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감사원장 후보 국회동의 절차에 대한 민변 성명 발표
대통령의 인사권을 헌법 위에 세울 수는 없다
감사원은 행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존립 근거로 하며, 대법원은 권력의 남용을 통제함으로써 정의와 인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라는 사명을 부여받았다. 이러한 점에서 헌법은 감사원장과 대법관의 임기를 직접 규정함으로써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정무직 재신임’이라는 정치 논리를 앞세워 감사원장을 사퇴시켰다. 그리고 다시 임기가 절반이 넘게 남은 현직 대법관을 감사원장 후보로 지명함으로써 권력 분립과 사법부의 독립을 규정한 헌법질서를 근본에서부터 부정하고 있다.
대통령이 현직 대법관을 인사권 행사의 대상으로 삼은 사실 자체가 이미 사법부 독립의 가치를 훼손하는 위헌적인 것이다. 대법원으로 대표되는 사법부의 독립은 권력의 외압으로부터 뿐만 아니라 권력의 유혹으로부터도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대법관 퇴임 이후 더 많은 권력의 기회가 제공됨으로써, 대법관 임기 중의 판단이 정치화될 수 있는 가능성마저도 통제되어야 한다. 과거 정권이 검찰총장 퇴직 후에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하는 관행을 통해서 ‘정치검사’를 양산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심각하게 침해한 사실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현직 대법관 말고는 감사원장 후보가 될 사람이 없는가? 대통령의 위헌적인 인사권 남용이 ‘정치법관’을 만들어내는 관행으로 확립될 지 여부를 시민들이 지켜보아야 하는가? 사법권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의무를 가볍게 여기는 사람이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낼 수 있다고 믿는가? 내정자 신분의 감사 외압 의혹 이전에, 대법관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져버린 김황식 후보는 감사원장으로서도 자격이 없다.
‘모든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사법권의 독립을 지켜 나간다’는 것은 법관의 기본 윤리이자 의무이다. 그러나 김황식 전 대법관의 감사원장 지명과 수락은 “인사 앞에 장사 없다”는 격언을 다시 확인한다.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대법관 개개인의 윤리적 결단과 책임의 문제로 축소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법권의 독립을 훼손하는 대통령의 인사와 대법관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사법부 내부의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국회마저 인사청문과 임명동의 절차를 요식행위로 넘겨버린다면, 권력 분립과 통제의 원리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대통령의 인사권한이 헌법 위에 설 수 없다는 점을 국회가 분명히 하기를 바란다. 당리당략을 떠난 국회의 결단을 기대한다.
2008월 9월 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 장 백 승 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