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시위를 불법으로 만들고, 시민을 불법으로 연행하는
경찰폭력을 중단하라
지난 5월 16일 밤, 대전에서 무려 457명의 노동자와 시민이 경찰에게 연행되었다. 이명박 정권 들어 단일 집회 사안으로 가장 많은 연행자가 발생된 사건이다. 경찰은 “폭력을 행사한 시위자들을 시위현장에서 체포”한 것이라 주장하지만, 늦은 시각까지 도처에서 ‘불법과 폭력’을 자행한 것은 오히려 경찰이었다.
첫 번째 폭력 : ‘불법연행’으로 화풀이 한 후 ‘현행범인체포서 날인 강요’까지
경찰이 해산하는 시위대 사이를 가르고 들어가 이들을 무차별 연행하기 시작한 것은 오후 8시를 넘어선 시각, 이미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여 누가 누군지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시위대였음직한 사람과 낯선 광경을 지켜보던 시민들로 뒤엉켜 있는 인도에서도 경찰은 기어이 곤봉을 휘두르며 토끼몰이를 하였고, 이미 많은 병력으로 에워싸서 완전하게 신병을 확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풀이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주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 사람도, 도로에 주행 중인 방송장비를 설치한 승합차도,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나는 전세버스, 승용차에 탑승한 사람도 ‘시위대였던 것처럼 보이면’ 미란다원칙도 고지하지 않은 채 모두 연행했다. 그리고 경찰서에 도착한 후에는 불법연행을 무마하기 위해 ‘현행범인체포서’에 날인하라고 강요했다. 그 어디에도 법과 원칙은 없었다. 이 과정에서 심지어 집회에 참가하지도 않은 시민들이 폭행을 당하면서 둔산경찰서로 연행되어 4시간 이상 항의한 끝에 겨우 풀려나기도 하였다.
더욱이 발전노조 소속 박모 조합원의 경우 전경에 체포되어 완전히 신변이 확보된 채 호송버스로 이동하는 도중 옆을 지나가던 전경에게 봉으로 허벅지, 허리 등을 구타당했으며 이러한 분풀이식 폭력행위에 대해 체포한 전경이 전혀 제지하지 않는 등 체포과정의 불법성은 매우 심각한 정도였다.
두 번째 폭력 : 증거조작 및 불법적인 야간조사
더 큰 문제점은 증거조작이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통상 집회참가자들을 집회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할 경우에는 체포한 경찰관 내지 전경이 피체포자를 관할 경찰서까지 동행한 후 체포경위 등에 관한 진술서를 작성하게 된다. 그러나 당일 집회의 경우 두 세 명의 경찰관이 10여명의 피체포자를 경찰에 인계한 후에서야 체포한 경찰관이 피체포자를 찾아나서는 상황이 대전 둔산 경찰서, 대전 대덕 경찰서 등 대부분의 경찰서에서 발생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관련 진술서를 확보하기 위하여 △대덕경찰서의 경우 팀장급 수사관이 현행범 체포행위에 가담한 전경 10여명을 한 줄로 세워놓고 피체포자를 한 명씩 지명하여 진술서를 작성할 것을 지시하기도 하고, △둔산경찰서의 경우 체포한 경찰관 수보다 피체포자가 많아 체포한 가담한 전경을 수소문하여 찾은 후 남은 피체포자에 대한 진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하는 사실이 확인되는 등 적극적인 위법행위 가담자에 대한 유력한 증거인 체포 경찰관의 진술서를 아예 조직적으로 조작한 것으로까지 판단된다.
특히, 10명을 체포한 경우 최소한 각각의 피체포자를 체포한 경찰관 10명의 진술서가 각각 일치되어야 하며, 한명이라도 이에 착오가 발생한 경우 남은 9명의 진술서 역시 피체포자와 일치하지 아니하는 문제가 자동적으로 발생하게 됨에도 불구하고, 피체포자 본인을 체포한 경찰관이 아니라는 사실을 설명하면서 위와 같은 문제점을 합리적, 지속적으로 지적하는 피체포자의 지적을 아예 묵살하는 등 오로지 적극가담자를 선별한다는 목적만을 가지고 혐의를 덮어씌우기만 급급한 수사가 진행된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위와 같이 무리한 수사가 진행되다보니 둔산경찰서 등에서는 야간수사에 대한 최소한의 원칙인 밤 12시 이후의 피조사자의 동의 절차가 아예 무시되고 새벽 4시까지 위법한 조사가 진행되기까지 하였다.
