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위][논평]서울고등법원의 삼성그룹 이재용 회장 무죄 판결을 규탄한다.
[논평] 서울고등법원의 삼성그룹 이재용 회장 무죄 판결을 규탄한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김선희·이인수)는 2025. 2. 3. 삼성 불법합병 사건 2심 재판에서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는 명백한 사실관계를 애써 외면한 재벌봐주기에 다름 아니다.
삼성그룹의 지배권 승계 역사는 오래되었다. 1996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은 이재용 회장으로의 지배권 승계의 시발점이었다. 2014년 삼성에버랜드는 제일모직과 합병하였고 2015년 제일모직은 삼성물산과 합병하면서, 삼성에버랜드 최대주주인 이재용 회장은 단숨에 삼성그룹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삼성 회장 비서실, 즉 미래전략실(미전실)이 주도하였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재용 회장의 지배력 승계 및 강화를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실은 그 자체로 명확하게 드러나 있고, 그 동안의 검찰 수사로도 밝혀졌으며, 대법원도 인정한 내용이다.
그러나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합병 사건에서 1심 재판부는 물론 이번 2심 재판부 마저 위와 같은 명백한 사실관계를 외면해버렸다. 윤주화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이 패션사업 해외진출을 위해 물산과의 합병을 제안했었다는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기 어렵다면서 지배력 강화 목적을 부인하고, 삼성물산 합병TF가 설치되었다는 이유로 미전실의 역할을 축소하였다. 나아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문제와 관련하여 서울행정법원은 2024. 8. “자본잠식 등의 문제를 회피할 의도를 가지고 별다른 합리적 이유가 없는 상태에서 지배력 상실 시점을 2015. 12. 31.로 보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상실 처리를 하였는바, 이는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하여 삼성바이오에피스 투자주식을 공정가치로 부당하게 평가함으로써 관련 자산 및 자기자본을 과대계상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하였는데(2018구합86719), 2심 재판부는 서울행정법원의 판단마저 무시하였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그룹의 지배력을 승계하기 위하여 박근혜 전대통령에게 뇌물을 바치면서까지, 국민연금공단을 압박하면서까지 물산-모직 합병을 추진하였다. 2020년 60조원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는 물산-모직 합병 시너지 효과는 2024년 삼성물산이 역대 최대 매출액인 42조원을 달성하면서 스스로 허상일 뿐이라는 것을 증명하였다. 도대체 무슨 증거가 더 필요하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현대자본주의는 시장에 참여하는 경제주체들이 공정하게 경제활동을 할 것이라는 믿음 위에 형성되어 있고, 국가권력은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를 저해하는 행동을 규제해야 할 의무가 있다. 대한민국 재벌총수들은 수없이 시장의 신뢰를 지키고, 준법경영을 하겠다고 선언하지만, 정작 자신들의 경제적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종 불법과 탈법을 저지른다. 하지만 유독 국가권력은 재벌들의 비위행위를 규제하지 않았다. 이번 2심 판단은 명백한 사실관계를 애써 부인하면서 자본시장의 신뢰를 깨트렸다.
2025. 2. 5.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 김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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