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민항의 성격이 전혀 없는 제주해군기지는 전면 백지화되어야 한다.

2012-03-20 211

[성명]
민항의 성격이 전혀 없는 제주해군기지는 전면 백지화되어야 한다.

민항의 경우 항만시설의 신축은 원칙적으로 그 종류를 불문하고 국토해양부장관이 시행하도록 되어 있다(항만법 제9조 제1항). 다만, 예외적으로 국토해양부장관이 아닌 다른 자(비관리청)가 항만공사를 시행하려는 경우에는 항만공사계획을 작성해서 국토해양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항만법 제9조 제2항), 항만공사실시계획을 작성하여 이에 대한 국토해양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항만법 제10조 제2항).


그런데 군항의 경우에는 이와 다르다. 즉, 군항의 경우에는 국방·군사시설에 해당하는데, 국방·군사시설사업에관한법률에 의하면 국방부장관이 국방·군사시설사업실시계획을 승인하게 되면 항만법에 따른 국토해양부장관의 항만공사에 대한 허가와 항만공사실시계획에 대한 승인을 모두 받은 것으로 의제된다(국방·군사시설사업에관한법률 제7조 제1항 제22호).


따라서 비록 정박지에 대한 고려가 결여되었다고 하더라도, 해군이 국방·군사시설사업 실시계획에 대한 승인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받기만 하면 항만공사에 대한 허가와 항만공사실시계획에 대한 승인을 모두 받은 것이 되므로 법적인 문제는 없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법적 해석은 어디까지나 군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그 대상이 민항이거나 민항의 성격이 조금이라도 강조된 항만이었다면 그렇게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민항을 규율대상으로 하는 항만법에 의하면 정박지는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있어야 하는 “기본시설”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항만법 제2조 제5호 가목). 다시 말해 해당 항만이 민항이거나 민항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여야 할 항만이라면 정박지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박지에 대한 고려는 해군의 주장대로 사후적으로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정박지는 공유수면을 점·사용하는 것이자 주변 어업권이나 자연환경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군도 인정하듯이 제주해군기지를 계획함에 있어 정박지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음이 드러났다. 이는 제주해군기지가 그 동안 정부가 군항과 더불어 민항의 성격을 강력하게 갖는 항만이라고 주장해왔던 것과는 달리 군항의 성격만을 가지고 있거나 군항으로서의 성격이 월등히 강한 항만(민항으로서의 기능은 부수적인 항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제주해군기지가 민·군복합항이 아니라 해군기지에 불과하다는 우려는 처음부터 계속해서 제기되어 왔던 것이다. 그 이유는 우선 전 세계를 찾아 봐도 하나의 시설이 민항과 군항의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항만은 그 예를 찾아 볼 수 없었다는 것이고, 다른 이유는 제주도와 국방부·국토해양부가 2009년 4월 27일 체결한 제주해군기지 건설 관련 기본협약서(MOU)가 명칭이 서로 다른 2종류의 문서(제주도-“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국방부-“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로 이루어졌고, 국방부 측의 기본협약서는 그 명칭이 제주해군기지로 되어 있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 이외에도 김황식 국무총리가 2012년 2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15만톤급 크루즈선은 세계에 6-7척밖에 없고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것이 8만톤급임을 고려하면 15만톤급 크루즈선 2척이 동시에 들어오는 것은 사실상 상정하기 어렵다”고 인정한 바 있고, 무엇보다도 1조원에 가까운 민군복합형관광미항 건설 예산 중 ‘관광미항’을 위한 예산은 530억원에 불과하며 그나마 터미널 1개, 진입도로 1식, 토지보상비 등이 예산사용처의 전부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결국 정박지에 대한 고려가 없었음이 밝혀짐에 따라 제주해군기지는 정부가 그토록 주장해왔던 민군복합항이 아니라 해군기지에 불과하다는 점이 또 다시 밝혀진 것이다. 그렇다면 제주해군기지는 제주특별자치도설치및국제자유도시조성을위한특별법을 위반한 것이며, 제주도와 국방부 등이 체결한 제주해군기지 건설 관련 기본협약서(MOU)를 위배한 것이다.


이제 해군과 정부는 더 이상 제주해군기지가 제주도민을 위한 민군복합항이라는 주장을 그만두고 모든 것을 사실대로 밝혀야 할 것이고, 제주도지사는 제주도민을 위하여서라도 제주해군기지를 전면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이다.


2012. 03. 20.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김선수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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