세 번째 폭력 : 음식물도, 응급의약품도, 남녀구분도 없이 ‘전쟁포로’보다 못한 취급
그 후에도 경찰의 납득할 수 없는 조치는 계속되었다. 밤 10시가 넘어서야 연행자들이 경찰서에 도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상당수 연행자에 대하여 야간조사에 대한 동의조차 구하지 않은 채 연행자들에 대한 조사를 막무가내로 강행하였다. 연행과정에서 곤봉과 방패에 맞아 부상당한 사람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병원치료를 요구하였음에도 경찰은 일단 조서를 작성한 후에 병원으로 후송하겠다면서 음식물과 응급의약품조차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채 진술만을 강요했고, 17일 새벽 3시가 넘도록 조사를 계속했다. 이들은 새벽 3시경에서야 변호인이 준비한 빵과 음료수로 허기를 달래야했고, 서부경찰서의 경우 남녀를 구분하지도 않은 채 강당 한 곳에 모포 한 장 없이 몰아넣어 연행자들은 맨바닥에 모포 한 장도 없이 비에 젖은 몸으로 밤을 새워야 했다.
부상자들이 고통을 호소하면서 병원치료를 요구하자 경찰은 금방 나갈 수 있다며 조금만 기다리라는 대답으로 일관하였고, 눈이 찢어져 앞을 볼 수 없었던 연행자나 갈비뼈가 부러진 상태로 응급처치만 받은 연행자도 모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이틀 밤을 보내야했다.
계속되는 폭력 : 화물연대와 민주노총이 주최하면 ‘집회금지’
지난 16일 2만여명의 노동자·시민들은 대한통운에서 계약해지된 조합원들의 복직 등을 요구하는 故박종태 화물연대 광주1지회장의 항의자결에도 불구하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정부와 대한통운 및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하여 대한통운 해고자들의 복직, 특수고용직 노동기본권 보장, 비정규직 철폐, 노동탄압 중단, 운송료 삭감 중단 등 문제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 위해 모인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화물연대는 총파업을 결의하면서도, 즉각 파업에 돌입하지는 않고 정부와 대한통운 및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적극적인 대응을 기다려 보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경찰력을 동원한 무차별 폭력연행으로 답했고, 나아가 “대전에서 여는 화물연대와 민주노총의 모든 집회를 금지하겠다.”고 공표하기까지 했다. 앞으로는 화물연대와 민주노총이 여는 모든 집회를 불법으로 만들겠다고 전면전을 선포한 것에 다름 아니다.
정부는 경찰을 동원한 폭력을 중단하고, 특수고용직노동자문제 등 사태해결에 나서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늘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하겠다고 하지만, 정부가 법을 마음대로 해석하고 권력을 휘둘러 국민을 함부로 다스리는 것은 폭력일 뿐이다. 또 정작 ‘불법폭력시위’는 경찰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경찰이 ‘신고만 하면 되는 집회를 불허함으로써 집회·시위의 자유를 불법적으로 침해’했고, ‘신고된 장소를 벗어났다는 이유로 폭력진압’했으며, ‘해산한 시위대를 불법연행하고도 모자라 현행범인체포서 날인도 불법적으로 강요’했다. 그러고서도 부족해서 ‘집회를 금지’하겠다니 경찰이 헌법도 바꾸려고 한다.
경찰은 신고된 집회를 불허하여 불법으로 만들고, 화풀이로 시민을 불법연행하는 폭력을 즉각 중단하고, 연행자를 전원 훈방하여야 한다. 또한 현행범도 아닌 시민 457명을 불법연행하여 인권의 무덤으로 몰아넣은 대전경찰청장은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진하여야 할 것이다.
이 날 집회가 개최된 원인이 무엇인가. 대한통운은 택배기사로 성실히 일하던 78명의 노동자를 하루 아침에 문자메시지로 해고한 것이 일차적 원인이다. 이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의 목숨을 건 항거에 정권은 이들의 절박한 생존권 요구에는 관심도 기울이지 않고 폭력과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통운과 정권이 힘을 합쳐 노동자 죽이기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정부는 ‘집회금지’로 노동자들의 입막음을 할 것이 아니라, 특수고용직 노동기본권 보장, 비정규직 철폐, 노동탄압 중단, 운송료 삭감 중단, 대한통운 해고자 복직 등 문제해결에 서둘러 나서야 할 것이다.
2009년 5월 18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 장 백 승 헌
시위를 불법으로 만들고, 시민을 불법으로 연행하는 경찰폭력을 중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