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불안정 고용을 양산할 시간제 일자리 정책을 철회하고, 실질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힘쓰라
[성명]
불안정 고용을 양산할 시간제 일자리 정책을 철회하고,
실질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힘쓰라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고용률 70% 달성과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 위해 시간제 일자리가 중요하다. 시간제 일자리라는 표현에서 편견을 쉽게 지울 수 없으니, 공모 등을 통해 이름을 좋은 단어로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 또 ‘시간제 일자리가 하루 종일 하는 것이 아니라서 제대로 된 일자리가 아니지 않느냐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있는데 선진국을 보면 그런 일자리가 굉장히 많고 그 일자리들도 좋은 일자리들이다.’라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현실과 괴리된 매우 우려스러운 인식이라 아니할 수 없다.
파트타임이나, 아르바이트라고 불리는 시간제 노동자는 비정규직 고용형태의 하나이다. 통계청이 실시한 2012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시간제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정규직에 비해 21.9%에 불과하며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에도 정규직에 비해 49.7%이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45.3%인 384만명은 저임금 계층이라고 한다. 사회보험 및 퇴직금, 상여금, 유급휴가 등의 적용률을 보면 정규직은 70~99%가 적용을 받지만 비정규직은 18~38%만이 적용받고 있고, 시간제 노동자는 6~14%만이 적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노동계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명목상 단시간 노동자가 많은데, 실제 근로시간은 통상 노동자와 다를 바 없으면서 노동조건 차별을 합리화할 목적으로 아르바이트 등의 명칭을 붙여 시간급만 지급하면서 시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한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시간제 노동은 선진외국과 비교할 상황이 되지 못하고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 시간급 외에 일체의 급여가 없는 근로조건, 차별과 함께 고용불안도 일반 계약직 노동자보다 훨씬 심한 편이다. 시간제 노동자도 기간제법에 따르면 통상 노동자에 비례하여 급여를 지급해야 하고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법제화되어 있다고 하지만, 합리적 차별은 법률상 용인되고 있어 고용형태의 차이에 따른 합리적 차별로 회피가 가능하고, 기본적으로 이러한 차별시정신청제도와 같은 법제가 현장에서 전혀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적용하도록 되어 있는 노동관계법의 적용률도 위에서 본 것처럼 매우 낮게 나타나고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조 조직률이 2%에 불과한 것처럼 단체협약 적용률, 노동조합 조직을 통한 차별개선이나 노동법의 실효적인 적용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같은 한국사회 시간제 노동자가 처한 구조적인 문제를 보지 않고 시간제 일자리도 좋은 일자리고 명칭만 바꾸면 좋은 일자리가 되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현실에 무지하거나 고용률 수치에만 집착하여 다시 불안정한 일자리를 양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3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는 것,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을 지금이라도 불법파견 혐의로 구속함으로써 불법파견과 간접고용의 남용에 경종을 울리는 것, 노조의 조직률을 높여 현실에서 노동법의 실효적인 적용률을 높이고 단체협약 적용률을 높이는 것,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 개선과 장시간 노동을 줄여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 등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다. 구조적인 문제는 모두 외면한 채 고용률 수치와 외형적인 근로시간의 축소에만 집착하여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려는 것은 결국 그나마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고 시간제라는 불안정한 일자리만 늘리는 부작용만을 초래할 뿐이다. 이명박 정부가 시도하다가 실패한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정책을 모방해보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장시간노동 관행의 개선과 실질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힘쓰기 바란다.
2013. 5. 29.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 권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