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삼성 엑스파일 대법원 판결을 비판한다
2011. 3. 17. 대법원은 소위 ‘삼성 엑스파일 사건(2006도8839 통신비밀보호법위반, 재판장 대법원장 이용훈, 주심 대법관 민일영)’에 대하여 MBC 이상호 기자가 제기한 상고를 기각함으로서, 피고인에 대한 유죄판결을 모두 확정지었다.
2005년부터 계속되어 온 이 사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삼성경영진과 중앙일보 사장 홍석현이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과 검찰 고위관계자에게 뇌물성 추석 떡값을 지원하는 문제등을 논의한 대화 내용을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미림팀이 불법녹음하여 만든 녹음테이프와 녹취보고서를 MBC 이상호 기자가 전 미림팀 팀장 공운영으로부터 확보하여 2005. 7. 22.부터 같은 달 27. 까지 보도하였다. 검찰은 위 보도행위에 대하여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2호의 통신비밀 공개․누설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들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기소하였다. 제1심 법원은 위 보도행위에 대해서 불법 녹음 자료의 내용이 민주적 기본질서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공익적 사항과 직결이 되어 있고, 방법의 상당성이 인정되어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선고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국가안보가 위협을 받거나 사회질서가 교란되어 국민의 생명, 신체 등에 심각한 위험이 야기되는 등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통신비밀 공개행위의 위법성 조각을 인정할 수 없는데 이 사건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상호 기자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인정하였다.
대법원 다수의견은 “불법 감청․녹음 등에 관여하지 아니한 언론기관이 그러한 사정을 알면서 이에 의하여 수집된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보도하여 공개하는 경우에는 통신비밀보호법위반에 해당하고, 그 보도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① 그 공개가 불법 감청․녹음 등을 고발하기 위한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이루어졌거나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이 이를 공개하지 아니하면 공중의 생명․신체․재산 기타 공익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 등과 같이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하고, ② 언론기관이 불법 감청․녹음 등의 결과물을 취득함에 있어 위법한 방법을 사용하거나 적극적․주도적으로 관여하여서는 아니 되며, ③ 그 보도가 통신비밀의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④ 그 보도로 얻어지는 이익이 통신비밀이 보호됨으로써 달성되는 이익을 초과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다수 의견은 위 기준을 적용하여 이상호기자에게 유죄판결을 내리면서 1) 소위 ‘안기부 엑스파일’의 보도행위는 국가기관의 불법 녹음을 고발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이 사건 도청자료에 담겨있던 대화내용을 공개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2) 위 대화시점은 그 보도시점으로부터 8년 전의 일로 보도 당시의 정치질서 전개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고, 3) 도청자료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녹음테이프의 제공을 요구하고 사례비 명목의 돈을 지급하여 그 취득에 적극적․주도적으로 관여하였기에 정당행위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하지만 대법원 다수의견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의 근본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을 뿐 아니라, 대법원이 스스로 제시한 판단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 무리한 해석이라는 점에서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우선, 보도행위의 공익성과 관련한 문제이다. 삼성계열사들이 기업에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기 위해 비자금을 정치인과 검찰에 뿌렸다는 사실은 사회윤리상 비난받는 행위임은 물론이거니와 이를 넘어서서 형법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뇌물죄에 해당한다. 게다가 1997년 당시에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었고 그러한 뇌물 수수행위가 2002년에도 재발되었으며 그 주체가 재벌대기업이라는 점에서, 사건의 진상에 대해서 국민은 충분히 알 권리가 있었다. 대화시점이 8년전 일이고, 현재의 정치질서 전개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없기에 그 공익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다수의견의 판단은 공익성의 요건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여 대다수 국민의 건전한 법상식에도 맞지 않는다.
보도행위의 수단과 방법의 해석에 관해서도 대법원 다수의견은 논리적 모순을 겪고 있다. 만일 이상호기자가 적극적으로 불법녹음을 교사하여 그 자료에 기반하여 보도행위를 하였다면 그 행위를 별도로 처벌을 해야 마땅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불법녹음이 안기부에 의해 행하여졌고,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언론기관이 사후에 형법상 범죄 행위에 대한 감청․녹음등의 결과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그 결과물을 입수하여 보도한 것에 대해 형사처벌을 가한다는 것은 언론기관이 누려야 하는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것이다. 어차피 위와 같은 불법녹음에 대해서 형사상으로는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 제한으로 국가기관의 위법한 불법감청과 대기업의 뇌물 범죄행위사실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이 언론기관을 통해 국민에게 알려질 수 있는가의 여부는 엄연히 별개의 문제이다. 사생활의 보호가치를 내세워, ‘범죄사실조차 공표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주장은 사회 정의의 가치에 반하는 것이다. 민변은 이번 대법원 판결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마땅히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의 본질적인 측면을 왜곡하고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하며, 그 문제점을 지적하는 바이다.
2011. 3. 18.
민주사회를 위한변호사 모임
회장 김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