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검사 성접대․뇌물수수사건 진상조사 결과에 대하여
오늘 이른바 스폰서 검사 사건 진상규명위원회가 조사결과를 발표하였다. 위원회는 조사결과 부적절한 식사․술접대 등은 확인되었으나 정씨가 26년간 지속적으로 검사들을 접대한 스폰서라고 보기는 어렵고, 전별금을 1회 제공한 것 외에 정기적으로 금품을 제공한 사실은 확인할 수 없으며, 모 부장검사 1인 외에는 성접대 사실을 인정할 수 없고, 대가성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비위 정도가 중하고 징계시효가 남아 있는 검사 10명에 대한 징계, 비위 정도는 다소 중하나 징계시효가 완성된 검사 7명에 대한 인사조치 및 비위 정도가 경미한 검사 28명에 대한 검찰총장 엄중경고를 검찰총장에게 권고하였다. 아울러 제도적 개선책으로 문화, 감찰 및 제도 분야 개선책 마련을 촉구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검찰에게 면죄부를 주고 만 진상조사 결과를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 우선 이 사건에 대한 위원회와 검찰 조사단 구성 자체가 잘못되어 애초에 올바른 조사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들이 검찰 비리 조사 및 제도적 개선책 마련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인사들이었고, 검사들로만 구성된 검찰 조사단이 모든 조사를 하고 위원회는 사후에 형식적인 보고만 받는 구조에서는 철저한 조사는 애초에 기대난망이었다.
두 번째로 조사방식이 잘못되었다. 검찰은 처음부터 정씨 제보내용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위원회는 조사결과 발표에서 정씨가 이 사건을 제보하게 된 동기의 순수성과 진술의 일관성 및 객관성, 그리고 접대 자력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면서 진술을 상당 부분 배척하고, 아울러 정씨가 조사를 거부한 것을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비리를 폭로한 정씨의 제보는 공익적 제보로서 그 동기의 순수성을 이유로 진실성을 배척할 사안이 아니다. 그리고 오랜 기간 다수의 검사들에 대하여 한 접대에 대하여 다소 기억이 흐려 일부 진술이 부정확하거나 변경된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위원회는 정씨가 아무런 합리적 이유없이 조사를 거부하였다고 하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정씨의 입회하에 유흥주점 업주와 종업원을 조사한다면 협조하겠다는 정씨의 제안이 거부되고, 조사 진행과정에서 정씨를 뇌물공여 혐의로 처벌할 듯이 압박하고 본인과 가족들의 계좌까지 광범위하게 추적하는 등 조사방식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 대하여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였음에도 위원회는 마치 정씨가 믿을 수 없는 사람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세 번째로 대가성과 성접대에 대한 조사가 너무나 미흡하다. 위원회는 정씨 등이 대가성을 부인하여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하나 과연 정씨와 관련된 사건기록들을 면밀히 검토하였는지 의문이고, 뇌물사건에 대한 검찰의 기존 수사방식과 처리결과에 비추어 보아도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위원회가 발표한 조사결과만 보더라도 박기준검사장이 정씨의 구속집행정지와 관련해서 주임검사에게 ‘아프다는데 수술받게 해줄 수 없느냐.’고 말하고 1차장검사에게 ‘내사사건의 수사템포를 늦추면 안되겠느냐.‘고 말한 점은 대가성이 있었음을 충분히 추정할 수 있는 근거이다. 걸핏하면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하던 검찰이 정작 자신들의 뇌물 의혹에 대해서는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이중잣대가 아닌가. 당사자와 술집 종업원 등이 부인한다는 이유로 성접대 사실도 대부분 인정하지 않았으나, 형사적으로, 그리고 영업적으로 불이익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과연 관련자들이 조사단으로부터 아무런 압박을 느끼지 않고 임으로 진술할 수 있었겠는가. 따라서 대가성과 성접대에 대한 조사는 그야 말로 처음부터 결론을 예정해 놓고 그에 따라 이루어진 조사가 아니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네 번째로 박기준 검사장 등이 정씨의 진정사건을 보고받고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이를 묵살한 것에 대해서는 직무유기죄를 적용하여야 함에도 징계권고에 그친 것은 부당하다. 형사소송법 제195조는 “검사는 범죄의 혐의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객관적인 범죄혐의가 있을 경우 검사의 수사는 권한이 아니라 의무다. 박기준 검사장 등이 진정서에 자신을 포함한 검사들의 접대사실이 기재되어 있음을 알고도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명백히 직무유기죄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위원회의 제도개선대책에 이르러는 과연 위원회가 이번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번 사건은 막대한 권한을 지녔음에도 아무런 견제와 통제를 받지 않은 검찰제도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문제이다. 따라서 제도개선대책 역시 검찰권한의 분산과 견제, 그리고 민주적 통제방안 마련이라는 대원칙에서 찾아야 한다. 그리고 검사를 포함한 고위 공직자의 비리를 상시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독립적인 수사기구의 설치가 시급하다. 그러나 위원회는 제도개선대책의 핵심이라 할 검찰권 통제방안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없이 국회, 범정부 검․경 개혁 T/F에 그 공을 넘겨 버렸다. 반면 음주문화 개선, 1인 1문화 활동 장려, 자기계발 운동 전개, 심리 상당 시스템 도입, 지방 근무 검사 근무여건 개선 등은 상세히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검사의 고충을 해결하는 방안일 수는 있지만 이번 스폰서 검사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위원회가 이번 사건의 원인이 단지 검찰의 근무여건이나 여가문화에서 비롯되었다는 잘못된 인식을 하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이런 문제의식으로는 검찰을 제대로 개혁할 수 없다
어제 밤 MBC PD수첩이 검사와 스폰서 2탄을 방영했다. 스폰서에 의한 검사 접대가 일부 지역, 일부 시기에 국한된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 다시 한 번 입증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검찰은 관련 사실을 부인하기에 급급하다. 검찰만큼 깨끗한 데가 없다는 검찰에게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여야가 특검을 도입하기로 한만큼 특검을 통해서라도 이번 사건이 제대로 밝혀지기를 기대한다.
2010월 6월 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 장 김 선 수 [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