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헌법과 헌법재판소의 몰이해가 불러온 공안 검사 출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지명,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2013-03-22 176

[성 명]

 

헌법과 헌법재판소의 몰이해가 불러온 공안 검사 출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지명,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마침내 장기간 공석이었던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였다.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의 퇴임과 자격논란을 일으키고 사퇴한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낙마로 장기간의 위헌적인 공석상태를 방치하여 헌법재판소의 기능을 무력화시키더니 장고 끝에 내린 인선에 대한 기대감은 일말에 무너져 내렸다.

 

이번에 내정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2008년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당시 대검 공안부장으로서 촛불집회 정국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당시 검찰이 발간한 수사백서에 의하면, 2008. 5. 2.부터 같은 해 8. 15.까지 촛불집회·시위에서 1,476명이 입건되어 이 가운데 43명을 구속기소, 165명을 불구속기소 하였고, 1,050명을 약식기소 하였다고 밝혔다.

 

당시 검찰은 PD수첩 보도에 대한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의 고소를 받아들여 기소하였고, 일반 시민과 어린학생이 주축이 되어 시작된 촛불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대량 기소를 이끌었으며,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이외에 형법상의 일반교통방해죄, 전기통신기본법상의 공익위해목적허위통신죄(이른바 미네르바 사건)의 적용 및 조중동 광고주불매운동 카페운영자에 대하여 형법상의 업무방해죄를 적용하여 기소하는 등 지나친 무리수를 보였었고, 바로 그 중심에 박한철 후보자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에 대한 기소 근거였던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과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은 이후 헌법재판소에서 각각 헌법불합치와 위헌 결정이 선고되어 검찰의 무리한 기소임이 증명되었다.

 

국가우선주의 사고나 정권유지 차원이라는 명목 하에 개인의 자유와 안전이 침해되면 공권력은 시민들을 향한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지난 촛불 시위나 표현의 자유 억압 사건에서 누차례 경험해 왔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헌법을 수호하며 다양한 사회 갈등과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할 막중한 임무를 부여 받은 헌법재판소 수장이 통제와 질서를 강조하며 기본권을 제한하는 역할을 해온 공안검사 출신이라면 헌법재판소의 기본적인 존립 목적 자체가 흔들리는 것과 다름없다.

 

헌법재판소는 공권력의 남용과 악용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헌법을 수호하는 기관이다. 올바른 가치관과 합리적인 사고로 헌법의 해석을 통해 대립과 분열을 조정하고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며, 국가권력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견제하는 것이 그 존재 이유임을 대통령은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 모든 법의 기초이자 국가 존립의 근거인 헌법과 헌법재판소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지명권자의 몰이해가 이번 인사를 대변해 주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이명박 정부의 정치 검찰처럼 국민의 자유와 안전을 도외시하는 정치 헌법재판소가 될까 걱정스럽다.

 

 

2013년 3월 2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장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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