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평]
헌재의 종부세 “세대별 합산과세” 위헌결정 유감
– 정부여당은 이를 종부세 폐지 근거로 악용하지 말아야
1. 헌재가 종부세 자체를 합헌으로 판단함으로써 정부와 소위 1% 강부자들이 종부세를 폐지시키려는 시도가 좌절되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종부세 부과방법인 ‘세대별 합산과세’를 위헌 결정한 것은 유감스럽고, 이로 인해 정부와 정치권이 땅부자들만의 이익을 위해 종부세를 왜곡시키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또한 기획재정부 세제 담당자가 4차례나 헌재 연구관들과 만나 정부의 돌변한 입장을 전달하고, 헌재의 심리에 영향을 미치려 한 과정과 정치적 의도는 철저히 규명하고 관련자의 엄중한 문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더구나 강만수 장관이 말 한 그대로 ‘세대별 합산과세’가 위헌결정이 났다는 사실은 법리적 문제와 더불어 헌재의 심리과정에 정치적 힘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헌재 스스로 해명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불과 한달 전에 합헌의견을 낸 것을 뒤집고 다시 위헌의견서를 제출했다니 정부가 바뀌자마자 소위 땅부자들의 이익을 위해 노골적으로 정치적 힘을 행사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임정권이 추진한 법제도를 무력화하기 위하여 헌법재판을 악용하려 한다면 헌법재판의 사법적 권위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2. “세대별 합산과세” 위헌결정은 심히 유감이다. 세대별 합산과세는 투기목적 다주택 보유를 억제하는 종부세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위헌 결정이 종부세의 입법취지를 크게 훼손하고 심지어, 세대별로 1가구 1주택인 경우만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는 양도소득세마저 위헌시비에 휘말리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1) 단지, 부부사이 또는 세대원 사이에 명의를 분산하는 경우 세무행정상 세금추적이 어렵다는 행정편의적인 발상에서 세대별 합산과세제도를 도입한 것이라면 위헌결정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고, 실제로 지난 금융소득 종합과세에서 부부합산과세 제도의 위헌결정은 국세청의 위와 같은 행정편의적인 주장이 위헌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 하지만, 종부세나 양도소득세에서 세대를 기준으로 누진과세 여부나 비과세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부동산세제의 가장 중요한 정책적 기능이 투기목적의 다주택보유를 억제하고 실거주 목적의 주택보유를 유도하는 것인데, 주택에의 거주는 개인별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세대)별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종부세와 양도소득세에서 누진과세 여부나 비과세 여부를 세대별 기준으로 정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인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토지초과이득세 등 부동산세제에 관한 결정에서 부동산세제의 경우 재정충당이라는 조세 본래의 기능 이외에 현대 조세제도에서 정책유도적 기능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하며 투기억제 목적으로 한 부동산세제에 대하여 줄곧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해 온 바 있다.
(3) 외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스웨덴, 스위스, 노르웨이, 핀란드와 같이 재산에 대하여 세대별 합산과세를 하는 입법례도 있고, 일본,미국과 같이 재산세에 대하여 세대별 합산을 하지 않은 입법례도 있는데, 미국과 일본의 입법례를 따르지 않았다 하여 위헌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없다고 보인다. 일본이나 미국과 같이 재산세에 대하여 단일비례세를 적용하는 조세제도에서는 합산과세라는 것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세대별 합산과세제도가 도입되어 있지 않은 것이지만, 스웨덴. 스위스 등과 같이 재산세에 대한 누진과세를 하고 있는 법제에서는 합산과세가 필요하기 때문에 세대별 합산과세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것이어서 누진과세 체계를 도입하고 있는 우리의 종부세에서는 오히려 세대별 합산과세제도가 논리적으로도 제도의 정합성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4) 종부세에서 세대별 합산과세가 위헌이라면 양도소득세에서 우리사회가 수십년간 유지해 왔던 세대별로 합산하여 1세대 1주택의 경우 비과세하는 제도도 위헌시비에 휘말릴 수밖에 없어 우리사회가 공동의 선으로 지향해 왔던 실거주 목적의 1가구 1주택 보유정책의 근간이 흔들리게 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3. 헌재의 일부 위헌결정을 빌미삼아 종부세를 폐지하려는 정치적 의도에 대하여는 우리사회가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1) 과거 금융소득의 종합과세에서 부부합산과세 제도에 대한 위헌결정이 있었다 하여 금융소득의 종합과세 제도가 폐지되지 않았다. 토지초과이득세의 헌법불합치결정이 있었다 하여 토지초과이득세법이 전부 폐지된 것이 아니었다. 토지초과이득세법은 1994년 헌재결정을 보완하여 법을 개정하여 4년간 더 운영되다가 김대중 정부에서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건설경기 부양에 장애가 된다고 정부 스스로 폐지한 것이었다.
(2) 종부세의 경우 종부세의 일부내용에 대하여 일부위헌결정이 있었다 하여 종부세를 전부 폐지하려 한다면 다분히 헌재의 결정을 악용하려는 정치적 의도로서 비판받지 않을 수 없다.
4. 정부와 여당은 1가구 1주택 장기, 노령 보유자의 종부세 부담을 감면하거나 징수유예하여 종부세를 보완하자는 취지와 전혀 관계없이 투기적 목적의 다주택자에게까지 종부세 부담을 사실상 덜어주자는 왜곡된 개정논의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과 관련하여, 거주 목적의 1가구 1주택 장기, 노령 보유자에게 담세능력에 비하여 과도한 조세를 부담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종래 있어왔고, 이 부분에 대하여는 합리적인 수준의 감면 내지 징세유예 등의 보완 장치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헌재의 취지도 1가구 1주택 장기, 노령 보유자를 넘어 종부세 대상의 63%에 이르는 다주택보유자에 대해서까지 종부세 감면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정부와 여당은 적극적 지지층의 압박과 지지에 연연하여 투기목적의 다주택보유자에까지 종부세 감면 논의를 하고 있는데, 이는 헌재 결정과도 관계없고 애초의 합리적 논의를 완전히 일탈한 것이다.
5. 종부세 사실상 폐지는 단순히 1% 부동산부자들의 세금부담을 덜어준다는 선에서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 종부세 재정으로 많은 사회복지 재정비용을 충당하고 있는 지자체의 서민들, 저소득층의 복지를 더욱 열악하게 만들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 과정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이번 헌재 결정이 1% 부동산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추진으로 왜곡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2008년 11월 1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 장 백 승 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