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의 전자주민증 반대한다

2006-02-16 173

민변 언론위, 공동 성명 발표해

” 프라이버시 침해, 예산 낭비, 행자부와 업체만 배불리는 전자주민증 반대한다”

행정자치부는 최근 이른바 ‘정보화 시대에 적합한 주민등록증 발전모델’을 발표했다. 현재의 주민등록증을 IC칩을 장착한 스마트카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약 10년 전 국민들의 반대로 좌절되었던 전자주민증 발급이 다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왜 전자주민증을 도입해야 하는지 전혀 납득할 수가 없다.

행자부의‘프라이버시 보호’기만이다.
행자부는 마치 주민등록번호와 지문을 표면에서 삭제함으로써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주민등록번호가 더 이상 심각할 수 없을 정도로 남용/유출/도용되고 있는 것은 그것이 주민등록증에 적혀 있기 때문이 아니다. 공공/민간을 막론하고 모든 곳에서 주민등록번호가 아무런 제한 없이 수집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민등록번호로 인한 프라이버시 침해를 해결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수수방관하던 행자부가 기껏 표면에 번호를 기록 않는다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은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행자부가 조금이라도 국민의 프라이버시를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주민등록번호의 폐지를 추진해야 한다.

지문은 또 어떠한가? 세계에서 유일한 18세 이상 전국민 열손가락 지문날인제도의 반인권성은 두 말할 것도 없다. 도대체 전 국민 중에 몇 명이나 주민등록증에 있는 지문을 활용해봤단 말인가?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 외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지문을 전국민의신분증에 넣고 다니도록 한 것은 다름 아닌 행자부다. 행자부는 국민에게 사과하고 지금부터라도 주민등록번호와 지문날인에 의한 정보인권 침해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노력을 해야 마땅하다.

스마트카드에 의한 프라이버시 침해 대책 없다.
심지어 주민등록번호와 지문이 IC칩에 기록되는 것은 위험을 극히 가중시킬 뿐이다. 개인정보를 IC칩에 기록한다는 것은 IC칩 리더기를 가진 상대방이 자신의 정보를 디지털화된 형태로 확인/처리/저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에 주민등록증의 표면에서 주민등록번호와 지문을 삭제한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IC칩에 저장된 개인정보는 순식간에 그리고 부지불식간에 리더기를 통해서 무수히 많은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로 전송/복제된다. 정보주체의 자기정보통제권은 극히 제약될 것이 분명하다. 이는 스마트카드 자체가 아무리 보안이 철저하고 위변조가 불가능하다고 해도 해결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지문정보는 그동안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사실상 아무런 쓸모가 없었던 데 반해서, 이제는 디지털화된 형태로 간단히 수집/저장이 가능해 짐으로써 평생불변하는 개인식별자로서 기능하여 감시통제사회의 최고 인프라가 될 것이다.

스마트카드 도입 필요성 전무하다.
주민등록증의 위변조를 막는 일은 물론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위변조를 막기 위해서 반드시 스마트카드를 도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말하고 있듯이 최첨단의 인쇄, 잉크, 코팅, 소재 기술 등을 도입하면, 육안으로도 쉽게 위조여부를 확인 가능한 신분증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유효기간이나 발급번호를 둠으로써 분실이나 위조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도 있다. 행자부는 마치 스마트카드여야만 위변조를 방지할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해서는 안 된다. 차라리 내구성에나 좀 더 신경 써서 지금의 주민등록증처럼 탈변색으로 인한 예산낭비를 줄이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완벽히 위변조를 막을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은 없다. 범죄조직이 위변조를 하는 이유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주민등록증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행자부는 스마트카드로 전환함으로써 주민등록증의 활용도를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주민등록증을 위변조해야 할 욕구를 더욱 가중시킬 것이고 악순환은 반복될 것이다. 사람들이 주민등록증을 잘 활용하지 않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목적에 따라 필요한 경우에만 쓰면 되는 것 아닌가?

온라인 신분확인, 주민등록증으로 할 필요 없다.
온라인상에서의 신분증명에 대해서도 행자부는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다. 인터넷에서의 주민등록번호 오남용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행자부는 정보통신부에게 책임과 대책마련을 떠넘기기에 바빴다. 그리고 정통부는 나름대로 온라인상에서 주민등록번호가 아닌 다른 인증수단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행자부가 온라인상에서 신분증명을 떠맡겠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하필 전자주민증으로. 정부 각부처간에 이 정도로 최소한의 협의도 없다는 것도 한심할뿐더러 책임은 넘기고 이권은 챙기겠다는 행자부의파렴치한 태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주민등록증을 스마트카드로 교체하는 문제는 단지 카드 발급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주민등록번호의 수집 관행이 여전한 상태에서주민등록번호를 IC칩에만 기록하겠다는 것은, 현재 주민등록증을 확인하는 모든 곳에 스마트카드 리더기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위변조 및 분실 카드여부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리더기를 중앙의 데이터베이스와 연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민등록증 하나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결국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저장되는 감시사회를 의미할 뿐이다. 여기에 막대한 예산이 소모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삼성SDS, 삼성에스원 주도, 국민의 의견은 뒷전
행자부는 주민등록증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은 분명한 거짓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주민등록증 발전모델 연구사업’은 시작부터 스마트카드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 통합사업으로 결정돼 있었다.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조폐공사컨소시엄’은 한국조폐공사와 삼성SDS, 삼성에스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폐공사와 에스원은 스마트카드를 주력사업부문으로 추진하고 있는 곳이며, SDS는 NEIS를 비롯한 온갖 정부 시스템 통합 사업을 도맡아 하고 있는 곳이다. 이들이 연구하는 주민등록증 발전모델이 무엇이 되겠는가?

새 주민등록증 사업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주민등록증이 만능카드가 될 필요는 없다. 주민등록증은 주민등록증의 기능만 하면 된다. 만능카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굳이 주민등록증이 아니어도 이미 상용 스마트카드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아직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은 국민 대다수는 스마트카드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미 스마트카드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주민등록증이 스마트카드가 아니라고 불만을 터뜨리지도 않는다. 결국, 행자부와 업체의 요구 외에는 스마트카드를 도입해야 할 아무런 의미도 찾을 수가 없다.

결국 전자주민증은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는 일임에도, 국민의 의견과 국민의 필요와는 무관하게, 행자부와 업체 의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행자부의 전자주민증 도입 시도에 전면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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