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법원도 친일청산의 민족사적인 의의를 중시한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존중하여야 한다.

2011-04-01 84

[논 평]


법원도 친일청산의 민족사적인 의의를 중시한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존중하여야 한다.


 


1. 헌법재판소는 2011년 3월 31일 러·일전쟁 개전시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취득한 재산을 친일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재산으로 추정하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친일재산귀속법’) 제2조 제2호 후문, 친일재산을 그 취득 원인 행위시에 국가의 소유로 하도록 규정한 위 특별법 제3조 제1항 본문 등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하였다. 헌법재판소에서 위 사건에 대해 공개변론을 한 것이 2010년 4월 8일이었다. 그로부터 무려 1년이 지났지만 뒤늦게나마 헌법재판소에서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고 일본제국주의에 저항한 3·1운동의 헌법이념을 구현하려는 친일재산귀속법의 취지를 중시하여 선고한 것은 다행스럽다.


 


2. 특히 이번 결정에서 주목할 부분은 친일재산의 국가귀속조항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가 비록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라는 한계가 두었지만 진정소급입법에 대하여도 합헌성을 최초로 인정하였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은 “설사 진정소급입법이라 할지라도 친일재산의 취득 경위에 내포된 민족배반적 성격,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을 선언한 헌법 전문 등에 비추어 친일반민족행위자측으로서는 친일재산의 소급적 박탈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 친일재산 환수 문제는 그 시대적 배경에 비추어 역사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공동체적 과업이라는 점 등 예외적으로 국민이 소급입법을 예상할 수 있었던 경우와 같이 소급입법이 정당화되는 경우에는 허용될 수 있다”고 결정하였다. 나아가 김종대 헌법재판관은 “친일재산은 일본제국주의와의 투쟁과 그 극복으로 탄생한 대한민국의 헌법에 규정된 ‘재산권’ 조항으로써 보호될 수는 없다”는 의견까지 제시하였다. 친일청산의 민족사적인 의의와 해방 후 반세기가 지나서야 본격적인 일제 과거사 청산 작업이 이루어졌다는 반성을 감안할 때 이러한 합헌결정은 당연한 결과이다.


 


3. 또한 친일재산의 추정조항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가 사정에 의한 재산 취득에 대하여도 친일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재산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결정한 것도 당연하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대부분의 친일재산이 사정으로 취득한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사정에 의한 취득에 추정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가 4년이라는 제한된 기간 동안 조사대상 재산이 친일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재산인지 여부를 밝혀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합헌 이유에서 밝혔듯이 친일재산에 대한 국가귀속이 해방 이후 오랜 시간이 경과한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서 친일재산 여부를 국가측이 일일이 입증하는 것은 곤란한 반면, 일반적으로 재산의 취득자측은 취득내역을 잘 알고 있을 개연성이 높은 것이어서 어느 측에 입증책임을 부여할 것인가는 입법 재량의 문제라 할 것이다.


 


4. 문제는 법원이다. 아직까지 법원에서 친일청산의 역사적 의의를 몰각하고 재산권 보호에만 칩착하는 판결을 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대표적인 판결이 조선 귀족 중 최고의 직위인 후작 작위까지 받은 이해승 사건이다. 이해승은 후작 작위를 받은 후 현 시가 20-30억원 상당의 은사공채를 수령하였고, 한국병합기념장과 쇼와대례기념장을 받는 등 일제 식민지시대 내내 귀족으로서 심각한 친일행적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거시적 관점에서 역사적 의의를 판단하지 않고 친일재산귀속법의 자구에 매몰되어 ‘한일합병의 공으로’ 귀족 작위를 받아야만 친일재산 국가귀속의 대상이 되는 친일행위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함으로써 대표적인 친일행위자가 빠져나가도록 방조했다. 더구나 1심과 2심의 결론이 달랐음에도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최종 판단을 회피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로 말미암아 조선총독부 중추원 부의장, 고문, 참의도 친일재산의 국가귀속 대상인 친일반민족행위자에 해당하는데, 왕족이면서도 일제식민지정책에 협조하여 귀족 작위를 받고 친일행적을 한 자가 제외되는 반역사적이고 불합리하며 부정의한 사태가 발생하였다.


 


5. 현재 1,2,3심에 계류 중인 많은 소송들이 헌재 결정을 지켜보기 위하여 심리를 중단하고 있던 상황이므로 앞으로 법원에서 신속하게 재판이 진행되기를 바란다. 특히 대법원이 종전과 같은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존중하여 그에 합당한 판결을 하여야 할 것이다.


 


 


2011. 4. 1.


 


 


민주사회를 위한변호사 모임


회장 김선수

첨부파일

0401_[논평]법원도 친일청산의 민족사적인 의의를 중시한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존중하여야 한다_사무_01.pdf.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