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한국 인종차별 상황 심의결과 발표
1. 지난 8월 22일(금) 유엔의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정부가 제출한 제11차, 12차 이행보고서에 대한 검토 및 심의결과를 담은 최종견해(Concluding observations)를 발표하였습니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정부가 지난 1979년 가입한 바 있는 인종차별철폐협약에 대해 각 국의 협약 이행상황을 심의하는 기구입니다.
2.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고용허가제 입법, 영주체류자격 신설, 난민지위심사제도의 개선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단일민족성을 강조하는 한국사회의 태도, 인종차별을 명시적으로 금지하여 처벌하는 법률이 없는 점 등에 대해 우려를 표하였습니다.
3. 위원회는 인종차별행위들, 특히 인종차별 피해자의 진정이나 사법적 대응에 관한 자세한 정보들이 이행보고서에 누락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인종차별 피해자의 고소․고발이나 소송제기가 없다는 것은 관련 입법의 부재, 사법구제방법에 대한 인식 부족, 또는 관련당국의 기소의지가 불충분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일 수 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4. 즉 대한민국 정부가 일반적인 법률제정 및 제도마련 부분에 있어서는 만족할 만한 진전을 보여주었지만, 인종차별문제에 관한 한국사회의 명확한 인식이나 법제도의 실효적 시행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위원회의 전체적인 평가인 것입니다.
5. 위원회의 이번 최종견해에는 지난 1999년 한국정부의 제9차, 10차 이행보고서에 대한 심의에서 이미 지적된 우려와 권고사항들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산업연수생, 미등록노동자의 다양한 권리들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 국내적 구제조치 및 협약 제14조에 규정된 개인청원절차에 대한 접근성과 홍보의 부족, 정부의 이행보고서 및 최종견해 배포에 있어서의 문제점 등은 여전히 위원회의 우려로 남아있으며, 이에 대한 권고사항들이 재차 언급되고 있습니다.
6. 산업연수생제도와 관련하여 지난 8월 8일과 11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열린 위원회 심의회의에서 고용허가제 입법시 산업연수생제도를 폐지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위원들의 집중적인 질문이 있었던 점 등을 비추어 볼 때, 한국정부는 이번 최종견해에서 언급된 우려와 권고사항들을 단지 문자 그대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심의회의에서 제기되었던 위원들의 질문과 논평을 다시 한번 종합적으로 살피고 그 배경과 목적을 잘 파악하여야 할 것입니다.
7.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최종견해에서 외국인여성 인신매매 문제를 지적하며 그 방지책과 인신매매 피해여성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 강화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최종견해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행보고서 심의회의에서는 산업연수생 여성 및 미등록 여성이주노동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다중적인 차별의 문제들이 지적되었으며 성인지적 관점의 중요성이 강조되기도 하였습니다.
8. 한편, 위원회는 최종견해에서 백정(白丁) 집단의 상황,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 2항의 ‘불합리한 차별(unreasonable discrimination)’ 용어사용 문제 등을 지적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정부가 심의회의에서 위원들에게 한국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시키지 못하고 형식적인 태도로 일관, 위원들이 제기한 많은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누락한 결과라고 판단됩니다.
9. 정부는 위원회가 긍정적이라고 지적한 사항에 대해 자화자찬하기보다는 위원회의 우려와 권고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이행해 나갈 구체적인 준비에 착수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위원회가 권고한 바와 같이 앞으로 이행보고서를 작성함에 있어 시민사회와 협의함으로써, 이행보고서 작성작업이 단순히 국제사회로부터의 심판대가 아니라 국내적 점검과 논의를 통해 한국사회의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한 건설적인 과정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별첨]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최종견해 번역문
** 최종견해 원문(영어)이 필요한 경우 민변 웹페이지(http://minbyun.jinbo.net)를 참조하시거나 민변 사무국(전화: 522-7284)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