴퓨터등사용사기죄’로 인지하여, 전 부행장(기업사업본부장) 권 모씨 등 본점 임직원 2명과, 5억원 이상 불법이자 수취에 가담한 전·현직 영업점장 5명 등 총 7명을 불구속 기소하였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이 사건 범행에 가담한 영업점장은 총 675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범행 가담 경위, 위반 건수, 금액 및 동종사건 처리 전례 등을 고려하여 형사처벌 대상자를 선정하였으며, 나머지 영업점장 등에 대하여는 금융감독원에 징계 조치를 의뢰하고, 불법 수취한 이자는 모두 피해자들에게 반환될 수 있도록 요청하였다고 밝혔다.
2. 또,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이 사건 범행에 따른 피해 대출자는 총 4,861명, 가담 영업점은 321개에 이르는 전국적, 조직적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즉, 외환은행이 2007년부터 2012까지 5년 사이 전국 321개 영업점에서, 총 11,380건의 대출 가산금리를 무단 인상하여, 총 합계 303억 원 상당의 이자를 불법 수취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는 원칙적으로 약정 대출기간 중에는 가산금리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출기간 중 여신’에 대하여 은행 본점이 무리하게 금리인상 정책을 실시하면서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3. 은행은 국민들이 가장 믿고 찾는 금융기관이다. 그런 곳에서 대출금리를 조작하여 이자를 불법 수취한 것은 도저히 믿기 어려운 범죄행이라 할 것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격으로, 시민들은 이제 어디에서 돈을 안심하고 빌릴 수 있다는 말인가. 공적 신뢰가 생명인 금융기관이 금융소비자를 속이고 약탈한 것이니 우리 국민들의 걱정이 크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 범행에 가담한 사람들을 엄벌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도 검찰이 이들을 전부 불구속 기소한 것은 피해금액의 크기와 범행 수법의 심각성에 비춰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이다. 법원에서는 이들을 반드시 엄중히 처벌해야 할 것이다.
4. 2008년에는 일반은행들이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파생상품인 키코(KIKO)상품을 무더기로 팔아 이를 구입한 중소수출기업들에게 수 조원 상당의 피해를 입혔고(소위 ‘키코사태’), 2011년에는 상호저축은행들이 후순위 채권을 예금인 것처럼 팔아 이를 구입한 국민들에게 큰 피해를 안겼다(소위 ‘저축은행 후순위채권 사태’). 이번에는 급기야 일반은행의 본점 임직원과 영업점장이 한통속으로 대출 금리를 조작하여 이자를 불법 수취함으로써 대출채무자들에게 수백억 원 상당의 피해를 끼치는 일까지 발생한 것이다. 또다시, 참으로 놀라운 일이 발생한 것이다.
5. 이 번 사건을 포함하여 대형 금융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이는 결국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과 제도가 불철저해서 생긴 일이다. 예금상품, 대출상품, 보험상품, 증권,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을 통틀어 금융소비자라고 하고, 이들에 대한 보호법제가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는 점은 현 정부와 여당, 야당 모두 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23일 금융위원회는 금융소비자보호업무를 금융감독원에서 떼어 내어 이를 전담할 금융소비자보호기구를 금융위원회 밑에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금융감독기능’ 중 서로 충돌하는 면이 있는 ‘자산건전성 감독기능’과 ‘금융소비자보호 감독기능’을 따로 떼어 내는 것이라 좋은 방향이다. 하지만 그 동안 금융위원회도 ‘금융정책기능’에만 집중했지 금융기관들에 대한 자산건전성 감독에는 부실했고, 금융소비자보호에는 아예 눈을 감았다는 비판이 큼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금융위원회에서도 ‘금융소비자보호기능’을 떼어 내 독립적이고 감독권한을 확실히 가진 행정기구를 별도로 설치하고, 그 아래에 구체적인 집행을 담당할 가칭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두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6. 금융소비자를 충실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꼭 입법하여야 한다. 첫째 사전예방대책으로 금융상품을 판매전에 모두 ‘등급분류’를 하고, 판매장소도 구별하여 금융상품의 등급에 따라 일반은행에서 팔 수 있는 것과 그 밖의 금융기관에서 팔 수 있는 것으로 나눠서 일반은행은 가장 안전한 금융상품만 팔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적합성의 원칙’, ‘설명의무’ 등 은행의 영업행위에 대한 규제내용도 더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이들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 둘째 사후구제대책으로는 민사제재의 성격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들 도입하고, 금융소비자피해와 관련하여 ‘집단소송’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7.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금융소비자 피해에 대한 사전 예방과 사후 구제를 철저히 해야 하고, 독립적이고 확실한 감독권한을 가진 금융소비자보호기구를 꼭 설치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또, 금융소비자를 기망하고 약탈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매우 엄중한 제제와 처벌을 가해서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끝.
2013년 7월 26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13-07-민생-02 [논평] 외환은행 대출금리 조작 사건을 엄벌하고 독립적인 금융소비자보호기구를 신속히 설치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