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정부는 구럼비 파괴와 이에 항거하는 주민들의 저항에 대한
탄압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제주도가 고통과 절망으로 울고 있다. 연 3일째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구럼비 파괴가 강행되면서 주민들과 평화운동가, 성직자들의 고통과 저항의 몸짓에 한반도가 떨고 있다. 수 만년을 버텨온 구럼비 파괴를 잠시라도 멈추고 주민들과 대화에 나설 관용과 배려가 이 정부에 정녕 한 치라도 없단 말인지,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탄식과 함께 거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평화롭고 의좋게 지내던 제주 강정마을을 해군기지로 지정한 이래 주민들의 저항은 단 한 차례도 쉬지 않고 계속되어 왔으며, 제주해군기지로의 지정을 정당하다고 평가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위법사항과 부당함이 지적되어 왔다는 것은 더 이상 부언할 필요가 없다.
주민들의 4년에 걸친 저항에 감동한 전세계의 평화운동가들과 국내외 시민단체들 또한 정부의 재고와 원점에서의 재검토를 요청했으나, 이명박 정부는 단 한 차례도 성의 있게 이들을 대하지 않았으며, 모든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임기 말 정부에 의한 해군기지 건설공사가 강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그 강행과정 또한 위법으로 점철되고 있다.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제26조 및 시행령 제50조에 의하면 25kg이상의 화약을 운반하는 경우 반드시 자동차로 운반하여야 하는 것임에도 주민들의 저항을 피하고자, 해군과 공사업체는 ‘선박’으로 화약 800kg 운반하여 발파작업을 하는 위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이 독단적이고도 폭력적인 공사강행에 오로지 맨몸뚱아리로 저항할 수밖에 없는 주민들과 성직자들, 평화운동가들을 무차별 체포, 연행하여 하루에도 수십 명이 계속 연행되고 있다. 이로 인한 주민들의 고통과 울부짖음은 차마 눈과 귀를 열고 목도할 수가 없는 지경이다. 이미 해군은 공사에 반대하는 성직자들을 집단 폭행하거나 폭언을 수차례 가해 왔었고, 전혀 시설과 설비에 장해를 주지 않는 평화적인 행동에도 폭력을 가해 왔다. 그 결과 대부분의 주민들이 심한 우울증과 정신장애를 겪는 극한의 상황까지 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해군의 폭력적인 공사강행이 계속되고 체포되거나 끌려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견디다 못한 주민이나 활동가, 성직자 중 극한의 선택을 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고 그 누가 장담하겠는가.
물리력과 폭력으로 주민들이 해군과 경찰을 이길 수 없음은 자명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며, 모든 주요한 국책사업은 그 주인인 국민과 그리고 해당지역 주민, 전문가들과 정부 등 각 이해당사자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가야 하는 것이다. 주인인 국민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그들을 물리적으로 짓밟을 정도로 우리에게 급하고 절대적인 과제란 지금 존재하지 않는다.
비록 만시지탄의 감이 있으나 우근민 지사가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기 위한 요청을 하였다. 애초 ‘관광미항’을 전제로 하여 체결된 제주도와 해군이 체결한 민군복합미항이라는 것은 대국민 사기행각임이 이미 드러났다. 이는 제주도와 체결한 협약위반이고, 제주특별자치도법 위반이고, 더 나아가 국민과 제주도민을 상대로 한 사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해군은 우근민 지사의 요청을 받아들여 공사를 중지하고,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설명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오히려 적반하장 격으로 공사중지명령 취소를 운운하는 국방부의 태도는 명백한 지방자치법 위반이다. 제대로 된 절차도 거치지 않고, 법률을 위반하면서까지 강행하려는 해군기지 건설공사는 아름다운 국토를 보존하여 후손에 물려주어야 한다는 헌법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으며, 지자체의 독립성을 보장한 헌법 원칙도 훼손하고 있다.
구럼비 바위를 지켜야 하는 당위성은 이미 충분히 입증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여 파괴를 강행한다면 이는 후손들에 대한 씻을 수 없는 과오가 될 것이다. 이에 우리 모임은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즉각 공사중지명령을 내리길 촉구한다. 더불어 제주특별도지사는 공유수면매립허가 처분 및 절대보전지역해제처분도 취소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명박 정권과 해군은 즉시 공사를 중단하고 해군기지 건설을 백지화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 모임은 공사가 취소되고 평화가 찾아오는 그 날까지 아름다운 구럼비 바위를 반드시 지켜낼 것이다.
2012년 3월 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 장 김 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