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재협상, 체결 반대
정부가 미국이 요구한 재협상에 응하고, 재협상에 불구하고 일단 서명을 하겠다고 한다. 재협상과 무관하게 협정문에 서명하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는 주장이다.
민변은 국민적 합의 없는 재협상, 협정문 서명에 반대하여 FTA 평가(반박) 보고서를 발간하였으며, 6월 25일 FTA평가 토론회를 개최하고, 재협상 반대 성명을 발표하였다.
[성명] 국민적 합의 없는 재협상과 서명은 할 수 없다!
한미FTA 재협상이 6월 25일 시작되었다. 그 동안 “재협상은 있을 수 없다”고 장담하던 정부의 발표와는 정반대의 현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가 아무리 “재협상이 아니라 추가 협의”라고 부인하더라도 이를 곧이 믿을 사람은 대한민국에 아무도 없다. 결국 정부는 협상과정뿐 아니라 지난 4월 협상 타결 이후에도 미국의 요구에만 끌려 다니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정부는 “재협상과 무관하게 6월 30일 협정 체결은 강행한다”고 한다. 아무리 정부 협상단이 국내법에 대한 비전문가들이라고 하지만 재협상과 무관하게 협정문에 서명하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는 주장이다. 개인간의 계약에서도 양 당사자가 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룬 경우에만 최종적으로 서명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계약 체결방식은 국내법은 물론 국제법적으로도 기본 상식에 속하는 사항이다. 정부가 6월 30일 서명을 한 이후에도 계속 재협상을 하겠다는 것은 다음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 ‘서명’이 법률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즉 6월 30일 서명을 하더라도 추가 재협상을 통해 협정 내용을 바꾸고 또 다시 서명을 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렇게 서명 이후에 다시 협상해서 내용을 바꿀 것이라면 왜 6월 30일 서명을 강행하려는 것인가. 이는 국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한미FTA체결 반대 움직임에 쇠기를 박겠다는 의도 이외에는 달리 해석될 여지가 없다. 국민을 설득하려고 하지는 않고 외부의 상황을 이용하여 국민의 반대의사를 억압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나프타의 경우 서명으로 협상이 완결된 이후에도, 노동, 환경 부분에 대한 미국의 재협상 요구에 따라 별도의 협정문을 다시 만들었던 전례가 있다. 서명 후에도 계속 재협상을 하겠다는 것은 차후에 미국이 또 다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재협상을 요구하면 언제든지 들어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스스로 미리 고백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최종 서명을 하더라도 비준권한을 가진 미국 의회의 요구에 따라 추가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미국의 요구를 완전히 들어줄 때까지 집요하게 재협상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협상단의 태도는 미국의 요구를 한정없이 들어주겠다는 뜻을 스스로 밝힌 꼴인 것이다.
지난 4월 타결된 협정문 내용만으로도 한국 경제는 파탄에 이르기에 충분하다. 국내의 비판과 우려를 수용하고 냉정하게 이해득실을 분석하여 수용할 수 있는 부분과 수용할 수 없는 부분을 명확히 하고, 이러한 내용을 온 국민과 공유한 후에야 정부는 재협상도, 서명도 할 수 있다. 국가의 정책주권에 심각한 훼손을 주는 협정내용을 그대로 두고 또다시 미국에 양보할 사항에 골몰하는 정부의 태도에 국민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하기에 이르렀다. 정부가 눈치를 봐야 할 곳은 미국정부와 협상단이 아니라 국민의 의사임을 똑똑히 기억하고, 충분한 국내 합의를 도출할 때까지 정부는 서명은 물론 재협상을 중단하여야 한다.
2007년 6월 26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 장 백 승 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