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인권위원 류국현을 거부한다
밀실인선의 폐단-반인권·비리 전력자, 인권위원으로 임명
대통령 선거와 변화에 대한 열망으로 온 나라가 들떠있는 지금, 우리 인권단체들은 국민에게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 ‘인권위원 인선’을 참담한 심정으로 고발한다. 밀실인선과 권력기관의 나눠먹기 인선으로 홍역을 치른 것이 불과 작년의 일인데, 청와대는 또 지난 16일 신임 인권위원으로 ‘류국현’이란 이름만 ‘덜컥’ 발표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11월 30일 사임한 이진강 전임 인권위원의 사임 사실이나 이유를 알린 바 없다.
한마디로 대통령은 자기 몫인 인권위원을 ‘지명’하고 국민에겐 ‘이름’만 불러줬고, 국가인권위원회는 ‘공개적이고 투명한 인선’을 위해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았다. 「인선기준이나 인선과정을 국민에게 알리지 말라」는 것이 인권위원 임명의 원칙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밀실인선은 부적합한 인물의 등용을 차단할 수 없다’는 우리의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신임 인권위원 류국현 씨의 경력은 서울지검 검사, 영월지청장, 법무부 인권과장, 강릉지청장 역임 후 최근까지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로 활동했다는 것이 전부이다. 이에 우리는 류 씨의 반인권적인 언행과 비리사건 연루사실을 덧붙이고자 한다.
92년 7월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는 한국의 인권상황이 국제사회에서 처음으로 심의 받는 자리였다. 이때 한국정부는 국가보안법·양심수 등 인권문제에 대해 축소·왜곡하기에 급급했고, 민간단체들은 한국의 인권현실을 폭로하며 정부의 주장을 반박해 갔다. 이 과정에서 당시 법무부 인권과장이던 류씨는 “한국에는 인권문제가 하나도 없다”는 발언을 해, 한국의 인권상황을 왜곡하는데 앞장섰다. 국제사회를 향한 인권문제의 부인과 왜곡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가 취해온 악습이다. ‘인권문제가 하나도 없다’는 인식을 가진 인권위원이 존재한다는 것은 모순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류씨는 또 99년 소위 ‘대전법조비리’ 사건에 연루됐던 인물이다. ‘대전법조비리’ 사건이란 대전지역 이종기 변호사가 검·경찰 및 법원 직원으로부터 사건을 소개받고 소개비조로 모두 1억1천여 만원을 지급하다 뇌물공여죄 등으로 구속된 사건으로, 이종기 변호사는 올해 3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최종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종기 변호사로부터 금품을 받았던 류 씨는 이로 인해 검사 복을 벗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후 류 씨는 국내 굴지의 김&장 법률사무소에 합류해서 최근까지 활동했다. 주로 기업쪽의 이익을 대변하는 그 활동이 인권옹호와는 거리가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인권위원이란 어떤 자리인가?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권력기관에 맞서 결연히 싸울 수 있는 인권적 감수성과 강직함이 무엇보다 요구되는 자리다. 도덕적인 이유로 구설수에 오른 바 없는 깨끗한 사람이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과거 인권신장을 위해 헌신했을 뿐 아니라 그 활동이 최근까지 이어진 사람이어야 한다. 류국현 씨는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권력 편에 서서 인권을 왜곡해 온 인물이라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이제 우리 인권단체들의 주장은 명확하다. 반인권· 비리전력자 류국현은 인권위원직을 즉각 사퇴해야 한다. 청와대는 반인권·비리 전력자를 인권위원으로 임명한 경위를 밝혀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불성실한 공보활동에 대해 해명하고, 올바른 인권위원 인선과정은 어떠해야 하는지 공론화해야 한다. 인권위원 밀실인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인사청문회 도입 등 법개정 작업은 시작돼야 한다.
2002년 12월 23일
신임 인권위원 류국현을 거부하는 인권단체들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국제민주연대, 노들장애인야학, 다산인권센터, 대자보, 문화개혁시민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불교인권위원회, 사회진보연대, 새사회연대, 안산노동인권센터, 안양이주노동자의 집, 인권실천시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권위원회, 장애인의 꿈너머,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추모단체연대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