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삼성X 파일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을 개탄한다.

2011-05-13 173

삼성X 파일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을 개탄한다.


 


오늘 대법원(주심 양창수 대법관)은 삼성 X파일사건을 공개한 노회찬 전 의원에 대한 원심 무죄판결을 뒤집고 유죄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하였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공적 사안에 대한 비판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헌법적 성찰을 찾을 수 없고, 판결문에서 적시한 이유 또한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것으로 매우 실망스럽다.



대법원은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의 점에 대해 무죄를 판결한 원심에 대해 ‘그 내용이 허위이고 피고인이 허위임을 인식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라고 판시하였고, 또한 보도자료 배포에 대해서도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대상이 되는 직무부수행위에 해당하므로 공소기각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의 점에 대해서는 1) 대화의 시점은 이 사건 공개행위시로부터 8년 전의 일로서, 이를 공개하지 아니하면 공익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로서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2) 이미 언론매체를 통하여 그 전모가 공개된 데다가 국회의원이라는 지위에 기하여 수사기관에 대한 수사의 촉구 등을 통하여 그 취지를 전달함에 어려움이 없음에도 굳이 전파성이 강한 인터넷 매체를 이용하여 불법 녹음된 대화의 상세한 내용과 관련 당사자의 실명을 그대로 공개한 행위를 그 방법의 상당성을 결여하였으며 3) 공익적 효과는 이미 언론보도를 통하여 상당부분 달성하였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정당행위를 부정하고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유죄라는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하였다.



그러나 정당행위를 부정한 대법원의 논리는 국민의 대표로서의 국회의원의 공적 책임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헌법적 고려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비판을 면할 수 없다 할 것이다.



1) 우선, 대화의 시점이 공개행위시로부터 8년전의 일이라는 이유로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은 어떠한 신비한 논리추론 경로를 거쳐 도달했는지 이해가 불가능할 지경이다. 스폰서 검사를 비롯하여 한국사회에서 검찰권력의 비리와 관련된 문제는 쉬쉬하는 비밀이었다. 공개의 시점이 8년이 지났다는 것은 그만큼 비리가 숨겨져 왔다는 것이고 그 숨겨진 기간만큼 공개의 공익성이 더욱 증대할 이유가 될 수 있을지언정 비상한 공적 관심이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의 근거가 도저히 될 수 없다. 권력기구의 비리가 오랫동안 가려져 있을수록 공개의 공익성이 줄어든다는 비례관계를 법원이 인정한다면 썩을대로 썩었지만 공개되지 않았던 사안을 누가 용기를 갖고 알릴수 있겠는가?



2) 언론보도를 통하여 공개되었고 국회의원이라는 지위에 기하여 수사촉구를 할 수 있었다는 이유로 정당행위성을 부정한 것도 국민의 대표자로서 권력기관을 감시·견제해야할 국회의원의 직무상 책임을 완전히 도외시한 것으로 타당성이 없다. 집행부의 권력남용을 방지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권한일 뿐만 아니라 의무이기도 하다. 언론매체를 통해 공개되었다는 이유로 국회의원이 지득한 공적 사실을 알리는 공익적 효과가 반감될 수 없다. 언론이 공적 사안에 대한 표현의 유일한 창구가 될 수 없으며 국회의원은 국민의 알권리의 대상이 되는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공적 사안에 대한 표현과 관련된 처벌조항은 매우 신중하고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은 고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처벌의 범위를 확대하여 국회의원의 권한과 의무를 침해한 것으로 위헌적인 판결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오늘은 우리사회의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또 한번 후퇴한 날이다. 그리고 그 후퇴의 발자국을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할 최후의 보루인 대법원이 남겼다는 점에서 더욱 비통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첨부파일

0513_[논평]삼성X 파일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을 개탄한다_11_05_사무_05.pdf.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