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평]
헌법불합치 결정을 계기로 집회를 과잉규제하는
입법.행정을 전면적으로 개혁하여야 한다
1. 야간에는 일체의 집회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10조 야간집회금지조항은 세계 어느 나라의 입법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과잉 집회규제 입법이어서 일찍부터 위헌법률조항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은 이러한 위헌지적을 확인하는 예상되었던 당연한 결과이다. 다만, 이미 집시법 제10조의 야간집회금지조항 이외에도 경찰이 집시법 제5조(폭력우려 집회금지), 제8조(중복집회 금지), 제12조(교통혼잡우려 집회금지) 등 다양한 근거를 들어 야간집회를 과잉규제해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헌결정으로 야간집회의 통제수단이 없어진다는 정부의 행정편의적 주장에 대한 정치적 고려로 위헌결정을 하지 않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더구나 해당조항이 국민을 형사처벌하는 형벌법규임을 고려하여 보면 위헌결정이 아닌 헌법불합치 결정의 형식을 취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2. 4,5년마다 선출되는 국민의 대표에 의하여 운영되는 대의제, 선거제. 임기제 민주주의에서는 선거시기 이외에는 국민에 대한 책임정치, 책임행정이 충분히 구현되기 어려운 상황이 있기 쉽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정치적 여론의 형성기능으로 이러한 대의제 민주의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단지 헌법상 기본권의 차원을 넘어 헌법의 이념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골간을 이루고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우리 헌법은 기본권 보장차원을 넘어 특별히 헌법 제21조 제2항에서 행정기관의 자의에 의해 집회를 허가제로 운영하는 것과 같은 집회.시위에 대해 과잉규제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집회규제에 관한 우리 입법과 행정의 현실은 야간집회금지, 폭력우려집회 금지, 중복집회 금지, 교통혼잡우려 금지 등 수많은 이중삼중의 과잉규제 조항을 마련해 놓고 경찰은 가급적 집회.시위를 봉쇄하고 예외적으로 집회를 제한적 수준으로만 허용하려고 하고 있어 우리 헌법에서 천명하고 있는 평화적 집회의 최대한 보장의 원칙과 예외적 규제라는 헌법원리는 그러한 원리가 존재하는가를 의심케할 정도이다.
3. 특히, 현대인들은 주간에는 생업과 학업에 몰두하여 주간집회에 일반인이 참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주간집회는 노동조합, 학생회 등 주로 그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집회가 가능할 뿐이고, 일반인들이 광범위하게 참여하여 정치적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집회는 저녁시간대를 개최되어야 할 필요성이 크다. 그런데, 집시법 제10조는 이러한 야간에 집회를 금지하도록 하고 있어 일반인들의 정치적 여론형성을 위한 집회참여를 근본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의 입법례에서도 야간에 주거지역(독일), 주요도로(프랑스)에서의 집회를 금지하는 경우는 있어도 우리처럼 야간이라는 이유로 도시와 지방, 주거지와 공공장소 등을 전혀 구별하지 않고 전국의 모든 옥외장소에서 집회를 일체 금지하는 국가는 없다.
4. 야간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에 만들어졌던 구시대의 법률조항이 야간통행금지가 없어진지 30여년이 다 되는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은 오로지 국민의 적극적인 집회.시위 참여를 경원시하던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과잉 집회규제 행정의 탓이 크지만, 상당한 정치적 민주주의가 진전된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이러한 구시대적 법률조항이 남아 있었다는 것은 새삼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야말로 집시법 제10조의 문제만이 아니라 과잉 집회규제 입법과 행정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에 착수할 때이다. 국회는 헌법재판소가 위헌조항이라고 판단한 제10조만이 아니라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없이 행정기관의 자의적인 우려만으로 집회를 금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전근대적인 집시법 제5,8,12조 등 조항에 대하여도 현대 민주헌법의 원리에 맞게 개정을 해야 할 것이다.
5. 경찰도 평화적 집회의 최대한 보장원리를 확인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의 취지를 잘 이해하여 지금과 같은 봉쇄와 과잉규제 위주의 집회관리 행정을 일대 혁신해야 할 것이다. 경찰은 미국에서는 폴리스라인을 넘은 시위자에 대하여는 총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며 강력한 집회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이번 헌법재판 과정에서 잘 밝혀진 바와 같이 폴리스라인을 넘은 시위자를 처벌하는 것에서 나아가 폴리스라인을 넘은 시위자가 있다는 것을 빌미로 폴리스라인내에서 평화적으로 집회를 계속하고 있는 시위자들까지 폭력시위의 공범으로 처벌하고 평화적 집회마저 강제진압하는 과잉행정을 보여주는 선진국의 사례는 없다. 검찰도 이번 헌법재판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오히려, 폭력시위자로부터 평화집회를 보호하고 집회참가자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업무도 공안기관의 중요한 업무의 하나라는 점을 명심하여 평화적 집회 참가자들과 그 주변시민들까지 무차별적으로 기소하는 지금의 과잉처벌방식을 재검토하고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집시법 제10조 야간집회 금지규정 위반으로 기소된 시민들에 대하여는 대대적인 공소취소 등의 조치를 취하여 위헌적인 상황을 바로잡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6. 법원도 국회에서 헌법불합치된 법률조항이 개정될 때까지 기다릴 것만이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를 존중하여 위헌으로 판명된 법률조항에 의하여 형사처벌을 받는 억울한 시민이 단 한명도 없도록 재판을 진행하여 법원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인권의 최후의 보루라는 명성을 되찾을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현재 헌법재판소에는 도로를 파괴하거나 도로에 장애물을 설치하여 교통을 방해한 자와 도로에서 시위를 한 시민을 동일하게 중형으로 처벌하고 있는 형법의 일반교통방해죄 조항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 헌법상 형사처벌조항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위헌 제청한 사건도 계류 중에 있는데, 위 사건에서는 위헌적 상태를 일정기간 방치하게 되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아니라 위헌임을 명확히 확인하는 전향적인 결정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
2009월 9월 2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 장 백 승 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