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의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 및 가압류 철회와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위한 법조인 선언”
1. 우리 헌법은 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는 노동자 단체라는 사회적 반대세력의 창출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노사관계의 형성에 있어서 사회적 균형을 이루어 근로조건에 관한 노사간의 실질적 자치를 보장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현행 법률과 검찰·법원의 해석 태도는 합법적 파업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만들고 있고, 이에 따라 거의 모든 파업이 불법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법제도적 현실이다.
그리고 사용자들은 이러한 법제도적 현실에 편승하여,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해서 실질적인 협상이나 대화를 통한 해결보다는 노동자 개인이나 노동조합의 재정적 취약점을 이용하여 손해배상 및 손쉬운(변론 절차 없이 결정되는) 가압류를 선호하는 방법으로 대응하여 온 것이 사실이다. 결국 ‘신종 노동조합 탄압 수단’으로 손해배상 및 가압류가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현실에서는 노동3권의 헌법적 보장 의미는 몰각되고 노사관계의 균형은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2. 한편 주지하다시피 노동계층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50%를 훨씬 넘은 상황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에 비하여 임금과 노동시간 등 노동조건에서 심각한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그 차별의 격차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반면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법적 제도적 보호는 거의 방치상태에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보장, 인간다운 삶의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3. 이러한 현실 상황이, 최근 노동자들이 고귀한 생명까지 내놓는 비극적인 ‘자살 사태’를 가져왔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살사태가 더 이상 발생하여서는 아니 됨은 너무나 자명한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그러한 사태를 낳은 법적, 제도적 요소가 개선되어야 마땅하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정부와 국회는 쟁의행위에 따른 가압류나 손해배상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하는 노동관계법의 개정에 즉각 나서야 한다.
둘째. 법원도 노동조합이나 쟁의행위에 참여한 노동자에 대한 가압류가 남발되지 않도록 변론절차 등 더욱 엄격한 심리 절차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
셋째. 정부와 국회는 노동법상의 근로자와 사용자 범위 확대, 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보호, 파견근로 등 간접고용형태의 노동자에 대한 보호 등을 내용으로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 입법에 즉각 착수하여야 한다.
넷째. 법원도 고용형태의 다양화라는 현실에 맞춰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노동관계법 적용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을 요구한다.
[ 선 언 참 여 자 ]
강기탁, 강문대, 강용택, 고재환, 고지환, 고태관, 권기일, 권두섭, 권성중, 권숙권, 권영국, 권정호, 김 건, 김 진, 김갑배, 김경진, 김기덕, 김기열, 김남근, 김남준, 김도형, 김동균, 김병수, 김석연, 김선수, 김성진, 김승교, 김양홍, 김연수, 김외숙, 김우진, 김인숙, 김인회, 김장식, 김재영, 김주현, 김진국, 김태선, 김태휘, 김한주, 김호철, 남상철, 남성렬, 남연철, 노승익, 노희정, 도재형, 문건영, 문병호, 문한성, 민경한, 박 훈, 박갑주, 박성민, 박수근, 박승옥, 박영립, 박정해, 박찬운, 박태현, 박현석, 배영철, 변영철, 서상범, 성상희, 송해익, 송호창, 신대철, 심재환, 안영도, 여운철, 여치헌, 원민경, 위대영, 위은진, 윤영석, 윤인섭, 윤중현, 이강훈, 이경우, 이민종, 이상호, 이상훈, 이상희, 이소영, 이영직, 이오영, 이원영, 이원재, 이인호, 이재명, 이정택, 이정희, 이종필, 이지선, 이찬진, 이행규, 이형범, 임종인, 장경욱, 장광수, 장동환, 장유식, 장주영, 전성우, 전영식, 전해철, 전형배, 정경모, 정대화, 정성재, 정수연, 정연순, 정재성, 정주석, 정지석, 정채웅, 정태상, 조광희, 조두연, 조병규, 조상희, 조영보, 조영선, 조현철, 진선미, 차규근, 차상육, 차지훈, 차흥권, 최명준, 최병모, 최성주, 최영동, 최원식, 최일숙, 최종민, 최종민, 표재진, 하귀남, 하승수, 하영석, 한명옥, 한택근, 황인상 (가나다순, 총145명)
2003년 11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