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대해

2004-10-21 229

신행정수도건설 위헌결정에 대한 민변 논평

1. 헌법재판소는 오늘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대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충격적인 결정을 하였다.
수도의 이전을 확정함과 아울러 그 이전절차를 정하는 위 특별조치법은 우리나라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불문의 관습헌법사항을 헌법개정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채 법률의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이어서 국민의 헌법개정 국민투표권을 침해하였다는 것이 그 이유(다수의견)의 요지이다.

2. 그러나 우리는 헌법재판소의 위와 같은 결정이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심각하고도 중대한 법리적 문제점과 모순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첫째, 우리나라는 ‘대한민국헌법’이라는 성문헌법 체계를 취하고 있고, 헌법에 일반법률보다 우선하는 효력이 인정되고 있으며, 그 개정절차도 일반법률의 그것보다 까다롭게 되어 있다.
이는 헌법을 성문화함으로써 일정한 헌법적 내용의 존재를 객관적으로 다툴 수 없게 할 뿐만 아니라 헌법의 사회안정적, 권력통제적, 기본권보장적 기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성문헌법 체계 아래에서 헌법재판소가 ‘불문헌법’ 내지 ‘관습헌법’을 인정한 것은 체계 모순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불문헌법’은 헌법에 특별한 우선적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것이 개념필수적이어서, 보통 법률개정절차에 따라 개정, 폐기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성문헌법 체계에서도 이른바 ‘불문적인 헌법관습법’의 존재는 인정된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헌법관습법은 성문헌법의 규범적 테두리 안에서 성문헌법의 모호한 점을 보충하고 성문헌법의 실효성을 증대시키는 범위 안에서만 인정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헌법적 관행으로 성문헌법이 무제한 변질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성문헌법전보다 불문적인 헌법적 관행이 우선하고 국가생활을 압도적으로 지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불문헌법’ 내지 ‘관습헌법’을 성문헌법과 동등한 효력을 인정하였는바, 이는 ‘관습헌법에 기한 성문헌법의 무제한적 변질’ 및 ‘성문헌법의 기본권 보장 기능의 약화’를 야기할 우려가 다분하다.

셋째, 헌법재판소는 불문헌법의 개정도 일반 법률보다 까다로운 성문헌법개정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헌법의 개정은 헌법의 규범적 기능을 높이기 위해서 헌법이 정하는 일정한 절차에 따라 헌법전의 조문 내지는 문구를 명시적으로 고치거나 바꾸는 것으로, 이는 명백히 형식적 의미의 헌법 즉 성문헌법과 관련된 개념이다.
헌법전에 들어 있지 않은 실질적 의미의 헌법과 불문헌법의 개정을 성문헌법의 개정과 같이 볼 아무런 헌법적 근거가 없다.

3. 헌법재판소는 헌법의 정당한 해석을 통하여 궁극적으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그 책무로 하는 헌법기관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왜 우리나라 국민들이 헌법제정권력자로서 대한민국헌법이라는 헌법전을 채택하여 성문헌법 체계를 결정하였는지를 심사숙고하였어야 한다. 그러나 이 번 결정 어디에서도 헌법재판소가 그런 숙고를 한 흔적을 찾기 어렵다.

특히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이 관습헌법의 일부라고 하는 헌재의 해석은 그동안 헌법학계와 판례에서 전혀 거론된 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가 위와 같이 국민 모두에게 생소한 관습헌법 이론을 동원하여 위 특별조치법을 위헌으로 선언한데에는 통상적인 헌법해석이 아닌, 위 특별조치법에 담긴 정책내용을 반대하고자 하는 정치적 의도를 가리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따라서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삼권분립에 터 잡은 정상적인 헌법기관에 의한 사법권능의 행사가 아니라, 자의적이고 부당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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