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윤기진 전 한총련 의장에 대한 영장청구를 개탄한다.
[논평]
윤기진 전 한총련의장에 대한 영장청구를 개탄한다.
지난 2008. 2. 경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어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되어 만기출소를 하루 앞둔 윤기진 전 한총련 의장에 대하여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하였다. 그 사유는 윤기진 전 의장이 교도소 내에서 형의 집행 중에 범청학련 남측본부 의장에 선출되어 범청학련 북측본부에 서신을 보내고, 지인들에게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서신을 보낸 것을 문제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는 금번 영장청구의 조치가 과연 공권력 행사가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정당성을 가지고 있는지 깊이 회의할 수 밖에 없다. 검찰이 문제삼는 윤기진의 여러 가지 행위들이 과연 형사처벌로 탄압해야 할 만한 것인지도 문제이거니와 가사 공안당국의 시각대로 형사절차를 밟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점에서 형식적 합법의 외피를 뒤집어 쓴 부당한 처사라고 우리는 판단한다.
첫째, 우리는 여기서 국가보안법의 야만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윤기진은 체포되기 전 이미 10년이나 수배생활을 겪었다. 그가 사랑하는 두 딸의 손 한번 잡아보는 일도 그가 체포되어 재판받는 동안에야 비로소 가능해졌다. 그가 이제 3년의 징역형의 집행을 온전하게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가족과 안온한 해후의 시간을 맞이하려는 찰나 공안기관은 다시 국가보안법의 날카로운 칼날을 휘두르려 한다. 지아비와 지어미가, 아비와 딸이 서로의 체취를 맡아가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체감하려는 것마저도 가로막는 것이 바로 국가보안법인 것이다. 국가보안법이 악법인 이유가 다시 한번 명징해진다.
둘째, 국가보안법의 야만성 말고라도 윤기진이 행했다고 하는 행위들이 과연 형사처벌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윤기진이 감옥 안에서 범청학련 남측본부의 의장직을 수행했다고 하나, 교정당국의 엄밀한 감시를 받으며 윤기진이 할 수 있는 이른바 ‘이적’행위가 얼마나 될 것인가? 이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의 표출에 지나지 않는 행위일 것임은 누구나가 예상해 볼 수 있다. 그가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를 문제삼는 대목에서는 아연이 실색하다. 지극히 사적으로 보낸 편지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표현을 일부 썼다고 하더라도 그것에 형사처벌의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가?
셋째, 우리 형사소송법은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구속수사는 예외적인 것이며, 구속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주거부정, 도망의 우려 등 여러 요건이 갖추어져야만 인정되는 것이다. 이 사안이 구속이 필요한 사안인가? 윤기진이 교정당국의 검열 아래 서신을 주고 받은 것이 구속이라는 사전 엄벌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볼 것인가? 구속의 요건은 갖추어져 있는가? 10년의 수배생활을 거쳐 3년의 수감생활을 마친 윤기진은 도주할 것으로 예상되는가? 이미 철저한 검열을 거쳐 서신의 존재와 내용이 완벽하게 확보되었을 것인데, 과연 증거인멸의 우려는 어떻게 인정될 수 있는가? 윤기진의 주거가 불명한가?
본 건 영장청구는 결국 법적인 정당성도, 필요성도, 요건도 충족되지 못한 가운데 민간 통일운동에 족쇄를 채우고자 하는 본보기로 감행하는 폭거라고 우리는 판단한다. 나아가 파탄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의 초라한 현주소가 여기서도 확인된다. 검찰은 법적인 정당성을 전혀 확보하지 못한 본 건 영장청구를 철회할 일이다. 법원은 이러한 검찰의 형식적 합법의 외피를 둘러 쓴 야만적인 공권력 행사에 마땅히 제동을 걸 일이다. 국가보안법의 야만적인 독주, 여기서 막아야 한다.
2011년 2월 2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김 선 수 [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