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군형법 제92조(계간 처벌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을 비판한다

2011-03-31 161

[논평]


군형법 제92조(계간 처벌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을 비판한다


 


헌법재판소는 오늘 2008헌가21 군형법 제92조 위헌제청사건에 대하여, 군형법 제92조 중 “기타 추행”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배되지 아니한다는 합헌결정(합헌 5, 위헌 3, 한정위헌 1)을 하였다.


 


구 군형법(2009.11.2.법률 제98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2는 “계간 기타 추행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여, 행위의 주체 및 상대방, 강제력 유무, 행위자들 사이의 관계나 행위 장소 등에 관하여도 아무런 판단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남성간의 성행위를 비하하는 용어인 계간(鷄姦)이라는 용어로, 동성 간의 성적 행위만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동성애자들의 성적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육군 제22사단 보통군사법원에 의하여 위헌제청 되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합헌의견)는 “‘추행’이란 정상적인 성적만족 행위에 대비되는 다양한 행위태양을 총칭하는 것으로 그 대표적이고 전형적인 사례가 ‘계간’”이라고 전제한 뒤,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기타 추행’ 부분은 “계간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애 성행위 등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도덕관념에 반하는 성적만족 행위”를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사회적 보호법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처벌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이나, 과잉금지원칙, 동성애자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오늘 결정은 동성 간의 성적 행위는 이성 간의 성적 행위와 달리, 행위의 주체, 상대방, 강제력 유무, 시간, 장소 등을 불문하고 비정상적인 것, 혐오스럽고 변태적인 것이라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적 소수자인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 및 혐오를 되풀이하고 강화하는 결정이라는 점에서 매우 실망스럽다. 결정적으로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의 심판대상을 군형법 제92조 중 “기타 추행” 부분으로만 한정하여, “계간”을 처벌하는 것에 대한 위헌여부를 따로 판단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논란이 된 부분에 대한 판단을 회피하여, 사회적 소수자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재판소의 역할을 스스로 방기하였다.


 


헌법재판소의 오늘 결정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점차 동성애자 군인들의 평등권을 보장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하는 결정으로서, 국제사회에서도, 역사적으로도 최악의 결정 중 하나로 평가될 것이다.



 



2011년 3월 3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김 선 수

첨부파일

[논평]군형법92조합헌결정(110331).pdf.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