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보고대회 개최, 결의문발표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2005년 한국인권보고대회 및 토론회”를 열고, 올 한해 우리나라의 인권상황을 정리하고 평가하는 자리를 가졌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사법제도 개혁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한편, 사회보호법·준법서약제가 폐지되고, 외국인 인권문제가 일부 개선되는 등 인권향상을 위한 일정 정도의 성과가 있었다.
또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 등이 제정되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우리 사회의 진정한 화해와 통합을 위한 출발점이 마련되었다. 더불어 호주제가 폐지되고 여성이 종중원임을 확인하는 판결이 내려져 가족제도에서 양성평등을 구현할 기초가 수립되었고, 비례대표의원 후보자 중 5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함으로써 여성참정권 확대의 길이 열렸다.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던 남북관계가 6자회담 재개와 9.19 공동성명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로 전환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점은 큰 수확이다.
그러나 사법부가 과거 권위주의 독재체제 하에서 그에 협력한 과거를 청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고, 과거청산 관련 법률들이 진상규명위원회 권한을 너무 축소하거나 조사대상자를 과보호하는 등 그 실효성이 의심되고 있다. 한편, 노동현장에서 비정규직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광범위한 불법파견이 여전한 가운데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들의 노동조합설립신고서가 반려되어 이들의 단결권이 부정되는 한편 아시아나조종사노조파업시 긴급조정권이 발동되어 헌법상 단체행동권이 침해되었다. 특히 쌀협상비준안 통과에 대한 항의시위 도중 경찰의 강경진압 과정에서 농민들이 사상한 사태는 묵과할 수 없는 중대한 인권침해이다.
주한미군범죄로 인한 인명피해가 연이어 발생하는 가운데 불평등한 주한미군지위협정 때문에 재판권 포기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올해도 평택미군기지 확장이전문제가 주민의 평화롭게 살 권리를 침해하는 중대한 현안으로 부각되었다. 또한, 안기부 도청테이프가 발견되어 과거정권시절 심각한 정경유착이 이루어졌다는 점 뿐만 아니라 국가기관에 의한 불법도청도 상시적으로 광범위하게 행하여져왔다는 점도 사실로 드러났다.
또한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설치를 위한 주민투표에서 막대한 정부보조금 지급만 부각되었을 뿐 주민환경권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실종되었고, 서민주거권이 악화되는 가운데 그 대책으로 마련된 국민·공공임대아파트 제도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으며, 개발사업에서 세입자와 무허가주택소유자에 대한 이주대책 없는 강제철거가 주거권을 위협하고 있다. 서울 YMCA가 여성회원들에게 의결권을 주지 않은 사건에서 보듯 아직도 여성에 대한 차별이 사회 곳곳에 남아 있고, 서울 하월곡동 성매매집결지 화재사건에서 보듯 정부의 성매매방지대책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지 않고 있으며, 결혼이민자들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나 이들을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대책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다.
이렇듯 비록 인권상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기는 하였으나 아직도 대부분의 분야에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심각한 인권문제가 존재한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과거청산을 위한 제반 법률의 실효적인 시행을 위하여 정부 각 부처가 적극 협력하여야 하며 특히 검찰이나 사법부가 과거청산의 큰 뜻에 적극 동참하여야 한다. 비정규직노동자에 대한 차별이나 불법파견을 시정·예방할 수 있는 대책 수립이 시급하나 현재 심의중인 비정규직법안은 노동인권 보호에 미흡하므로 개선되어야 하며, 경찰의 과도한 시위진압은 결코 허용될 수 없다.
주한미군지위협정의 개정뿐 아니라 헌법에 부합하는 미군의 임무와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고, 안기부도청테이프 내용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하여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국가기관에 의한 불법도청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혐오시설 설치시 주민투표제도의 남용을 방지하고 보다 진지한 논의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이루어져야 하고, 임대아파트 정책 개선 등 서민주거권 실현을 위한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여성차별 해소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특히 성매매방지법 제정 1주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실효성있는 정책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지 않은 점은 개선되어야 할 것이며, 결혼이민자들에 대한 처우개선 또한 시급한 문제라 하겠다.
이에 우리는 “2005년 한국인권보고대회 및 토론회”를 마치며 정부와 국회에 대하여 우리의 요구와 결의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2005년 한국인권보고대회 및 토론회
민변의 10대 요구
1. 국민의 인권 보장과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하여 사법제도의 개혁과 검찰 및 사법부 민주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라.
1. 과거청산 관련 진상규명위원회들의 활동을 최대한 보장하고 과거청산을 위한 제반 법률의 실효성 있는 시행을 보장하라.
1.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그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한 근본 대책을 담은 비정규직 법안을 마련하라.
1. 과도한 시위진압으로 인한 국민 생명권 침해 사태의 재발을 방지할 대책을 마련하고 평화적 집회와 시위의 권리를 보장하라.
1. 국민에게 인명피해를 입힌 가해자조차 제대로 처벌할 수 없는 주한미군지위협정을 전면개정하고 미군의 전진 작전기지가 될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전을 중단하라.
1. 아직도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성차별을 해소할 방안을 마련하고 성매매피해여성에 대하여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구제정책을 실시하며 결혼이민자들의 권리보호를 위한 근본대책을 마련하라.
1.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 차등부과제를 실시하고 실질적 이주대책 없는 강제철거를 중단하라.
1. 방사성 폐기물처리장 등 환경 침해 관련 시설의 설치에 있어 주민환경권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실현시킬 대책을 마련하라.
1. 안기부 도청테이프 사건을 철저하게 수사하여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전히 끊을 수 있는 확고한 대책을 마련하고 국가기관에 의한 불법도청방지대책을 수립하라.
1. 남북한간 다양한 민간 교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한반도 평화체제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장기적인 방안을 마련하라.
우리는 정부와 국회, 여야 각 당에게 우리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 법과 제도를 정비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앞으로 위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2005. 12. 5.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