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법무부는 국민을 보호하고 인권을 옹호해야 할 본연의 임무를 잊지 말라

2008-12-30 167

 

 


[성명] 법무부는 국민을 보호하고 인권을 옹호해야 할 본연의 임무를 잊지 말라



법무부는 12.29. 청와대에 ‘자유민주적 법질서 확립과 민생안정’에 역점을 두었다는 2009년 업무계획을 보고하였다. 법무부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복원을 제일의 과업으로 보고하면서 세부추진 계획으로 검찰역랑의 집중, 공안조직 및 기구를 정비하는 등 인적 물적 자원보강,  법질서 확립을 위한 불법집단 행동에 대한 일관된 법집행, 인터넷 유해환경 개선을 위한 사이버 범죄에 대한 수사력 강화를 시행하겠다 밝혔다. 또, 부정부패 엄단의 방편으로 면책조건부 진술제도 등의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의 이 같은 2009년 업무계획은 자유민주적 법질서 확립계획이 아니라 실상은 이명박 정권 보위를 위한 공안정국 조성계획이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자유민주적 법질서 확립을 위한다면서 공안조직과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민주화가 진척되면서 그 동안 민주화 탄압의 선봉에 서서 비대해졌던 검찰의 공안조직을 점차 축소해오던 흐름을 뒤집으려는 이번 계획의 애당초 목적이 국민감시와 통제를 통한 정권 안정에 있다는 것을 애써 숨기려는 것이 아닌가. 공안기능의 강화가 자유민주적 법질서 확립의 방법이 될 수 없음은 수많은 독재정권의 몰락에서 면면히 확인된 바다.


불법집단행동에 대한 엄단을 통한 법질서 확립도 마찬가지이다. 법무부는 보도자료에서 촛불시위자들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불법집단행동에 대한 일관된 법집행의 예로 들고 있다. 우리는 이 같은 법무부의 시각에 아연실색할 뿐이다. 지난 촛불시위가 왜 일어났는가. 국민들은 현정부가 미 쇠고기 수입협상과정에서 보인 독선과 실책을 질책하며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요구하였지만, 현 정부는 자신의 귀를 틀어막은 채 외면하지 않았던가. 정권을 비판하는 국민의 집단행동은 언제나 정당하고 필요하며, 이는 헌법으로 보장된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기도 하다. 만약 이를 불법집단행동으로 규정하고 탄압하는 것을 정당한 법집행으로 삼는다면, 국민을 보호하고 기본권을 옹호해야 할 법무부 스스로가 국민을 협박하며 헌법을 파괴하는 불법집단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또 검찰 내 전산·방송통신직 같은 전문직에게 사이버 범죄 수사권을 부여하여 사이버 수사력을 강화하겠다는 법무부의 발표는 검찰과 경찰권을 분리하여 운영하는 형사사법체제의 기본과 모순될 뿐 아니라 사이버모욕죄의 도입을 기정사실화함은 물론이고, 자체 내 수사기구를 확대하여 사이버상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제약하려는 경찰국가식 독재를 부활시키겠다는 의미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한편 법무부는 면책조건부 진술제도를 도입하겠다며, 이를 통해 부정부패를 엄단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상식에도 반할 뿐 아니라 수사의 현실을 도외시한 주장이다.
 이 제도는 형사책임을 면제해 주면서 피의자와 협상한다는 것인데, 기본적으로 이것이 어찌 부정부패를 엄단하는 방편이 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이 제도가 수사과정에서의 협상은 공개되지 않아 투명성이 없고 강요에 의한 진술과 자백으로 사법정의가 왜곡될 소지가 크며, 책임에 비례해 형벌을 받아야 한다는 대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바이다. 이를 잘 알고 있을 법무부가 굳이 부정부패 엄단이라는 이유를 대는 것은 결국 피의자와의 협상권이라는 또 다른 재량권을 보유하여 자기 기관과 권한을 더 키우려는 것으로 밖에 이해되지 아니한다. 또한 이제도가 도입된다면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인식이 확대되어 우리 사법수사체계에 대한 불신이 확대강화될 것이 지극히 우려된다.


요컨대, 법무부의 2009년 업무계획은 국민에 대한 감시와 통제, 처벌 계획의 요약판이다.
더구나 이러한 업무추진방침은 국민의 의사수렴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요즈음 정부 정책추진의 비민주성이 인권옹호와 법치주의의 본질을 지켜야 하는 법무부에 까지 미치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지금이라도 정권에 대한 정당한 비판과 저항을 감시하고 처벌하려는 구시대적 발상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법무부는 국민을 보호하고 인권을 옹호해야할 본연의 임무를 잊지 말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국민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아니라, 권력에 대한 제한 없는 감시, 권력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을 통하여 확립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 

2008. 12. 30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백승헌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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