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귀 언론사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2. 민변은 8월7일(금) 국회 법사위에, 특정강력범죄 피의자의 얼굴, 나이 등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정부발의, 의안번호 제5508호)에 대하여 민변 의견서를 제출하였습니다
3. 민변은 위 의견서를 통해 수사기관이 유죄의 확정판결이 있기도 전에 임의로 강력범죄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게 하는 것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적법절차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및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여 위헌이라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4. 많은 관심과 취재 부탁드립니다.
5. 감사합니다.
붙임.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정부 발의, 의안번호 5508)에 관한 민변 의견서.끝
2009년 8월 1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백 승 헌
붙임.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정부 발의, 의안번호 5508호)에 관한 민변 의견서
Ⅰ. 대상법률안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정부 발의, 의안번호 5508호)
Ⅱ. 주요 개정내용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사건에서 피의자의 자백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피의자의 얼굴, 성명 및 나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함.
Ⅲ. 검토의견
대상법률안(이하 ‘개정안’이라 함)은 다음과 같이 위헌성이 크므로 그 취지와 내용에 반대함.
1. 무죄추정원칙 위반
헌법 제27조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하여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함. 무죄추정의 원칙이란 형사절차와 관련하여 피의자는 물론 피고인도 유죄의 확정판결이 있기까지는 원칙적으로 죄가 없는 자에 준하여 취급하여야 하고, 불이익을 입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불이익을 입힌다 하여도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치도록 비례의 원칙이 존중되어야 함을 말함(1990.11.19. 90헌가48).
무죄추정의 원칙은 증거법에 국한된 원칙이 아니라 수사절차에서 공판절차에 이르기까지 형사절차의 전 과정을 지배하는 지도원리임(2003. 11. 27. 2002헌마193).
무죄추정의 원칙은 유죄의 확정판결이 있을 때까지 국가의 수사권․공소권․재판권․행형권 등의 행사에 대해 일정한 방법상 한계를 지우는 것이며, 따라서 유죄의 입증책임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무죄의 입증책임을 피의자(피고인)에게 전가시키거나, 의심이 간다는 사실만으로 확증도 없이 피의자(피고인)에게 불리한 처분을 하거나, 유죄의 확정판결도 있기 전에 피의자(피고인)의 인권을 무시하는 처우를 하는 것 등은 허용되지 아니함. 예를 들어 피의자의 피의사실을 수사기관이 함부로 공표함으로써 명예를 훼손시키는 행위가 피의사실공표죄로 처벌되는 것을 들 수 있음.
헌법재판소는 미결수용자에게 수사 또는 재판을 받을 때에도 재소자용 의류를 착용하게 하는 것(1995.5.27. 97헌마137), 공정거래법위반 사실에 대하여 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되기도 전에 공정거래위원회로 하여금 법위반사실의 공표를 명할 수 있도록 하는 것(2002.1.31. 2001헌바43), 공소제기된 변호사에 대하여 법무부장관이 확정판결시까지 변호사업무정지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한 변호사법 제15조(1990.11.19i. 90헌가48), 형사사건으로 공소제기되면 형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직위해제할 수 있게 한 사립학교법 제58조의2 제1항 단서조항(1994.7.29. 93헌가3․7(병합)), 형사사건으로 공소제기되면 형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당해 공무원에게 일률적으로 직위해제하는 것(1998.5.28.96헌가12) 등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결정하였음.
그런데 개정안은 유죄의 확정판결이 있기도 전에 수사기관이 임의로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게 하고 있는데, 이는 유죄의 확정판결이 있기 전에 수사기관의 처분에 따라 피의자의 프라이버시나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이익한 처우라는 점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함.
2. 적법절차의 원칙 위반
적법절차의 원칙이란 입법․집행․사법 등 모든 국가작용은 절차상의 적법성을 갖추어야 할 뿐 아니라 공권력 행사의 근거가 되는 법률의 실체적 내용도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헌법원리를 말함. 특히 형사절차에 있어서는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발생 소지가 큰 만큼 적법절차가 원칙이 더욱 존중되어야 함.
그런데 개정안은 피의자에 대해 결코 객관적인 입장을 가질 수 없는 수사기관의 독자적 판단에 의해 신상을 공개할 권한을 부여하고, 최소한의 독립성이나 중립성을 갖춘 기관이나 사법부에 의한 통제수단도 없고, 신상 공개의 대상이 된 피의자의 이의제기권도 보장되어 있지 아니함.
그런 점에서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일정한 절차를 거쳐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제한적으로 등록․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점과 그럼에도 상당수 재판관들이 위헌의견을 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임.
따라서 개정안에 따른 신상공개는 절차의 형식과 내용에 있어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없어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반됨(2003. 6. 26. 2002헌가14 참조).
그리고 우리 형법상 명예형은 범죄인의 일정 자격을 상실하게 하거나 일정 기간 정지하는 자격상실과 자격정지 2가지밖에 없음에도 피의자의 신상공개는 그 효과에 있어 사실상 처벌의 일종(명예형)인데, 사법부가 판결을 통해 결정하는 것은 몰라도 수사기관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에도 반함.
3. 과잉금지원칙 위반
헌법 제10조 제1문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이 보호하는 인간의 존엄성으로부터 개인의 일반적 인격권이 보장됨(1990. 9. 10. 89헌마82 등)
또한 헌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음.
