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한국일보 경영진은 편집국 폐쇄 조치를 풀고 정상적으로 신문을 발행할 것을 촉구한다.

2013-06-21 183

[성 명]

한국일보 경영진은 편집국 폐쇄 조치를 풀고 정상적으로 신문을 발행할 것을 촉구한다.

지난 6월 15일 한국일보 경영진은 용역을 동원하여 편집국을 폐쇄하고, 기자들에게 경영진의 지시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근로제공확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를 거부하는 기자들에 대하여 기사작성·송고 전산시스템 접근을 차단한 채, 경영진의 뜻에 따르는 극소수의 인원들만으로 다른 언론사의 취재기사 베끼기 등을 통한 비상적인 한국일보 발행을 1주일 가까이 계속하고 있다.

 

한국일보 노동조합이 지난 4월 29일 장재구 회장의 업무상 배임 의혹에 대하여 형사고발을 하자, 경영진은 사내에서 노동조합을 주도하고 있다고 판단한 편집국에 대한 보복성 인사발령을 5월 2일자로 단행하였다. 이에 편집국 기자들이 부당한 보복인사에 불복하고 기존 편집국 체제로 신문 제작을 계속 이어가자, 급기야 경영진은 편집국을 폐쇄하는 언론사 초유의 사태를 만들고 말았다.

한국일보 경영진이 편집국을 폐쇄하고 기자들의 편집국 출입을 봉쇄한 조치는 노동법 상으로 직장폐쇄에 해당한다. 그러나 직장폐쇄는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방어수단으로만 인정되는데, 한국일보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하지 않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편집국을 폐쇄한 조치는 위법한 직장폐쇄에 해당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

 

또한 그 동안 정상적으로 취재 및 기사 작성 업무를 해 온 기자들에게 갑자기 ‘근로제공 확약서’의 서명·제출을 강요하는 것은 모순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 기자들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위법행위에 해당한다. 더욱이 그 확약서의 본질은 경영진의 요구와 지시에 따르는 신문 발행에 협조하라는 것인바, 이는 언론의 자주성과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크게 위협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언론사의 사명은 무엇인가.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고 신장시켜야 한다. 공적인 관심사에 대하여 공익을 대변하며, 취재·보도·논평 등을 통해 민주적 여론 형성에 기여해야 한다. 한국일보의 사시(社是)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춘추필법(春秋筆法)의 정신, 정정당당(正正堂堂)한 보도, 불편부당(不偏不黨)의 자세>가 한국일보가 그 동안 자랑스럽게 내건 사시이다. 그럼에도 경영진은 위법한 직장폐쇄를 단행하여 기자들의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과 역할을 막고, 소중한 지면은 타 언론사의 보도를 그대로 받아 내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독자에 대한 우롱이자 언론의 사명을 망각한 처사이다.

 

지금 한국일보의 편집국 밖으로 쫓겨난 기자들은 취재 일선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그들은 춘추필법의 정신과 불편부당의 자세로 정정당당한 보도를 하고자 한다. 한국일보 경영진은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편집국 폐쇄조치를 즉각 풀고 신문 발행을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할 것이다.

 

2013. 6. 21.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장 주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