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긴급조치 제1호 및 반공법위반 재심선고에 따른 논평-끝나지 않은 과거사, 긴급조치를 벌하라

2010-04-30 155

문서번호 : 10-04-사무-22
수       신 :  제 언론사 및 시민사회단체
발      신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담당: 조영선 변호사, 전화: 02-3482-6198)
제      목 :   [논평] 끝나지 않은 과거사, 긴급조치를 벌하라
전송일자 : 2010. 4. 30
전송매수 : 총 2쪽

[논 평]  긴급조치 제1호 및 반공법위반 재심선고에 따른 논평
끝나지 않은 과거사, 긴급조치를 벌하라
 
오늘 서울고등법원(형사 제7부 김인욱)는 긴급조치 제1호, 2호 및 반공법위반 재심사건(청구인 오00)에서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 등에 의한 자백으로서 임의성이 없고, 설령 정부비판발언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국가존립안전에 위해를 줄 위험도 없다면서, 반공법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를, 긴급조치 위반에 대해서는 면소를 선고하였다.


모임은 30대 청년이었던 피고인이 36년이 지나 백발이 된 지금, 그 억울함이 풀렸다는 안도를 하면서도, 재판부가 애써 형식적 법 논리에 숨어 면소 판결한 것은 사법부가 그동안 외쳐온 과거사 청산, 자기반성을 부인하는 반쪽 판결로서, 심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오씨 사건은 말하자면 막걸리 긴급조치 위반 사건으로서, 1974.5.17. 평택읍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반공웅변대회에 참석차 탑승한 옆좌석 학생과 대화를 나누던 중 정부시책에 대해 일부 비판적인 말을 하였다는 이유로, 수사권 없는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고문.협박 등을 받고 허위자백을 한 사건으로, 진화위에서도 이미 진상규명에 따른 재심권고결정을 한 바도 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긴급조치 제1호, 제2호는 박정희 군사정권이 정권유지를 위하여 만든 유신헌법의 핵심적 조치로서, 긴급조치이나 유신헌법 개헌 논의조차도 처벌하는 등 비판의 자유 및 죄형법정주의, 영장주의, 인신구속기간의 제한 등 헌법상 보장된 최소한의 국민의 권리와 자유 전반을 박탈 내지 제약하였다. 더욱이 1412사건에 달하는  긴급조치라는 공포정치의 그림자는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이르고 있으며, 단지 피해자들만이 아니라 잘못된 교육에 의해 맹목적인 신뢰를 하게 될지도 모르는 미래세대 또한 유신헌법과 긴급조치의 희생자라 아니할 수 없다.


또한, 재판부가 면소판결한 법적근거로 삼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는 수사.재판, 복역 중에 있는 경우에는 한시라도 형사소추절차에서 벗어나는 것이 피고인의 이익이 될 것이지만, 오씨 사건에서처럼 이미 실형까지 마친 경우에는 실체적 심리를 통해 무죄를 선고받을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당하기 때문에 재판청구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위헌규정이다. 실형까지 마친 오씨에게 과연 ‘면소’가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이미 2010.2.3 헌법재판소에 유신헌법 제53조, 긴급조치 제1호, 제2호,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가 재판청구권, 권력분립의 원리 등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를 들어 각 헌법소원을 제기하여 현재 지정재판부에 계류 중에 있다. 변호단은 이 사건을 비롯하여 긴급조치 위반사건에 대해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계속 그 사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다.


긴급조치 피해사건에 대해서는 특별법을 통한 입법적구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할 것이나, 사법부와 헌법재판소라도 나서서 과거 합법을 가장한 국가폭력을 단죄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법과 정의를 바로 세울 것을 촉구한다.



2010. 4. 30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백승헌

첨부파일

오종상긴조재심선고-논평-100430.pdf.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