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평]
업무방해죄 관련 대법원 판결에 대한 논평
-대법원 2011. 3. 17.선고 2007도482 판결, 2006년 철도노조 파업 사건-
대법원은 2011. 3. 17. 2007도482 업무방해 사건(2006년 철도노조 파업 사건)에 관하여,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제한된 경우 즉,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만 그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는 내용의 전원합의체 판결(재판장 대법원장 이용훈, 주심 대법관 이홍훈)을 선고하였다.
판결의 다수의견은 원칙적으로 파업이라는 행위는 위력이 아니고 예외적으로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만 ‘위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예외적으로 ‘위력’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종래 판례에 따라 주체, 목적 등 정당성 요건을 갖춘 파업이라면 여전히 위법성이 조각되어 무죄가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종래 주체, 목적, 절차, 수단과 방법이 정당성이 없는 이른바 불법파업도 항상 업무방해죄로 처벌되는 것이 아니고, 다수의견이 말하는 ‘위력’에 해당되는 경우에만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종래 대법원 판결이 노동자들의 파업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는 것을 전제로 파업의 주체, 목적, 절차, 수단과 방법의 정당성을 충족할 경우에만 위법성이 조각되어 무죄라고 보았던 것에서 진일보한 판결이지만, 여전히 집단적인 노무거부행위가 위력이 되는 경우를 예외적으로 열어두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아쉬움이 남는다. 오히려 이번 판결의 소수의견이 그동안의 학계의 논의, ILO 등 국제사회의 업무방해죄 처벌 중지권고 그리고 무엇보다 법리적, 사회적 상식에 부합하는 해석이다.
업무방해의 구성 요건인 ‘위력’은 “다른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 혼란케 할 만한 힘”으로 폭행․협박 또는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을 포함하는 것인데, 다른 노동자나 사용자에게 그러한 힘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노무 제공을 거부하는 것은 단지 ‘부작위’에 불과하여 민사상 채무불이행이 될 수는 있지만 어떠한 ‘유형력’의 행사라고 할 수 없고, 더욱이 누군가의 의사를 제압할 만한 위력의 행사가 될 수는 없다. 또한 소수의견이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위력의 해당 여부에 관한 판단기준에 의하더라도 과연 어떠한 경우를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인지, 어느 범위까지를 심대한 혼란 또는 막대한 손해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인지 반드시 명백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여전히 죄형법정주의(명확성의 원칙) 위반이며 구체적 사례에서 검찰과 법원의 자의적인 법적용의 우려가 남을 수밖에 없다.
현재 대부분의 학자들이 구성요건 해당성을 부인하고 있음은 물론 현재 한국을 제외하고는 이를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의율하여 처벌하는 국가가 없으며, 같은 업무방해죄를 두고 있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국제노동기구(ILO)와 UN 사회권위원회에서도 여러 차례 한국정부에 대하여 평화적이고 소극적인 노무거부행위에 대하여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형법 제314조 업무 방해 조항을 재평가하여 시정할 것을 수차례 권고한 바 있다.
우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의 소수의견이 이후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채택되어 이 문제로 인한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기를 바라며, 더 나아가 쟁의행위의 정당성 판단을 협소하게 해석하고 있는 판례들 또한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지기를 기대한다.
2011년 3월 18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권 영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