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히 후퇴하고 있는 한국의 사회권
UN 사회권위원회, 한국정부에 대한 40여개 질의목록(list of issues) 채택
인권시민사회단체, 사전심의 참석하여 한국의 핵심 사회권 이슈 제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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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UN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위원회(이하 사회권위원회)는 한국 정부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사회권규약)에 대한 사전실무분과(pre-sessional working group) 회의를 스위스 제네바 현지시각으로 11월 27일(목) 진행하였다. 사회권규약에 가입한 국가를 대상으로 5년마다 진행되는 사회권위원회의 심의는 각 조약가입국(당사국)의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의 상황을 규약에 비추어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평가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이번에 진행된 사전실무분과 회의는 내년 11월에 있을 제3차 사회권규약 본 심의를 앞두고, 지난 2007년 7월 정부가 사회권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와 국가인권기구, NGO가 제출한 보고서를 토대로 한국 정부에 질의할 사항들을 선정하는 회의이다.
2. 이번 사전실무분과 회의에는 한국의 44개 인권시민사회단체를 대표하여 민변과 참여연대가 참석하여 한국의 사회권 현실에 대한 구두발언과 사회권 위원과의 미팅을 진행했다. 이들 단체는 구두발언문을 통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경제우선주의적’ 정책의 강화로 사회권의 급속한 후퇴가 예상된다”며 “정부보고서가 2001년 6월부터 2006년 6월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어서 현재 한국의 사회권 현실을 정확히 담고 있지 못하다”고 강조하고 위원회의 각별한 관심과 주의를 요청했다.
3. 이들 단체는 비정규직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비정규직 대책을 내놓지 않은 채 기간연장과 파견업무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 개정과 저임금노동자의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최저임금제를 개악하려는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또한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체포, 구금, 강제퇴거가 위헌, 위법적인 방식으로 폭력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무기한 구금이 법률에 의해 보장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마석에서 벌어진 대규모 단속사례를 들어 유엔인권이사회와 각종 조약기구들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 양상과 법무부의 ‘검거할당제’를 강력히 비판했다. 열악한 사회보장예산과 사회안전망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최저생계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특히 경제적 능력과 상관없이 자유로이 누려야 할 의료 이용의 권리를 박탈하고 가난한 이들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고 있는 의료급여제도는 대상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4. 최근 한국 사회의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사교육비와 대학등록금 폭등 문제도 지적되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일제고시 실시, 국제중 설립 등 입시경쟁교육이 강화되고 있으며, 대학등록금 마련을 위해 휴학하거나 중도 포기하는 일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강권은 공공성이 취약한 상태에서 정부의 의료서비스 민영화 추진계획으로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 의료지출 수준이나 공공보건의료비중이 매우 낮고, 국민 의료비 부담수준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에 대한 법정지원금조차 제대로 지원하지 않은 채 영리병원 도입, 민간보험 활성화 등의 의료 민영화 정책만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주거불평등의 심화와 원주민에 대한 고려 없이 진행되는 무분별한 개발사업, 여전히 취약한 장애인에 대한 국가차원의 지원, 성소수자와 HIV/AIDS 감염인의 권리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5. 사전실무분과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은 최근 경제위기와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달라지고 있는 사회권의 후퇴가능성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생활실태, 높은 대학 등록금으로 자살까지 하는 사례, 지난 2차 사회권 심의 당시 위원회가 권고했던 사항들의 실제 이행여부에 대해 주목했다. 사전실무분과 회의에 참석한 참여연대와 민변은 “2차 사회권 위원회의 최종권고(Concluding Observations) 상당부분이 여전히 이행되지 않고 있어, 내년 본 심의에서도 유사한 권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고, “내년 본 심의를 위해 정부보고서에 대한 반박보고서(Counter Report) 작업을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다.
6. 한편, 사회권위원회는 제네바 현지시각으로 11월 28일(금) 한국정부에 대한 40여개 질의목록(List of Issues)을 채택하고, 내년 11월에 있을 사회권 본심의 전까지 정부에 성실한 답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최종 채택된 질의목록은 2주 후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 홈페이지(http://www2.ohchr.org/english/bodies/cescr/cescrwg41.htm)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