그런데 개정안에 따른 피의자의 신상 공개는 국가가 개인의 신상에 관한 사항을 대중에게 공개함으로써 개인의 일반적 인격권을 제한하며, 한편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는 사항을 국가가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이므로, 이는 일반적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임(2003. 6. 26. 2002헌가14 참조).
따라서 피의자의 신상 공개는 기본권제한의 일반원칙인 과잉금지원칙에 따라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절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충족하여야 함.
가. 목적의 정당성
개정안은 피의자 신상공개의 요건으로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것’을 규정함. 개정안의 제안이유에서도 국민의 알권리 보장 및 범죄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함이라고 하고 있듯이, 동 규정을 신상공개의 목적이라 할 수 있을 것임. 그러나 피의자의 신상에 대한 정보는 국민의 알권리의 대상이 될 없어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기 어려움
우리 헌법이 명문으로 알권리를 규정하고 있지는 않으나 알권리는 정보에의 접근․수집․처리의 자유로서 헌법 제21조의 표현의 자유에 당연히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됨(1991.5.13. 90헌마133). 그리고 알권리는 소극적인 정보의 수령권인 ‘정보의 자유’와 적극적인 정보의 수집권인 ‘정보공개청구권’으로 구분됨. 개정안은 소극적인 정보의 수령권인 정보의 자유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됨.
정보의 자유에서 ‘정보’는 의사형성의 기초자료로서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으로부터 취득할 수 있는 정보를 뜻함. 그런데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이라 함 그 수를 예상할 수 없는 불특정다수인에게 개방된 정보원을 말함. 다시 말해 ‘일반적’이란 신문․잡지․방송 등 불특정의 다수인에게 개방되는 것을 말하고, ‘정보’란 양심․사상․의견․지식 등의 형성에 관련이 있는 일체의 자료를 말함.
그런 점에서 피의자의 신상에 관한 정보가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이라고 보기 어렵고, 양심․사상․의견․지식 등의 형성에 관련이 있는 자료라고 볼 수도 없음. 즉 알권리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공적 인물이나 공적 관심사에 관한 것으로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혹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보다 우월한 가치가 있는 대상이어야 함. 그러나 피의자의 신상은 알권리의 대상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는 정보라고 보기 어려움.
나. 방법의 적절성 및 침해의 최소성
기본권을 제한할 때에는 추고하고자 하는 목적에 적합한 조치를 취하여야 하고 , 그 때 선택하는 수단은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서 필요하고 효과적인 조치이어야 함(1996.4.25. 92헌바47 등).
그리고 입법자는 공익 실현을 위하여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 입법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적합한 여러 수단 중 되도록 국민의 기본권을 가장 존중하고 기본권을 최소로 침해하는 수단을 선택해야 함(2005.4.28. 2004헌바65)
피의자의 신상공개가 국민의 알권리 실현이나 범죄예방이라는 입법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인지 살펴보면, 우선 알권리의 대상이 되는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음.
범죄예방을 위한 적절한 수단인지를 검토하면, 신상을 공개당한 피의자의 경우 이미 체포 또는 구속된 상태이기 때문에 신상을 공개한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는 아예 처음부터 존재할 여지가 없고, 학계에서도 형벌의 일반예방적 효과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아직도 입증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있음. 그리고 연쇄살인범과 같은 강력범들은 대다수가 사이코패스라고 부르는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자신의 신상이 알려진다는 두려움 때문에 범죄를 하지 않으리라고 기대하기도 어려움. 즉 강력범의 신상공개로 인한 범죄예방효과를 기대하기 곤란함.
개정안이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특정강력범죄 사건의 재범율과 신상을 공개할 경우 기대되는 재범율의 하락 및 범죄예방 효과 등에 관한 과학적 근거나 통계가 제시되어야 함에도 그런 근거가 없음. 수사기관에서는 추가범죄 신고나 새로운 증거수집 활성화 등을 기대하나, 이는 수사기관이 수사를 통해 밝힐 문제이지, 신상공개를 통해 해결할 문제가 아님.
또한 개정안에 따른 신상 공개는 불분명한 공익을 위해 피의자의 프라이버시와 인격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도 충족시킬 수 없음.
다. 법익의 균형성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의 경우 입법에 의하여 보호하려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을 비교형량할 때 보호되는 공익이 더 커야 함(1990.9.3. 89헌가95).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개정안은 목적의 정당성 자체가 인정되기 어렵고 설사 그로 인해 달성하려는 공익을 인정한다하더라도 그로 인한 피해자의 기본권 침해가 더욱 크므로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충족할 수 없음.
4. 명확성의 원칙 위반
법률로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 그 법률은 적용을 받는 국민이 그 내용을 분명히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하여야 함.
그런데 개정안은 신상을 공개할 수 있는 요건으로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사건’일 것을 규정함.
그러나 어떤 범행수단이 잔인한 것이고, 어떤 피해가 중대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객관적 기준이 없고, 그러한 기준을 제시하기도 어려움. 결국 수사기관의 자의적 판단과 특정강력범죄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의 순간적인 여론에 좌우될 수밖에 없어 남용의 위험성이 큼.
Ⅳ. 결론
위와 같이 개정안은 수사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게 하여 무죄추정의 원칙, 적법절차의 원칙, 과잉금지원칙 및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여 피의자의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을 과도하게 침해하므로 개정안에 반대함.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