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인권위 조직축소 방침 철회를 요구한다

2009-03-25 116

[성  명]

 

인권위 조직 축소 방침 철회를 요구한다

 

 

 

 정부가 기어이 인권위 축소 방침을 강행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3. 20. 국가인권위원회의 기구를 축소 통합하고 인원을 종전 206명에서 44명 축소된 164명으로 감축하는 최종안을 밝혔다.

 

 

 

 행정안전부 방침은 인권적 관점은 물론 법적, 절차적으로도 설득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먼저 행정안전부가 인권위 의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조직감축안을 강행할 법적 근거가 있는지 의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조에서 인권위의 독립성 규정을 명시적으로 둔 것은 입법자의 결단이다. 인권위가 국가기관의 인권침해를 감시하는 것을 주된 업무로 하기 때문에 입법․행정․사법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않는 독립성을 강하게 보장한 것이다. 설령 인권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여 타 기관이 법을 무시하고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은 위법성을 면할 수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8조는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방적 조직축소를 강행할 법적 근거가 되기 어렵고 제3조의 독립성을 침해할 근거가 될 수 없다.

 

 

 

 둘째, 행정안전부가 일관된 원칙도 없이 정부의 입김에 따라 입장을 바꾼 모습을 보인 것은 정부의 신뢰에도 크게 해를 끼치는 일이다. 행정안전부는 작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에 따른 인력 증원 필요성을 인정한 바 있고, 7월 경에는 인권위의 업무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본부 인력 축소를 반대하고 지역사무소 신규 개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감사원에 밝힌 바 있다. 행정안전부는 돌연 입장을 바꾸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법무부나 국민권익위원회 등과 업무가 중복된다는 주장은 인권위 업무의 성격과 이들 업무가 다르다는 점에서 거론할 필요도 없는 논리이다. 사회적 약자가 처한 상황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그 유형 또한 세분화함에 따라 인권위의 업무 역시 세분화하고 인권 정책과 교육 기능이 강화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므로 조직체계의 지나친 세분화를 탓하는 논리도 납득하기 어렵다.

 

 

 

 셋째, 우리 사회가 개인의 인권을 충실하게 보장하고 보다 성숙한 사회로 나가기 위해서는 보다 세심한 그물망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인권위가 지난 8년간 쌓아온 역할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았으나 인권위는 우리 사회의 소수자, 억눌린 자들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많은 사람들이 마지막에 하소연할 곳으로 인권위를 기대하게 되었다.  인권위의 업무량이 출범 당시에 비해 인권 진정 2.3배, 상담 5.5배, 민원 10.4배로 크게 늘어난 것은 이를 반영한다. 게다가 작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으로 장애인 차별 관련 진정 건도 2배 이상 증가하였다. 반면 인력은 출범 당시에 비해 1.15배 늘어난데 불과하여 아직도 인권위가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를 하지 못하는 것이 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눈앞의 정치적 판단을 넘어서야 한다.  우리 사회의 인권 그물망을 짤 수 있는 장기적인 인권 정책을 고민하여야 하며, 인권위도 그런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진보 보수를 망라한 압도적 다수의 국내외 전문가, 단체가 행정안전부 방침을 앞다투어 반대하고 있는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넷째, 행정안전부의 방침은 정부가 그토록 주장하는 국제 사회의 신뢰와 주도적 역할의 관점에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처사이다. 그간 인권위는 국가인권기구의 한 모델로 꾸준히 성장하여 왔고 큰변동이 없다면 2010년 전 세계 국가인권기구 모임인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의장국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이 상황에 대해 유엔인권최고대표가 두 번씩 반대 서한을 보내는 등 국제사회의 반대가 적지 않다. 정부가 당장 인권위의 존재가 불편하다고 이를 억누르려는 것은 목전에 닥친 정권의 편의만을 생각하는 단견적인 태도이다.  

 

 

 

 민변은 행정안전부의 인권위 축소 방침 강행을 반대한다. 정부가 방침을 철회하고 자신의 말대로 ‘원점에서’ 인권위와 국내 전문가, 단체, 국제사회의 의견을 존중하여 우리사회 인권증진을 위한 바람직한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을 요구한다.

 

 

 

 

 

2009월 3월 25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  장  백 승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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