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은 25일 한남동 특검 사무실 앞에서 “삼성의 주장을 되풀이 하는 앵무새 특검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e삼성 불기소 처분에 이어 김성호 국정원장 후보자와 임채진 검찰총장 등을 불기소 처분한다고 알려졌다. 또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사건과 관련, 이건희 회장이나 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가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잠정 결론지었다고 한다. 이에 삼성 이건희 불법규명 국민운동은 특검이 삼성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서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다고 규정하고 이를 규탄하는 동시에 삼성의 불법행위에 대해서 철저히 수사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였다.
오늘 기자회견에는 백승헌 회장, 진보연대 박석운 상임집행위원장, 참여연대 박원석 협동사무처장, 흥사단 김전승 사무부총장,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김갑수 삼성해복투 위원장 등이 참석하였다.
< 기자회견문 > 조준웅 특검은 이건희 일가 면죄부 주기 수사를 즉시 중단하라
우리 고발인들은 그간 검찰 출신 삼성 특검이 얼마나 의지를 갖고 진실을 규명할 수 있을지 한편의 우려를 하면서도, 김용철 변호사의 많은 증언들이 쉽게 덮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기대를 갖고 수사를 주시해왔다. 또한 최장 105일이라는 수사기한과 인력의 한계로 인해 비록 삼성의 모든 불법행위를 파헤치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특검이 최소한 그간의 검찰과는 다른 태도를 보일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도 잠시뿐, e 삼성 사건에 대한 불기소 처분을 신호탄으로 특검 수사는 이건희 일가에게 또 한번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사건의 고발인이자, 삼성 이건희 일가의 불법과 부패를 규명하고자 오랜 기간 싸워왔던 당사자들로서, 현 특검 수사는 사건의 진실을 덮고, 국민적 기대에 역행하는 면죄부 주기에 다름 아니라 판단하며,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밝힌다.
첫째, 특검의 수사가 시작될 때부터 오랜 기간 누적되어 온 삼성의 불법행위에 대한 구체적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상됐던 바이다. 때문에 특검은 강도 높은 압수수색은 물론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의 구체성에 주목하여, 거론된 핵심 인사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통해 구체적 정황증거를 확보했어야 한다. 그러나 막상 특검은 주요 핵심 인사에 대한 소환은 차일피일 미루어 왔으며, 지금까지도 모든 사건의 배후이자 몸통으로 지목되는 이건희 회장 소환을 주저하고 있다. 특검이 최근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의 차명주식 자금원이 선대의 가산이며,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삼성측 주장’을 마치 앵무새처럼 흘리고 있는 것은 불처벌의 명분 쌓기이자 이건희 회장을 소환하지 않으려는 포석이라고 밖에 달리 생각하기 어렵다. 이 사실 하나만 보더라도 특검 수사는 수사의지가 결여된 부실수사라고 비판받기에 충분하다.
둘째, ‘구조본의 개입과 공모는 있었으되 범죄는 아니다’라는 e삼성 사건에 대한 불기소 방침은 특검이 이번 사건을 면죄부 주기로 몰고 가고 있는 결정적 증거이다. 특검은 e 삼성에 대해 설립과 운영 그리고 청산에 이르기까지 구조본 차원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했다. 이 자체가 분명한 범죄의 동기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계열사들의 e 삼성 주식 인수가 ‘정상적인 절차’와, 정당한 주식가치 평가에 근거해 이루어졌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이다. 구조본이 개입한 순간, 계열사의 이사회는 아무런 권한도 실질적 의미도 없다는 것은 이미 삼성의 지배체제에서 공인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이 이처럼 무리한 결론을 내린 것은 삼성의 황태자 이재용에게 어떤 흠집도 나서는 안 된다는 삼성 측의 강한 열망에 부응하는 것 이상 이하도 아니다. 우리는 또한 e삼성 사건에 대한 이 같은 결론이 유사한 문제 구조를 갖고 있는 에버랜드 사건에 대해서도 동일한 결론을 내리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특검은 김용철 변호사가 증언한 삼성의 불법로비 사건에 대한 수사를 전혀 진행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김용철 변호사에 의해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전현직 고위검찰 간부들이 구체적으로 지목된 바 있지만, 특검은 ‘수사할 것’이라는 막연한 답변 외에 어떠한 실질적 수사의 움직임도 없이 시간을 끌어왔다. 급기야 현 정부에 중용된 김성호, 이종찬 두 전직 고위검사 대한 김용철 변호사와 사제단의 추가 증언이 나오고, 김용철 변호사가 직접 뇌물을 전달했거나, 삼성본관 방문을 목격한 사람들이 있다는 구체적 정황까지 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 사실 하나만 보더라도 특검이 불법로비에 대한 수사의지를 전혀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은 명확하다. 뇌물을 제공한 공여자의 자백은 직접 증거이다. 전군표 전 국세청장 사건 당시 검찰은 뇌물 공여자의 주장외에 어떤 물증도 없었지만, 전군표씨를 구속기소한 바 있다. 이에 비교할 때 현재 특검의 수사태도는 전혀 납득할 수 없는 것이며, 검찰과 삼성,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것으로밖에 달리 이해하기 어렵다. 심지어 뇌물수수 의혹대상자들에 대해 증거불충분과 공소시효를 이유로 잠정 무혐의 결론을 잠정 내려놓고, 짜 맞추기식 서면조사를 하겠다는 대목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넷째, 특검의 수사는 삼성의 주장에 따라 춤추고 있다. e삼성 사건 무혐의 처리에서 특검의 판단은 그간 삼성이 줄곧 주장해 왔던 것과 다를 바 없다. 임직원 명의의 삼성생명 차명주식 2조 3천억 원어치에 대해 특검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이건희 회장 개인의 재산이라는 삼성측의 시나리오를 충실히 사실로 확인해주고 있다. 또한 특검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을 통한 이재용 씨로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핵심 인사로 지목된 김인주 삼성그룹 사장이 당시 구조본 소속이 아닌 삼성전자 임원이었을 뿐이라는 삼성 측의 해명을 적극 수용하며 그 같은 이유로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비자금으로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 행복한 눈물 > 등 미술품에 대해서도 애초 “홍라희 씨 개인 돈으로 구입한 것”이라고 했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돌려줬다”고 말을 바꾼 것까지 그대로 믿어주고 있다. 이에 반해 특검은 김용철 변호사가 증언한 내용들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이 불가능하다,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대부분 기각하고 있다. 삼성이 저지른 각종 불법행위 규명을 위해 출범시킨 특검이 삼성의 나팔수가 되어 앵무새 노릇을 하고 있는 기막힌 상황에서 더 이상 특검이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상의 이유들로 우리는 삼성 특검이 예정된 결론을 향한 짜 맞추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판단하며, 이는 법치를 유린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라는 점을 엄중히 비판한다. 이제 조준웅 특검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수사기간 내에 우리 고발인들이 제기한 문제들이 시정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특검 수사를 결코 인정할 수도 승복할 수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2008. 3. 25.
삼성 이건희 일가 불법규명 국민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