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박한철 헌법재판관 임명을 반대한다
[논평]
박한철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반대한다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 수호를 위한 최고규범이다. 모든 법과 국가기구는 헌법의 가치질서에 합치되게 제정, 운용되어야 한다. 이런 헌법에 기초하여, 통치권 행사가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이를 확인하고 통제하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본질적 역할이자 사명이다.
헌법재판소가 민주화투쟁의 성과로 만들어진 것도 헌법이 기본권 수호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통치권자의 정당성을 합리화해주는 장식적인 문서로만 남았던 과거에 대한 반성 때문이었다.
이런 헌법재판소의 역할에 비추어 볼 때 헌법재판관은 기본권 수호라는 헌법의 존재이유를 확인하고 국가기관의 기본권 침해를 시정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질과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임명되어야 한다. 헌법 재판관이 기본권 수호에 대한 투철한 의식과 가치관을 지니고 있지 않다면 헌법재판소는 오히려 위헌적인 공권력행사를 합리화시켜주는 기관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박한철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기본권 수호라는 헌법재판관이 가져야 할 가치관을 갖고 있는가? 박 후보자의 과거 경력과 인사청문회에서의 발언을 볼 때 우리모임은 절대 박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박후보자는 2008년 대검찰청 공안부 부장 시절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에 대한 무차별적 처벌을 진두지휘하며 공안정국을 조성하는데 앞장섰던 인물이다. 미국산 쇠고기수입을 둘러싼 정부의 반민주적 처사에 대해 평화로운 방식으로 국민의 의사를 전달하고자 모였던 시민들은 경찰에 의해 폭행당하고 쫒기고 체포된 후, 검찰에 의해 범법자로 지목되어, 수년간의 법정 투쟁을 거듭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야간집회에 대한 위헌결정이 있은 후에도 검찰의 국민을 범죄자로 보는 시각은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 그의 과거경력을 차치하고라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임명된 현재 시점에서도 그는 촛불집회 둘러싼 과잉처벌의 문제제기에 대해 여전히 “법과 원칙에 따라 정당하게 처리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헌법재판관은 실정법이 헌법에 위반되어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자리이다. 그러나 박한철 후보자에게 있어 ‘정당한’이라는 가치판단에는 헌법적 고민이 도무지 엿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박후보자는 ‘존재하는’ 실정법을 적용한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생각을 소신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며, 권력의 주인인 국민보다 현실에서의 집권세력을 더욱 떠받드는 가치관을 가진 인물임이 인사청문회를 통해 확인되었다. 이런 가치관을 지닌 사람이 헌법재판관이 되어서 과연, 실정법이 헌법에 위반되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지 숙고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가치관을 지닌 사람이 과연 헌법재판관이 되어 국가권력의 오남용을 위헌이라고 결단할 수 있는 의지가 있을 것인가?
헌법재판관 한명의 임명이 단순히 ‘한명’의 재판관 임명 만에 그칠 수 없는 것은 헌법재판소 결정이 기본권 보장과 관련해서 미치는 중대한 의미 때문이다. 박한철 후보는 그 큰 의미를 감내할 자질과 가치관을 갖고 있지 않다. 우리 모임은 박한철 후보가 헌법재판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는 바이다.
2011. 1. 28.
민주사회를 위한변호사 모임
회장 김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